일요일의 노래 황인숙 북풍이 빈약한 벽을 휘휘 감아준다 먼지와 차가운 습기의 휘장이 유리창을 가린다 개들이 보초처럼 짖는다 어둠이 푹신하게 깔린다 알아? 네가 있어서 세상에 태어난 게 덜 외롭다. +) 오후에 잠깐-_-;; 잤더니 말똥말똥한 저녁. 흙쪽파 한단 다듬고, 누가 준 쑥 한봉지 데치고 보니 진 이파리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골라내고 카레도 한솥 끓일까 하다가 급귀찮아져서 뒹굴뒹굴... 사진은 도서관 근처 마을의 벽화인데, 그리다 만듯 몇점 없는데, 볼때마다 참 근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날 찍어왔는데, 자세히 보니 검은 락카로 훼손되어 있었다. 좋은것은 그냥 좋은데로 함께 즐기면 될것을...
자욱한 사랑 김혜순 세상에! 네 몸 속에 이토록 자욱한 눈보라! 헤집고 갈 수가 없구나 누가 가르쳐주었니? 눈송이처럼 스치는 손길 하나만으로 남의 가슴에 이토록 뜨거운 낙인 찍는 법을 세상에! 돌림병처럼 자욱한 눈보라! 이 병 걸리지 않고는 네 몸을 건너갈 수가 없겠구나 갓 세상에 태어난 어린 새들이 모두 이곳으로 몰려와 털갈이라도 하고 갔니? 어린 시절 뜬금없이 재발하던 결핵이라도 도졌니? 몸 속이 너무 자욱해 내 발등 위로 쌓이는 눈송이들 이 세상 시간 밖으로 쫓겨난 건 아니니? 네가 태어나기 전 먼먼 옛날부터 뜨거운 손길로 아가의 심장을 만들어오시는 그분이 아무도 몰래 넣어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주머니 그 별이 터져서 네 몸 속에서 쏟아지고 있는가 봐 이제로부터 이 별은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는 거..
봄 밤 황지우 : 소쩍새가 밤새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피로써 제 이름을 한 천만 번 쓰고 나면 일생이 두렵지 않을까 누가 나를 알아볼까 두근거리는 것도 내 여직 거기에 붙들려 있음이니 어두운 봄밤 돌담길로 다가오는 인기척을 내가 못내 피하면서도 사람이 내게 오기를, 어서 내게 오기를 조마조마하지 않았던가 내 발자국 소리 들은 멧새가 건드려놓은 잔가지들처럼 내 마음 뭔가 기척에 미리 놀라 이리 흔들거리니 문앞의 不在가 나의 부름을 기다리게 했었구나 골목 끝, 활짝 형광등을 켠 살구꽃나무 한 그루 아직 세상에 있으니 다행이다 목숨 있을 때 살아야지 밤새 소쩍새 마을로 내려와 제 이름 대며 딸꾹질한다 +) 발췌된 글을 볼때의 강렬함은, 전문을 다시 읽을때는 좀 밋밋해진다. 심지어 발췌문이 어디에 있는지 애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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