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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봄 밤 - 황지우

푸른밤파란달 2020. 9. 4. 17:55

 

 

봄 밤 
 
황지우  
 

 
소쩍새가 밤새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피로써 제 이름을 한 천만 번 쓰고 나면
일생이 두렵지 않을까 
 
누가 나를 알아볼까 두근거리는 것도
내 여직 거기에 붙들려 있음이니
어두운 봄밤 돌담길로 다가오는 인기척을
내가 못내 피하면서도 사람이
내게 오기를, 어서 내게 오기를
조마조마하지 않았던가 
 
내 발자국 소리 들은 멧새가
건드려놓은 잔가지들처럼
내 마음 뭔가 기척에 미리 놀라 이리 흔들거리니
문앞의 不在가 나의 부름을 기다리게 했었구나 
 
골목 끝, 활짝 형광등을 켠 살구꽃나무 한 그루
아직 세상에 있으니 다행이다 
 
목숨 있을 때 살아야지
밤새 소쩍새 마을로 내려와
제 이름 대며 딸꾹질한다 
 
 
 
+)
발췌된 글을 볼때의 강렬함은, 전문을 다시 읽을때는 좀 밋밋해진다. 심지어 발췌문이 어디에 있는지 애써 찾아야 할 만큼 덤덤하게 묻혀버린다. 이 시는 어디를 발췌하더라도 선명한 포스터처럼 각인되는데 ( 심지어 제목까지도...) 모여있으니 부드러운 풍경화처럼 덩어리져서 느껴진다.  
 
 
같이 올린 음악은 예전에 음악방송 할때 기억을 되짚으며... 뭣모르고 그냥 귀에 편한 뉴에이지 음악들을 틀었는데, 신청곡 찾으면서 이런 음악도 있구나... 뭐 그런...세상은 넓고 모르는 것은 너무 많아서, 기를 쓰고 뭐든 알고싶어했던 그런 시절.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그런 시절. 

 
그음악만 주구장창 틀어대고 마이크로 콧바람까지 내보내던 초보 디제이의 선곡을 들으며 밤새 채팅하던 멤버들은 어찌 늙어가고 있을까.... ㅋㅋㅋ 야, 우리 늙어서 만나는 손발 오그라드는 짓은 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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