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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하나의 포스팅에 다 담으니, 오래된 컴퓨터가 노인 학대하지 말라며 반항을 해서 목적지 별로 나누기로 했다. 날짜 별로 나누어서 올리던 시절도 있었는데, 당일로 다녀온 곳을 이렇게 목적지 별로 나누려니 쪼끔 쑥스럽다. 계획은 새벽에 일찍 도착해서 무산사, 고려동 유적지, 함안 연꽃테마파크, 무진정을 돌아볼 계획이었다.

 

그다지 무리가 가는 일정도 아니고, 날이 더우니 새벽에 일찍 출발해야지...했지만, 방해세력이 있었다! 5시쯤 출발 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4시쯤부터는 준비를 해야 했는데 말이다. 결국은 6시가 넘어서 출발을 하게 되었고, 컨디션도 좀 별로였다. 

 

무산사는 주세붕의 영정과 유품을 모신 사당이다. 작년에 고려동 유적지에 갔을때, 그곳의 문화재 해설사로 부터 추천 받아서 처음 왔었다. 무산사가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왔는데 안내판에 주세붕의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주세붕 하면  영주의 소수서원 밖에 몰랐다. 

 

8시 조금 못 되어 도착을 했는데, 벌써 해가 뜨겁다. 그런데 작년에 굳게 닫겨 있던 문이 활짝 열려 있고, 관리하시는 분이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커피를 한잔 마시고 계셨다.

문제는 이른 아침, 강한 햇살을 어쩌지 못해서 사진이 대부분 망했다는 것.  느즈막한 오후의 부드러운 빛은 대충 찍어도 다 마음에 드는데 아침에는 매번 이런 식이다. 오른쪽 절반이 허옇게 날아간 사진을 엄청 어둡게 조절했다. 

관리하시는 분께 인사를 하고 관람해도되냐고 여쭈어 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번에 왔을땐 밖에서 보고 갔다고 하니 코로나 때문에 낮 12시까지만 개방을 하신단다. 

관리하는 건물 앞에 있던 비석. 뭔가 괜히 마음에 들어서 한장 박아둠.

앞쪽의 관리하는 건물들을 지나면, 무산서당이 나온다. 뒤로 화려하게 만개한 배롱나무가 멋진 배경이 되어 주고, 건물도 단정하니 예쁘다. 나중에 보니, 저 문들도 모두 다 열어 놓으셔서 개방감이 시원하고 좋았다.

서당 현판 뒤에 있는 경(敬)자는  소수서원의 계곡 바위에 새겨진 글자와 같다.

2002년 부석사에 갔을때 찍어온 사진

 

서당 뒤쪽으로 만개한 배롱나무가 있는 멋진 풍경을 생각하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건물 뒤로 돌아간다. 햇빛은 여전히 강하고 땀이 비오듯 흐르기 시작했다.

건물 뒤쪽에도 '경'자를 새긴 바위와, '경'자에 대한 설명이 있다. 꽃을 잔뜩 달고 휘어진 가지가 정말 멋지다.(라고 쓸려니 좀 부끄럽다.-_-;; )

바위 옆쪽으로 광풍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데 제법 가파르다. 그늘 진 곳이라서 햇빛이 뜨겁지는 않았는데,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너무 강했다. 나무의 꽃들도 예쁘지만, 배롱나무 꽃은 바닥에 수놓듯이 점점이 떨어진 붉은 흔적도 좋다. 저 바위 위에 떨어진 꽃을 좀 찍어 보려 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주세붕의 영정이 봉안되어 있는 광풍각. 꽃 그늘 아래에서 보는 풍경이 좋다. (이런 사진을 걸어놓고 하기엔 민망한 멘트지만...-_-)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으니 계단이 가파르다고 조심하라 일러 주신다. 눈으로 보는 풍경은 참 멋지고 아름다운데, 사진으로 표현이 안되니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고 셔터만 눌러댔다.

그 사이에 서당의 문이란 문은 모두 열렸다. 마루바닥이 반질반질 해보인다.  저 마루쪽에서 사진을 하나 찍을걸 그랬다.

올려다 본 풍경. 배롱나무는 꽃이 표면에만 피는 느낌이다. 초록빛과, 분홍빛이 적당히 어울려서 좋았다.

이 나무들은 몇 년을 살아온걸까... 갑자기 툭 소리를 내며 나무 껍질이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쪽 처마 안쪽에 말벌이 집을 지었는지 붕붕 거리며 잔뜩 몰려 있었다. 

 

주세붕 초상. 

 

문 너머 문 너머의 풍경.

오래된 기와 담장엔 이끼와 강아지풀이 자라고 있었다. 

이끼 낀 담장의 기와도 고풍스럽다.

담장 너머의 먼 풍경. 작년에 왔을때는 풀이 무성했던 공터는 말끔하게 제초되어 있었다. 

광풍각에서 나와서 계단으로 내려가지 말고 옆으로 길인듯, 길 아닌듯한 통로(?)가 있다. 양반집 뒤뜰에 단을 만들어 정원을 가꾸던 흔적이 아닐까 싶긴 하지만 옆 건물 문 앞을 지나니 골목길 같기도 하다.

아직 시들지 않은 꽃 한송이(인가? 뭉치인가?)

무성한 잎이 만드는 짙은 나무 그늘 터널을 통과하고 뒤돌아 본 풍경.

 

밖에서 본 광풍각. 

통로 끝의 마지막 배롱나무.

아마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진사님이면 하루종일 찍어도 좋을 만큼, 다양한 풍경을 만날수 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가, 함안엔 워낙 배롱꽃이 화려한데가 많아서 그런가...사람이 없이 혼자 온전히 다 차지 하는 것이 좋았다.

옆으로 비탈길이 있어서 올라온 길로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비탈길 통로에서 뱀을 만났다. 처음 함안을 온 날에도 무진정에서 큰 뱀을 만났는데... 아주 작은 새끼뱀이 내 발자국 소리에 놀라 풀 사이로 스르륵 사라졌다.

작년에 왔을때, 오른쪽 언덕에 백로가 떼로 살고 있어서 시끄럽고, 깃털도 막 떨어져 있고 했는데 조용하니까 이상했다. 이른 시간이어서 새들이 아직 잠이 덜 깬 건지... 

작년에는 한낮에 와서 뜨겁기도 하고 문도 잠겨 있어서 이 자리에서 몇 컷 찍고 말았는데, 막상 떠나려니 아쉽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도 다음 일정이 있으니 차로 가는데 방명록 한 장 써달라고 하셔서 몇 글자 적고 고려동 유적지로 출발했다. 

 

*다녀오고 바로 사진을 업로드 하지 않아서 날짜를 대충 썼는데, 다시 확인해보니 함안을 다녀온 날은 7월 30일이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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