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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밀양 혜산서원 (2021.08.19)

푸른밤파란달 2021. 8. 24. 20:20

지난 목요일, (백수지만) 비지니스 미팅을 끝내고, 간만에(진짜?) 차에 시동을 걸었으니 그냥 집에 가기는 아쉽고 해서 밀양으로 마지막 배롱 꽃 여행을 떠났다. 얼마 전 블로그에서 본 혜산서원이 궁금해서 동선을 짜봤는데, 역시 밀양은 멀고도 넓은 동네다. 기름값 비싸졌으니 장거리는 안 가야지 했는데, 기름값이 쌀 때는 통 안 움직이다가, 비쌀 때는 꼭 주유를 하게 되는 미스터리!

 

해마다 7월 말, 8월 초에  함안 배롱나무 꽃구경을 마지막으로 여름이 끝날 때까지 에어컨 아래에서 꼼짝을 안 하는 것이 여름 일상인데, 올해는 어쩐지 제법 왔다 갔다 한 것 같다.

 

 

혜산서원

산외면 다죽리 죽서(竹西)마을에 세거하는 일직 손씨의 5현(五賢)을 받드는 서원으로 본래는 영조 29년(1753년)에 창건한 격재 손조서(格齋 孫肇瑞:1412-?)의 서산서원(西山書院)이 있던 자리이다. 격재는 조선초기 단종의 왕위를 찬탈(簒奪)한 세조의 횡포에 분개하여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충의(忠義)와 탁절(卓節)로서 두문불출(杜門不出)하며 오직 도학에만 전념한 학자인데, 후일에 사림들의 추앙을 받아 이곳에 서원을 세웠으나 고종 5년(1868년) 서원철폐령(書院撤廢令)으로 훼철(毁撤)된 후 그 집을 "서산고택(西山古宅)" 또는 "철운재(徹雲齋)"로 편액하였다.
1971년 서원의 경역을 확장 정비하고 각지에 분산되었던 일직손씨 명현(名賢) 다섯분의 서원 즉, 정평 손홍량(靖平 孫洪亮:1287-1379)의 안동 타양서원(安東 陀陽書院), 격재 손조서(格齋 孫肇瑞:1412-?)의 밀양 서산서원(密陽 西山書院), 모당 손처눌(慕堂 孫處訥:1553-1634)의 대구 청호서원(大邱 靑湖書院), 문탄 손린(聞灘 孫遴:1566-1628)의 대구 봉산서원(大邱 鳳山書院), 륜암 손우남(綸菴 孫宇男:1564-1623)의 영천 입암서원(永川 立巖書院) 등을 후손들의 세거지인 이곳으로 옮겨 복설(復設)하고 혜산서원(惠山書院)이라 편액 중건한 것이다. 서원의 규모는 1,300여평의 대지 위에 사우(祠宇), 강당(講堂), 동재(東齋), 서재(西齋), 상례문(尙禮門), 신문(神門), 중문(中門), 전사당(典祀堂), 신도비각(神道碑閣), 다원서당(茶院書堂), 이이정(怡怡亭), 고사(庫舍), 대문(大門)등 13동의 건물이 경역에 자리잡고 있다.

혹시 주차할 곳이 있나 왼쪽의 길 안으로 들어갔다가 돌아나오느라 고생을...-_-;; 그냥 마을 골목 길이고, 그마저도 산길로 이어졌던 것 같다. 동네가 조용하고, 고택과 전원주택들로 이루어져서 한적한 느낌이 들었다.

 

오른쪽으로 낮은 돌담길 골목을 따라 서원과 고택이 있다. 입구에 배롱나무가 양쪽으로  두 그루 있다. 저 안내문은 아마도 신도비에 대한 안내문인듯.

하늘에 구름이 많았는데, 또 햇빛은 굉장히 강했던 날. 

기와를 얹은 돌담 골목이 이어져 있고, 입구의 배롱나무는 키가 매우 컸다. 꽃은 이제 한 3~40% 남은듯.

 

신도비각. 한자 실력이 비루하여 비문엔 관심이 없고, 비각치고는 화려하게 멋을 부린것 같아서 찍어봄. 

 

 

 

서원 4개를 옮겨온 것이라 그런지 어디가 서원이고, 고택인지 건물들이 비슷비슷하다. 저렇게 담장에 솟은 대문은 사주문(四柱門)이란다. 

담장 너머로 한 컷. 지금 보니 현판이 광산고택인 것 같다. 대충 볼때는 북산고택인가 했는데...-_-;;

담장 길이 끝나는 곳 담장 아래로도 큰 배롱나무가 있었다. 8월 초에는 제법 화려했겠다. 

 

여기가 주 출입구. 문이 열려있는 곳이 여기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대충 다 연결되었다. 멋대로 자란 소나무가 신기했다. 어떻게 저렇게 하나도 곧게 자란 나무가 없는지...^^;;

 

양쪽 담장 안쪽을 이래저래 찍으며 입구로 걸어간다. 기와담장 너머로 보이는 풍경도 꽤 좋았다. 

단정한 건물이 좋아보인다. 자세히 보면, 편의를 위한 조명시설과 전깃줄이 좀 거슬리긴 한다. 

소나무길 끝의 상례문. 시선을 가로 막는 담장이 신기한데, 문 안쪽을 들어가면 좁은 마당인듯, 골목인듯한 공간이 나온다.  

이 쪽은 상례문 앞에서 오른쪽 담장 너머를 본 풍경

문안에 들어오면 또 문이 있다. 여러 채의 서원을 옮겨와서 그런 것도 같지만 마치 미로같기도 하고, 또는 공간의 낭비같기도 하고 그랬다. (막상 건물의 방은 크기가 굉장히 작으면서 이런 의미 없어 보이는 공간들이 있는것이  아이러니같기도하고.)

높이 차이가 나서 담장 너머의 건물은 한 단 낮다. 건물 뒷편인데, 저렇게 기둥이 없는 마루는 쪽마루라고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또 쪽마루는 덧댄 마루니 저 마루는 툇마루 같기도 하다.

다음에는 배롱나루가 한창일때 꼭 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와지붕과 꽃이 참 잘 어우러졌는데 사진이 이럴 건 또 뭐람! 구름이 그림같은 날.

또 대문!

대문 옆의 담장. 저쪽 끝에 작은 쪽문이 있는데, 마치 난장이나 다닐 듯한 문이었다. 

안쪽에서 내다 본 바깥 풍경. 겹겹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구조라서 미로를 헤매는 기분이었다.

 

대문간에 본  정면. 건물은 그리 크지 않으나, 단정하고 흐트러짐 없는 지붕선이 마음에 들었다. 

기숙 공간인 동재와 서재. 다른 서원에 비해 규모가 좀 작은 편이었다.

강학 공간. 문이 꽤 인상적이었다. 

서까래와 대들보가 멋졌다.

먼지가 좀 많긴 했지만, 대청마루에 걸터앉아서 좌우와 정면을 둘러봤다.

한바퀴 돌다가, 들어갈수 없는 옆 구역의 담장 바깥에 있는 배롱나무들이 보였다. 꽃 색깔이 제각각 다른 배롱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일미터 정도의 낮은 담장으로 구역 지어진 건물들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녔다. 

다시 대문 밖으로...

좁은 골목 안쪽의 작은 쪽문을 보러 가다 보면 만나는 문. 문이 닫겨 있지만, 밀어볼걸 그랬다. 이 구역의 바깥에 아까 그 다양한 색깔의 배롱나무들이 있었다.

문인듯, 벽인듯  들어오지마! 포스가 느껴졌다.

막다른 골목의 작은 문. 어린 아이들이나 드나들법한 문. 수북하게 쌓인 낙엽들이 가을 느낌이 물씬 났다. (현실은 햇빛이 뜨거운 여름날)

 

 

아까 담장 너머로 사진을 찍었던 광산고택으로 향하는 문

오른쪽의 소나무가 상례문앞의 소나무 골목길의 그 소나무다.

한 바퀴 돌고 다시 나가는 길. 

 

상례문앞의 소나무길 입구에 있던 표지판. 제일 바깥 골목길로 나왔다. 옆에 따로 대문을 쓰는 건물이 한 채 더 있었는데 광산고택처럼 골목길에서 보이는 대문은 닫겨 있다.

담장 안쪽으로 아직 화려한 꽃을 잔뜩 달고 있는 배롱나무가 한 그루 보였다. 초첨 가출 사진이지만, 묘하게 마음에 드는 사진. 굳이 찾자면 초점은 아래쪽에 조금 보이는 기와담장에 ...-_-

배롱나무가 생긴것도 예쁘고(보통은 참 안 예쁘게 꽃이 핀다. ) 꽃도 많이 피어서 찍고는 싶은데 대문이 닫겨 있어서 아쉬운 마음에 주변을 떠돌며 담장 너머로 사진을 찍었다.

골목의 담장 너머의 집은 높이가 훨씬 낮았는데, 집 뒤편에 버려진 물건들이 예사롭지 않다. 저 사진은 아마도 이승만 사진.

담장너머로 보는것도 괜찮다고 위로를 해봄. -_-;

용기내서 문을 살짝 밀어봤는데, 오홋...열린다. 댓돌에 신발이 있는걸로 봐서 생활공간인것 같다.

문을 열면 보이는 배롱나무. 아직 꽃이 화려하다.

특이하게 땅콩 모양의 연못을 가로 지르는 돌다리를 지나야 집으로 갈수 있다. 그래서 나무 전체를 찍기가 쉽지 않았는데, 아예 마당쪽으로 옮겨가서 찍어봤다.

건물 옆에 뒤뜰로 나가는 쪽문이 있었다.  광산고택의 문과 비슷했다. 이 집에서 머무는 잠깐 동안 빛이 아주 묘해서 사진마다 색감이 너무 다르다.

나무 기둥은 그리 굵어 보이지 않은데, 가지가 아주 예쁘게 뻗었다. 어쩌면 이렇게 모양도 딱 둥그렇게 잘 잡혔는지...

나무 아래에서 건물을 바라 본 모습. 배롱나무는 표면에만 꽃이 피는것이 참 신기하다.

조용히, 재빨리 사진을 찍고 대문을 닫고 나왔다. 대문소리가 끼이이익~ 공포영화에 나오는 소리처럼 요란했다. 하지만 원하는 사진을 찍어서 기분은 좋았다. ^^;;

이제 왔던 길로 돌아 나간다.

골목 입구의 신도비각과  배롱나무

다음 목적지는 오연정과 모선정인데, 차의 내비에는 검색이 안되서 티맵을 켜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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