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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다정도 병인 양 이현승 왼 손등에 난 상처가 오른손의 존재를 일깨운다. 한 손으로 다른 손목을 쥐고 병원으로 실려오는 자살기도자처럼 우리는 두 개의 손을 가지고 있지. 주인공을 곤경에 빠뜨려 놓고 아직 끝이 아니라고 위로하는 소설가처럼* 삶은 늘 위로인지 경고인지 모를 손을 내민다 시작해 보나마나 뻔한 실패를 향해 걸어가는 서른 두 살의 주인공에게도 울분인지 서러움인지 모를 표정으로 밤낮없이 꽃등을 내단 봄 나무에게도 위로는 필요하다. 눈물과 콧물과 침을 섞으면서 오열할 구석이, 엎드린 등을 쓸어줄 어둠이 필요하다. 왼손에게 오른손이 필요한 것처럼 오른손에게 왼손이 필요한 것처럼. ———— *레이먼드 카버, “괜찮아 너는 아직 서른둘일 뿐이야. 그리고 그건 서른셋보다는 적지.” 『 현대시학 』 (2011..
푸른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약속 / 김남조 어수룩하고 때로는 밑져 손해만 보는 성 싶은 이대로 우리는 한 평생 바보처럼 살아버리고 말자. 우리들 그 첫날에 만남에 바치는 고마움을 잊은 적 없이 살자. 철따라 별들이 그 자리를 옮겨 앉아도 매양 우리는 한 자리에 살자. 가을이면 낙엽을 쓸고 겨울이면 불을 지피는 자리에 앉아 눈짓을 보내며 웃고 살자. 다른 사람의 행복같은 것, 자존심같은 것 조금도 멍들이지 말고, 우리 둘이만 못난이처럼 살자.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등잔 / 도종환 심지를 조금 내려야겠다 내가 밝힐 수 있는 만큼의 빛이 있는데 심지만 뽑아 올려 등잔불 더 밝히려 하다 그을음만 내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잠깐 더 태우며 빛을 낸들 무엇 하랴 욕심으로 나는 연기에 눈 제대로 뜰 수 없는데 결국은 심지만 못 쓰게 되고 마는데 들기름 콩기름 더 많이 넣지 않아서 방 안 하나 겨우 비추고 있는 게 아니다 내 등잔이 이 정도 담으면 넉넉하기 때문이다 넘치면 나를 태우고 소나무 등잔대 쓰러뜨리고 창호지와 문설주 불사르기 때문이다 욕심부리지 않으면 은은히 밝은 내 마음의 등잔이여 분에 넘치지 않으면 법구경 한 권 거뜬히 읽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의 빛이여
토닥토닥 ..... 김재진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먼 산 같은 그대에게 기대고 싶어라 - 김 재 진 감잎 물들이는 가을볕이나 노란 망울 터뜨리는 생강꽃의 봄날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수숫대 분질러놓는 바람소리나 쌀 안치듯 찰삭대는 강물의 저녁인사를 몇 번이나 더 들을 수 있을까 미워하던 사람도 용서하고 싶은 그립던 것들마저 덤덤해지는 山寺의 풍경처럼 먼 산 바라보며 몇 번이나 노을에 물들 수 있을까 산빛 물들어 그림자 지면 더 버릴 것 없어 가벼워진 초로의 들길 따라 쥐었던 것 다 놓아두고 눕고 싶어라 내다보지 않아도 글썽거리는 먼 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