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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뒷산에서뻐꾸기가울고 옆산에서꾀꼬리가운다 새소리서로부딪히지않는데 마음은 내마음끼리도이리부딪히니 나무그늘에 좀더앉아있어야겠다. 함민복, 그늘학습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 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째 네번째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의 포로수용소의 제 14 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 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
감나무 -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것이다 그러기에 봄이면 새순도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워보는 것이다 이재무(1958~) 충남 부여 출생.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삶의 문학’ ‘실천문학’ ‘문학과 사회’ 등에 시를 발표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간 시집 ‘섣달그믐’ ‘벌초’ ‘위대한 식사’ 등을 비롯해 산문집 ‘생의 변방에서’를 발표했다. ‘대지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그는 나무와 흙을 닮아 있는 글들을 선보이고 있다.
꽃 피우지 못해도 좋다 손가락만큼 파랗게 밀어 올리는 메추리알만큼 동글동글 밀어 올리는 혼신의 사랑... 사람들 몇몇, 잎 속에서 녹아 약이 될 수 있다면 꽃 피우지 못해도 좋다 열매부터 맺는 저 중년의 生! 바람 불어 흔들리지도 못하는 이은봉, 무화과 “무화과 나무에서도 꽃이 핀다. 보이지 않을 뿐이다. 무화과나무는 오월쯤 잎겨드랑이에 도톰한 돌기를 돋운다. 영락없는 열매지만 꽃이다./(중략)/꽃주머니는 그대로 열매가 된다. 무화과는 사람의 입 안에 달콤한 기억을 남긴다. 꽃 피우지 않고, 누가 알아보지 않아도 좋다. 비바람 몰아쳐도 수굿이 열매 맺는 중년의 삶이 그렇다.” -고규홍
잠시 눈 감았다 뜨면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 어제 저녁 붉게 노을졌던 태양의 한 때처럼 오늘 아침 초록으로 흔들리는 잎의 한 때처럼 한순간이란 붙잡아 두고 싶은 것이어서 새벽마다 물방울이 맺히는 걸까 물방울 같은 한순간 그 물방울만한 힘이 나뭇가지를 휘게 하는지 그때 붙잡고 싶었던 것은 네가 아닌 그 순간이었다. 당신도 그렇게 왔다 가는 걸까 어느 순간 기척 없이 빠져나간 손바닥의 온기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의 그늘처럼 이미 예정된 한순간 속의 우리들 이향, 한순간
그대가 답장을 보내왔다 아니다 그대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는데 나는 답장을 읽는다 病은 답장이다 (그대가 이 몸 속에 떨어져 한 번 더 살겠다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뜨거운 실핏줄 줄기를 확, 뻗치는구나 견딘다는 게 病드는 거구나) 내 피부에 이끼가 돋는가 보다 가려움증이 또 도진다 내 사지에서 줄기가 뻗치는지 스멀스멀한다 온몸 위로 뜨거운 개미들이 쏘다닌다 그대가 또 시도때도없이 가지를 확 뻗친다 내 손가락이, 네게 닿고 싶은 내 손가락이 한정 없이 한정 없이 늘어난다 이 손가락 언제 다 접어서 옷소매 속에 감출까? 몸 속에는 너무 익어 이제는 터져버리는 일밖에 없을 홍시들 울 듯 말 듯 오늘밤 벌써 내 얼굴 밖으로 뿌리가 내리기 시작하고 나는 또 젖은 흙처럼 이부자리에 확 쏟아져버린다 - 김혜순, '..
💐선물/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잘 지내요. 그래서 슬픔이 말라가요 내가 하는 말을 나 혼자 듣고 지냅니다 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 나 혼자 듣습니다 내일이 문 바깥에 도착한 지 오래되었어요 그늘에 앉아 긴 혀를 빼물고 하루를 보내는 개처럼 내일의 냄새를 모르는 척합니다 잘 지내는 걸까 궁금한 사람 하나 없이 내일의 날씨를 염려한 적도 없이 오후 내내 쌓아둔 모래성이 파도에 서서히 붕괴되는 걸 바라보았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 아코디언을 켜는 걸 한참 들었어요 죽음을 기다리며 풀밭에 앉아 있는 나비에게 빠삐용, 이라고 혼잣말을 하는 남자애를 보았어요 꿈속에선 자꾸 어린 내가 죄를 짓는답니다 잠에서 깨어난 아침마다 검은 연민이 몸을 뒤척여 죄를 통과합니다 바람이 통과하는 빨래들처럼 슬픔이 말라갑니다 잘 지내냐는 안부는 안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