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 문/향/란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없다. 더듬어보면 우리가 만난 짧은 시간 만큼 이별은 급속도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 사랑도 삶도 뒤지지 않고 욕심내어 소유하고 싶을 뿐이다. 서로에게 커져가는 사랑으로 흔들림 없고, 흐트러지지 않는 사랑으로 너를 사랑할 뿐이다. 외로움의 나날이 마음에서 짖궂게 떠나지 않는다 해도 내 너를 사랑함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도 이유를 묻는 다면 나는 말을 하지 않겠다. 말로써 다하는 사랑이라면 나는 너만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환한 마음으로 너에게 다가갈 뿐이다. 조금은 덜 웃더라도 훗날 슬퍼하지 않기 위해선 애써 이유를 말하지 않을 것이다.
국화 앞에서 김/재/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 귀밑에 아직 솜털 보송보송하거나 인생을 살았어도 헛 살아버린 마음에 낀 비계 덜어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 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 꽃이라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 눈부신 젊음 지나 한참을 더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꽃, 국화는 드러나는 꽃이 아니라 숨어 있는 꽃이다. 느끼는 꽃이 아니라 생각하는 꽃이다. 꺾고 싶은 꽃이 아니라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꽃이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가을날 국화 앞에 서 보면 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굴욕을 필요로 하는가를. 어쩌면 삶이란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는 것인지 모른다. 어디까지 끌고 가야할지 모를 인생을 끌고 묵묵히 견디어내는 것인지 모른다.
혼자 가는 여행 김재진 가을에는 모든 것 다 용서하자. 기다리는 마음 외면한 채 가고는 오지 않는 사람을 생각하지 말고 그만 잊어버리자. 가을의 불붙는 몸에 이끌려 훨훨 벗고 산 속으로 가는 사람을 못 본 척 그대로 떠나 보내자. 가을과 겨울이 몸을 바꾸는 텅 빈 들판의 바람소리 밟으며 가을에는 빈 손으로 길을 나서자. 따뜻한 사람보다 많은 냉정한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미운 사람들 한꺼번에 모두 잊어버리자. 한 알의 포도 알이 술로 익듯 살아갈수록 맛을 내는 친구를 떠올리며 강처럼 깊어지자. 살아가며 우리가 만나야 했던 미소와 눈물. 혼자 있던 외로움 하나하나 배낭에 챙겨 넣고 가을에는 함께 가는 이 없어도 좋은 여행을 떠나자.
냉(冷)한 상처 황.동.규 소리 없이 성긴 눈 내려 콘크리트 지붕과 나무와 땅을 간신히 덮은 아침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곡 따라 흥얼거리다 문득 생각나 머릿속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지난날 젖은 모포처럼 무겁게 덮쳐와 숨 고르느라 밤잠 영 못 이루게 했던 이름 떠오르지 않는다. 잠 대신 술로 채워 흐릿해진 뇌 속에 뜨던 얼굴도 가물가물하다. 아픈 기억도 겨울 풀처럼 마르기도 하는구나. 바로 눈앞에 새들이 새끼 낳아 여름내 키워내 데리고 떠나버린 빈 둥지가 떨어지다 아래 가지에 걸렸다. 낯선 가지에 거꾸로 꿰어져 눈 몇 점 묻히고 한천(寒天)에 매어달린 냉한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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