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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수로왕릉 아침 산책(2021.08.03)

푸른밤파란달 2021. 8. 3. 20:02

지난 금요일에 함안으로 갔던 배롱나무 꽃 투어(?!) 사진을 정리해야 하는데... 망한 사진 골라내는 작업이 너무 힘들어서 미뤄놓고 아침에 다녀온 수로왕릉 사진부터 올리고 컴퓨터를 꺼야겠다.-_-; 통도사 새벽예불에 가려고 차를 건물 주차장에 넣어놨는데, 며칠 애매하게 잠이 깨버려서 일단은 차를 뺐다. 이래놓고 내일 새벽에 통도사로 달릴지도 모르겠다. 주차장이 협소하여 쓰지도 않는 차가 한 칸 차지하고 있는 건 좀 미안한 일이다.

7시 30분, 박물관을 갈까, 수로왕릉을 갈까 하다가 내 선택은 수로왕릉. (박물관 뒤뜰은 남들은 웃겠지만 나한테는 산책의 탈을 쓴 등산-_-이다.) 8시부터 입장시간이라 차에서 좀 놀까 했는데 문이 열려서 그냥 들어갔다. 구름이 잔뜩 끼고 흐린 날이어서 사진을 찍기가 애매했다. 사람도 없고, 시간도 많으니 천천히 크게 한 바퀴만 돌았다.

매일 아침마다 와서 사진 찍고, "오늘의 수로왕릉" 폴더를 하나 만들까라는 뻘 생각을 잠깐 했다. -_-

주말에 잠깐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해서 능소화가 부활했을줄 알았는데, 그냥 그랬다. 지난 7월 26일보다는 조금 꽃이 많아진듯한 느낌적인 느낌. 날이 흐려도 아침 햇빛은 강해서, 매번 아침에 일찍 찍은 사진들은 마음에 안 든다.

말벌인지, 꽃등에인지가 찍혀서 버리지 않은 사진.

찍다보면 늘 똑같은 구도-_-;; 벌써 몇 년째인지 지겹다. 꽃이라도 풍성하면 좋으련만...

휴대폰 들고 만세 부르며 담장 너머를 찍어봄. 보통은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슬슬 더워지고 귀찮고, 올때마다 보는 풍경이라...

제법 풍성해서 들어가 볼까, 하고 0.5초쯤 고민함. -_-; 하지만 오늘은 뒤쪽의 숲을 한바퀴 돌 계획이니까 패쓰!

이쪽이 원래 좋아하던 곳인데, 줄기 끝이 마르고 꽃봉오리가 하나도 없는 걸 보니 예년같은 풍경은 못 볼것 같다. 저 길게 늘어진 가지 끝에 꽃이 만발한 풍경이 참 예쁜데...

 

오른쪽에 조금 나온 배롱나무는 대체 언제쯤 만개하는지 도통 알수가 없다. 지금 다른 동네는 절정을 살짝 지날 정도로 꽃이 다 피었던데, 쟤는 항상 저 상태다가 어느해 9월인가 꽃이 만개한 모습을 남의 사진에서 봤다.

연못에 연꽃도 한번 보러 가주시고. 보기엔 짙은 분홍빛이 만발해 있었는데 사진이 너무 허접하다.

멀리 한무더기 더 있었네! 손바닥만한 연못에서 저쪽의 연꽃은 처음 본다.

땡겨봐도 딱히...-_-;;

뒤쪽으로 걸어가는데 눈에 확 들어온 자주빛 배롱나무. 함안에선 이것보다 옅은 보라빛과 분홍색 배롱나무를 봤는데, 이런 색은 또 처음 본것 같다.

눈으로 보면 색깔도 예쁘고, 참 신기한데, 찍사가 너무 허접하여...-_- 그리고 나무도 가지치기를 이상하게 해서 전체적인 모양은 좀 별로였다.

김해에서 흔히 볼수 있는 쌍어 문양. 허황옥이 타고온 배에 그려져 있다 그랬나, 그 나라를 상징하는 문양이라고 그랬나...

뭐하는 건물인지는 모르겠는데, 창호지 창문이 특이해서 찍어봄. 창 밖에 선반이 달려 있다.

나무가 우거져서 자동으로 놓고 사진을 찍으니 시꺼멓게 나오기 시작했다. 이 사진은 액자를 입히면서 밝기를 조절한 것.

걷기 운동하는 사람 서너 명 밖에 없고, 나는 시간이 많은 백수이니, 폰카가지고 좀 놀아봄. 셔터 속도로 빛을 조절해볼까? 라는 쓸데없지만 쓸데 있을것 같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땀을 한바가지 흘리며 온갖 셔터 속도를 다 시험해봤으나, 리사이즈 하고 액자 입히면서 밝기 조절하는 과정은 똑같이 해야 했다.

멀리, 운동하시는 어르신. 나를 몇 번 스쳐 지나가셨다.

버찌! 처음엔 때죽나무 열매인가 했는데, 색깔이 빨갛길래 자세히 보니 벚나무다.

눈에는 초록 잎 사이로 알록달록 콩사탕만한 귀여운 열매가 참 예뻐 보이는데, 그렇게는 절대로 안 찍혀주신다.

보기엔 맛있어 보여도 먹어면 퉤퉤하기론 아로니아와 함께 투탑이 아닐지... 먹는 버찌랑 품종이 다르다고...

대충 감으로 셔터 스피드를 조절해봤는데, "대충 이 정도하면 되겠지" 가 별로 통하지 않았다. -_-

한참 잘 놀다가, 이러다가 폰카의 장인이 될것 같아서-_- 그만 하기로 함.

봄에 왔을때 설치미술 같기도 하고, 무당집앞의 신목 같기도 했던 나무에 열매가 맺혔다. 도토리 나무였군!!

아직은 애기도토리들.

이 시기엔 어딜 가나 풀이 너무 무성하고 초록이 징그러울 만큼 모든 색을 잠식해서 안 좋아하는데, 관리가 잘 된 모습이 참 좋았다. 다만 아침이라 그런지 지렁이 들이 바닥에 잔뜩 그림을 그려놓으며 밖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주의하지 않으면 밟을 것 같았다.

맥문동은 꽃이 엄청 많아졌다. 셔터 스피드 조절 실패. 묘하게 어떻게 해도 마음에 안드는...-_-; 지금은 맥문동의 계절!

맥문동 너머 소나무 아래에 잔뜩 떨어져 있던 솔방울 풍경도 참 좋았다. 들어가서 바닥에 폰을 대고 찍고 싶었다. -_-;;

솔방울만 찍으면 그냥 똥덩어리처럼 나와서 맥문동을 아래에 깔아봄. 그래도 똥덩어리같네. -_-;;

 

벤치 많은 곳에 좀 쉬기로 함. 걷기 싫어서 몸만 돌려서 사진을 찍는데, 오래전에 나한테 줌은 역시 발줌이 최고라고 했던 누군가가 생각이 났다.

맥문동에 다가가면, 이런 애들이 잔뜩 달려있다. 한약재로도 쓴다는데, 징그럽다.

후원을 나가는 문. 간만의 숲길 산책인데 너무 성의 없이 대충 찍었나 싶기도 하다.

요때도 셔터 스피드 테스트를 한건지 똑같아 보이는 사진만 대여섯장이군.

가방에 레고가 있어서 낮은 담장위에 세워봤다. 지난주에 함안 고려동 유적지에 갔을때 사진 찍으려고 꺼내보니 저 모자가 없어져서 혼자 쌩쇼를 했다. 왔던 길을 되짚어보며 찾아봐도 없어서 (모자가 없으면 머리 모양이 흉칙하다.-_-;) 대실망을 하고 , 문화재 해설하는 분에게 혹시 주우시면 내년까지 보관해달라 할까 뭐 그런 생각도 했는데, 차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능.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다시 건물 구역. 이곳 건물들은 다들 2~30년 밖에 안된 건물이라서 딱히 관심은 없었는데, 서까래가 한번 꺽어져 각도가 다른 모습이 특이해 보여서 찍었다.

하늘이 흐려서 우중충한 풍경.

빛이 바래서 낡아진 풍경이 썩 마음에 들었다.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이랄까...

멀리 담장 너머로 찍던 능소화도 보이고...

오랜만에 한 바퀴 돌았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어서 집에 가서 샤워하고 밥 먹어야겠다는 생각만이 뇌를 지배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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