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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혼자 가는 여행 - 김재진

푸른밤파란달 2020. 6. 25. 20:08

 

혼자 가는 여행

 

 

                                             김재진

 

 

 

가을에는 모든 것 다 용서하자.

기다리는 마음 외면한 채

가고는 오지 않는 사람을

생각하지 말고 그만 잊어버리자.

가을의 불붙는 몸에 이끌려

훨훨 벗고 산 속으로 가는 사람을

못 본 척 그대로 떠나 보내자.

 

 

가을과 겨울이 몸을 바꾸는

텅 빈 들판의 바람소리 밟으며

가을에는

빈 손으로 길을 나서자.

따뜻한 사람보다 많은 냉정한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미운 사람들

한꺼번에 모두 잊어버리자.

한 알의 포도 알이 술로 익듯

살아갈수록 맛을 내는 친구를 떠올리며

강처럼 깊어지자.

 

 

살아가며 우리가 만나야 했던 미소와 눈물.

혼자 있던 외로움 하나하나 배낭에 챙겨 넣고

가을에는

함께 가는 이 없어도 좋은

여행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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