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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밀양 표충사(2021.08.11) 본문
잡설) 흑흑... 이럴 수가. -_-;; 지난 수요일에 다녀온 표충사, 사진은 많은데 너무 비슷비슷한 사진이라 고르는 것도 귀찮고 날도 덥고 하여 컴퓨터를 멀리했다. 오늘, 날 잡고 몇 줄 쓰다가 집중력이 떨어져서 딴짓 좀 하고 왔는데, 키보드의 뭔가를 잘못 눌렀는지 제법 써놓은 본문이 다 사라졌다. ctrl Z 해봐도 아무것도 안 나오고...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앞으로는 쓰기 시작하면 다 마무리하고 놀아야지...ㅠ.ㅠ
바로 옆 도시지만, 교통이 불편해서 갈 때마다 투덜투덜하게 되는 밀양, 그곳에서도 아주 구석에 있는 표충사라 배롱나무가 유명하다고 해도 늘 갈까 말까 했는데, 볼 일보고 오후에 시간이 남아서 다녀왔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워낙 시골 마을이라 그런지 텅 비고 꼬불꼬불한 길을 한참 달렸다. 대형 주차장에 주차를 하니 너무 땡볕이고, 절까지 거리도 좀 되는 것 같고(사실은 얼마 안 되지만 내가 다리가 좀 불편해서 많이 못 걷는 탓이 크다.)
망설이다 차를 끌고 일주문 안으로 들어가니, 절 바로 앞에 공터 주차장이 있었다. 천년 고찰이니 주변의 고목들이 짙은 그늘을 만들어줘서 더 좋았다. 녹음이 드리워진 짧은 진입로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주차장에서 시선을 끄는 구조물. 보통 절집에 쓰레기 태우는 곳을 근사하게(?!) 만들어놓는 경우가 많아서, 전기 시설이나 그런거 관리하는건가 싶었는데 묘하게 그런것 치고는 너무 사연있어보인다 했다. 이름은 가람각. 죽은 자의 혼을 실은 가마인 영가(靈駕)가 경내로 들어가기 전에 잠깐 모셔지는 곳으로, 이곳에서 영가는 속세의 때를 벗는 목욕을 해야 한다고 한다. (답사여행의 길잡이- 경남편 참고) 보통의 절에는 없는 건물이란다.
입구에 손소독제와 방문 등록을 하는 일지나, 080 번호 안내 등이 있는데, 정면에 보이는 배롱나무 때문에 다른건 어째도 상관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현판은 따로 없이 표충사라고 적혀 있는데, 찾아보니 수충루라는 이름이 있었다.
보통의 절집들은 누각 아래를 통해 본격적인 경내로 들어선다. 들어서자 마자 오른쪽의 기념품샵겸 음료를 파는 곳. 백구 한마리가 시선을 끈다. 너른 자갈마당의 가장자리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계단 위의 전각이 사천왕문이다. 뭔가, 위치가 잘못 된것 같다.
절정을 좀 많이 지났지만, 여전히 붉고 아름다운 배롱나무. 사각의 문 안에 살짝 보이는 삼층 석탑의 상륜부까지 멋진데, 다가가면 답이 사라지고, 멀리서 찍으면 탑의 존재감이 미약해서 역시나 줌렌즈가 필요하다! 표충사는 서원과 사찰이 결합된 독특한 사찰이다. 그래서 사천왕문 아래쪽 구역은 서원구역인데 아주 오래전에 표충사에 왔을때 표충사(表忠祠)라는 현판을 보고 아, 표충사는 사찰이 아니구나 했던 기억이 난다.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카메라에 걸리는 범위가 넓어서 사람들이 모두 사라질때까지 주변을 찍으며 시간 보내기. 자갈 마당이 제법 넓어서 멀리 있는 건물까지 가보진 않았다. 전통적인 서원의 구성도 아니었고...
그래도 그 表忠祠 현판이 있는 건물은 찍을 걸 그랬다. 그곳엔 사명대사와 서산대사의 진영이 있다고 한다.
가까이 다가가니 삼층석탑은 사라져 보이지 않고, 네모난 액자엔 한여름의 짙은 초록만이 가득하다. 이른 새벽, 계단에 후두둑 떨어진 빨간 꽃잎을 상상하며 계단을 올라갔다. 하늘은 구름이 많아서 해가 나타났다, 숨었다 반복했다.
이 문을 통과하면 이제 절집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된다. 저 입구의 모금함은 내내 거슬렸다. 사천왕상이 모셔진 안쪽으로 각각 복전함이 두 개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굳이 또 모금함을 설치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꽃이 전통건물들과 함께 있는 풍경이 취향이다. 이곳에선 낮은 담장이나 기와 지붕이 꽃의 배경이 되어 주니 자꾸 사진을 찍게 되었다. 구름이 짙어서 사진이 어둡게 나와서 셔터 스피드로 조절을 했는데, 최적을 찾는 법을 모르겠다.
저 대숲 아래 언덕배기에 제초작업을 한건지... 너무 민둥이어서 좀 거슬렸다. 아예 잡초의 싹도 다 없애주마!! 이런 느낌?
늦여름, 한풀 꺽인 오후 햇살이 참 좋았다. 예년 같으면 아직 한 여름이었을 날짜인데, 올해는 좀 일찍 힘이 빠져서 마치 8월말이나 된 듯한 날씨였다. (그렇다고 땀이 안 난건 아니지만...-_-;; )
마침 구름속에 숨었던 해가 환하게 드러나면서 연한 꽃잎이 빛을 받은 모습은 너무도 예뻤는데, 사진은 이렇게 밖에...
아직도 사천왕문 주변을 못 벗어남. -_-; 여기서 어딜 봐도 다 예뻐 보여서 안쪽의 삼층 석탑이랑, 멋진 배롱나무는 아껴두고 계속 사진을 찍게 되는 마법!
표충사를 크게 3부분으로 나누면, 아래쪽의 서원(사당)구역, 사천왕문 안 쪽의 삼층 석탑구역, 그리고 대광전 구역으로 나눌수 있다. 역시 넓은 마당 한가운데 삼층석탑을 중심으로 건물들은 가장자리로만 있어서 뻥 뚫린 느낌이 든다.
통일신라 시대 말에 세워진 탑이란다. 신라탑은 이상하게 처음에 만들어질 때가 더 완성형 같다. (아마도 나의 미적 기준이 남다른 탓이겠지.) 1층 몸돌이 너무 크다고 생각되는데, 좋게 해석하자면 몸돌 크기가 위로 갈수록 작아지니 상승감이 느껴진다고 봐야 할까...
뒤의 배롱나무도 절정을 조금 지난 상태.
상륜부가 멀쩡하게 남은 탑이 남원의 실상사탑밖에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닌가 보다.
배롱나무 찍는 진사님이 서너 분 있어서 서로의 프레임에 안 걸리게 조심조심 찍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느지막히 오신 젊은 진사님이 다른 사람들 다 무시하고 배롱나무 아래에 배낭을 부려놓고 혼자서 맘대로 한참을 찍어서 좀 짜증이 났다.
좀 기다려 보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마지막 구역인 대광전 구역으로 이동했다. 짧은 계단으로 공간이 구분 되었다.
범종루와 우화루
꽃이 절정일때는 더 좋았겠다. 꽃속의 탑 컨셉이 좋아서 각도를 달리하며 엄청 찍었다.
대광전. 이 절의 중심이 되는 전각인데, 금칠된 현판이며, 지붕의 잡상이 눈에 띈다. 특히 지붕의 잡상은 절집에선 본 기억이 없다. 용마루 가운데에 있는 것도 낯선데, 피뢰침인가 하기엔 뭔가 장식이 많이 되어 있었다. 계단의 소맷돌도 멋졌는데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이 없네. 크게 건물을 한 바퀴 돌아보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서 대충 사진을 찍고 맞은편 우화루에서 쉬었다.
구름사이의 빛내림이 멋졌는데, 사진은 이러기야?? -_-;;
대광전옆에 익숙한 꽃이 보였다. 산목련 혹은 함박꽃나무 같은데 나무 크기도 꽃도 너무 크기가 작았다. 검색해보니 산목련이 맞는것 같다. 언젠가 답사에서 만난 산목련은 가로등처럼 높고, 큰 꽃이었는데 말이다.
멀리 관음전 뒤에도 만개한 배롱나무가 보인다. 그 앞의 석등도 잘 생겨서 화엄사 석등을 연상 시켰는데, 딱히 가까이 가서 보지는 않았다. -_-;;;
대광전 맞은편의 우화루. 띄엄띄엄 사람들이 앉아 있어서 전체적인 모습을 찍지는 않았다. 계곡쪽으로 크게 지어진 누각이다. 왼편에 자판기가 있었는데, 짐을 가볍게 하느라 지갑을 차에 두고 와서 매우 아쉬웠다. 계좌 이체 해준다고 하고 돈을 빌려볼까 같은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할 만큼 덥고 갈증이 났다. ㅠ.ㅠ
난간 밖의 계곡. 이 물이 흘러흘러 아래쪽으로 넓고 놀기 좋은 계곡을 만든다. 표충사 계곡은 가족 물놀이 장소로, 대학생들 MT 장소로도 유명하다.
표충사 가는 길에 본 계곡은 물도 많고 돌도 많았는데, 상류는 이렇게 물이 거의 없는 모습이 신기했다.
누마루의 자리를 잡고 밖을 보고 있으니, 눈이 시원해졌다. 산이 높고 멀어서 안경을 끼나 안 끼나 똑같이 잘 안보여서 오히려 노안이 사라지는듯한 느낌적인 느낌. 시내의 영남루에 여름에 가본적이 있는데 시원하고 속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는데, 이곳 역시 비슷했다. 지폐만 몇 장 있었어도 시원한 물과 함께 더 좋았을텐데.
자연스러운 서까래와 대들보도 멋지다. 얼마나 큰 누각인지 전체 모습이 제대로 담기지도 않는다.
좀 체력이 회복된듯 하여 다시 대광전 쪽으로 구경갔다. 일렬로 늘어선 걸쇠의 모습. 자세히 찍고 싶었지만, 줌으로 땡기니 화질이 구질구질해져서 버렸다.
생각보다 건물이 크고 높아서 웬만큼 당기지 않으면 안되겠길래, 그냥 포기하고 실루엣으로... 대광전 옆 팔상전의 처마끝인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팔상전도 구경할 거리가 굉장히 많았다. 역시 복습보다는 예습이 중요하긴 하다.
역시 탑은 멋진 피사체다. 이때쯤은 사람이 거의 없어서 마음껏 사진을 찍어야지 했다. 저녁 예불 시간이 다 되어가는것 같아서 시간을 보내며 기다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템플스테이 하시는 일단의 무리들이 탑앞에서 한참을 머물다 가셨고, 기다리다 나도 지쳤다. 그리고 뒤늦게 나타난 중년의 커플과 사진 포인트 쟁탈전?!같은 상황이 되버려서 그냥 대충 찍고 내려가야겠다고...
가운데가 넓은 마당이어서 한적해보이지만, 건물이 크기도 크고 여러채였다. 아주 오래전 통도사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요사채를 크게 지어서 한동안 그쪽으론 시선을 안 주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니 이제는 그 풍경도 자연스러워졌다.
표충사의 삼층석탑은 위치가 애매하다. 보통 탑과 석등은 대웅전 앞에 일직선으로 배치 되기 마련인데, 외따로 떨어져 있고 심지어 대광전과는 직각을 이루는 방향에 있다. 표충사의 전신이 죽림사와 영정사라는 절이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서래각(혹은 승련암) 현대의 마지막 고승이라고 추앙받고 있는 효봉(曉峰) 스님이 입적하신 곳이란다. 출입은 제한 되어 있는데, 밖에서 보기와는 달리 굉장히 넓고 큰 곳이라고. 효봉 스님은 개화기에 법조계에 투신하여 판사를 지내다가 돌연 입산하여 일생을 수행과 교화로 보낸 분이시란다.
이 자리에서 보는 풍경이 딱 마음에 들었는데, 폰카라서 아쉽다. 좀더 선명하고 깔끔한 사진으로 갖고 싶은 풍경이다.
아무도 없어서 배롱나무 전체를 담아 볼까 했는데 나무가 커서 다 담기가 쉽지 않았다.
조금더 멀리서 전체의 모습을 담아 보려고 했는데, 똥고 발랄한 초딩들을 포함한 일가족의 등장으로 실패. 기다리고 뭐고 없이 그냥 대충 찍고 퇴장.
사천왕문
아쉬워서 돌아봄.
사람 지우는 어플을 익혀야 할까?!!
저 대숲 근처에 부도밭이 있다던데, 알았어도 가보진 못했을테지만 궁금하다. 다음을 기약해야 할듯...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옴. 가을쯤에 다시 한번 오면 좋겠다. 그때는 통도사와 묶어서 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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