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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냉(冷)한 상처 - 황동규

푸른밤파란달 2020. 6. 25. 19:54

2014 선암사 

 

 

냉(冷)한 상처

 

 

 

 황.동.규

 

 

 

소리 없이 성긴 눈 내려

 

콘크리트 지붕과 나무와 땅을 간신히 덮은 아침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곡 따라 흥얼거리다

 

문득 생각나

 

머릿속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지난날 젖은 모포처럼 무겁게 덮쳐와

 

숨 고르느라 밤잠 영 못 이루게 했던 이름

 

떠오르지 않는다.

 

잠 대신 술로 채워 흐릿해진 뇌 속에 뜨던 얼굴도

 

가물가물하다.

 

아픈 기억도 겨울 풀처럼 마르기도 하는구나.

 

 

바로 눈앞에

 

새들이 새끼 낳아 여름내 키워내 데리고 떠나버린

 

빈 둥지가 떨어지다 아래 가지에 걸렸다.

 

낯선 가지에 거꾸로 꿰어져

 

눈 몇 점 묻히고 한천(寒天)에 매어달린

 

냉한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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