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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 생태공원 해바라기가 시들시들 끝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지기 전에 눈도장 한 번은 찍어야지 하고 올해 처음으로 가봤다. 몇 번을 갔는데도 낙동강을 건너기 전의 도로는 복잡-_-;;해서 역시나 길을 잘못 들어서 같은 곳을 세 번쯤 헤맨 것은 안 비밀. 대저 생태공원 P3 주차장은 구포다리 밑인데,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공기가 순식간에 시원해졌다. 캠핑카로 개조한 차들도 많고, 다리 그늘 아래에 돗자리 펴고 자는 사람, 앉아서 이야기 나누며 노는 사람들도 많았다. 뭔가 90년대 풍이랄까... (그리고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연세가 좀 있으셨다. )

 

해바라기 상태는 좀 메롱이었고, 그 너머에 코스모스가 한참 피고 있었다. 사망한 줄 알았던 파나소닉 카메라엔 예비 배터리를 넣어보니 작동을 한다. 몰랐는데 12배 줌이었다. 계속 당겨지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오래된 디카를 꺼낸 것은, 한 7년 전쯤에 비 오는 날 통도사에서 찍은 사진들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그때쯤 파나소닉 카메라가 익숙해져서 사진이 참 잘 나왔는데, 일단 무겁고-_-; 자갈밭에 떨어뜨려서 렌즈에 두군데 찍힘이 있어서 안 쓰게 되었다. 

 

그런데 다시 그 카메라로 찍어보니 난감한 것이 구형 카메라라서 액정이 요즘 카메라보다 더 작다. 사진이 찍히고 있는지, 뭘 찍었는지 알기 힘들 정도로. 그 액정 크기에 익숙해질수 있을까? 파나소닉으로 찍으니, 그 옛날 필름 카메라로 찍는 기분이었다. 현상하기 전까지는 결과물을 알수 없는...-_-;; 얘는 와이파이도 안되니 폰으로도 확인이 안되고. 이래저래 새 렌즈를 사는 것이 답이긴 하겠다.

 

아래쪽의 자갈은 주차장이고, 너머에 자잘한 노란 색이 해바라기다. 어렸을 적 해바라기들은 키도 크고, 꽃도 컸는데 요즘은 이렇게 작은? 아담한? 해바라기들을 주로 심는것 같다. 그런데 해바라기들은 해를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해가 사진의 오른쪽 위에 있는데, 모두 해를 등지고 있었다.

주차장 바로 앞이 해바라기밭이지만, 줄이 쳐져 있었다. 다들 줄을 넘어 가긴 했는데, 어쩔까 한 5분은 망설이다가-_-;;;  출입구를 찾아서 좀 돌아 들어갔다.

잡초도 무성하고 해바라기속으로 들어가니, 꽃이 생각보다 적게 느껴진다.

왜, 다들 해를 등지고 있는거지? 넓은 밭에 동글동글한 얼굴들이 많이 보이는 사진을 찍고 싶었다.-_-

하지만, 애들이 힘이 없네. 고개를 숙이거나, 딴데 를 보고 있다.

어이~ 이 쪽 좀 보라고! 더위에 지쳤는지도 모르겠다. 진사님들이 커다란 골프장 우산을 들고 다닐만하게 햇빛이 강한 날이었다.

해바라기 너머로 분홍색 띠처럼 보이는 곳이 코스모스밭이다. 진사님들은 해바라기를 버리고 모두 그쪽으로 가신듯...

해바라기밭과 코스모스밭의 경계에 있던 나무. 

코스모스는 이제 피기 시작한듯 활짝 만개한 편은 아니고, 키가 작은 품종이었다. 코스모스 사이로 길이 나 있어서 길따라 들어가면 꽃과 함께 사진을 찍을수 있는데도, 길 아닌 곳으로 다 짓밟아 놓으며 지나간 흔적들이 있었다. -_-; 굳이...뭐하러 그런 짓을...

멀리 새로 생긴 커피숍 건물이 보인다.  번화하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아니라서 처음엔 관리 시설같은 공공건물인줄 알았다. 

파나소닉 디카로 저 정면에 보이는 원두막 같은 쉼터가 확 땡겨져서 참 좋았는데... 어떻게 찍혔을지 궁금하다.(디카는 차에서 가져오질 않고 있다. -_- 무겁다.)

역시 하늘이 열일한 날!

돌아서 나가면서 찍었더니 내 그림자가 저만큼이나 찍혔구만... 길에는 지난 가을의 흔적인 낙엽이 쌓여서 폭신한 느낌이었는데, 가끔 잘못 밟으면 푹 꺼져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아파트가 같이 찍히는건 별로지만, 나무랑 찍으려면 어쩔수가 없었다. 꽃도 나무도 원하니까 이런 사진-_-

꽃을 좀 포기하고 얻은 마음의 안정!

햇빛을 투과한 코스모스 꽃잎이 좋아서 찍었지만 옆으로 기울어질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늦은 오후 햇살은 아침 햇살처럼 강하지 않아서 좋다. 

구포다리를 넘어가는 차들이 기차놀이를 시작했다. 일찍 넘어오길 잘 했다. 여기서 해지는것도 볼까 했는데 이미 마이 치쳤다. -_-;

쉼터의 나무 그늘에 숨어서 쉬었다. 벤치에 저 물건들은 중국 아가씨 한쌍의 물건들이었는데. 왼편 코스모스 밭에서(1미터쯤 들어간) 신나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젊음이 좋구나!!  오른쪽 벤치에선 자전거 타시는 분이 앉아서 쉬면서 담배를 연방 피워댔다. 흠... 담배연기가 마스크를 통과해서 계속 느껴지는걸 보니, 내가 쓴 마스크가 kf-ad였던가 보다.

저 나무 아래의 토끼풀이 햇살을 받는 사진을 찍고 싶었던것 같은데, 덥기도 하고, 쪼그리고 찍기도 귀찮고 했던 기억이 난다. 사진이 없는 걸 보니, 결국은 안 찍었나보다. 하하하하하하-_-;;; 다시 차로 돌아와서, 해질녘 해바라기 밭이 노랗게 물드는 샷 하나만 찍고 갈려고 기다렸는데...아뿔사, 다리 그림자가 해바라기 쪽으로 드리워졌다. -_- 다시 해바라기 밭 속으로 가야 원하는 사진이 나올것 같아서 오늘은 요기까지!를 외치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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