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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은 가로수도 배롱나무인 경우가 많아서, 천천히 운전하면서 길가의 배롱나무들을 구경하면서 고려동 유적지에 도착했다.

♣ 고려동 유적지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킨 고려 후기 성균관 진사 이오선생이 거처를 정한 곳

함안군 산인면 모곡리 580번지 내 위치한 고려동유적지는 고려 후기 성균관 진사 이오(李午)선생이 고려가 망하고 조선왕조가 들어서자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키기로 결심하고 이곳에 거처를 정한 이후 대대로 그 후손들이 살아온 곳이다.

이오는 이 곳에 담장을 쌓고 고려 유민의 거주지임을 뜻하는 '고려동학'이라는 비석을 세워 논과 밭을 일구어 자급자족을 하였다. 그는 아들에게도 조선왕조에 벼슬하지 말 것과 자기는 죽은 뒤라도 자신의 신주(神主)를 이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기지 말도록 유언하였다. 그의 유언을 받든 후손들은 19대 600여 년에 이르는 동안 이 곳을 떠나지 않았고, 이에 고려동(高麗洞)이라는 이름으로 오늘까지 이어 오고 있다.

현재 마을 안에는 고려동학비, 고려동담장, 고려종택, 고려전답, 자미단(紫薇壇), 고려전답 99,000㎡, 자미정(紫薇亭), 율간정(栗澗亭), 복정(鰒亭)등이 있다. 후손들이 선조의 유산을 소중히 가꾸면서 벼슬길에 나아가기 보다는 자녀의 교육에 전념함으로써 학덕과 절의로 이름있는 인물들을 많이 배출한 이 곳을 1983년 8월 2일 기념물 제56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이곳을 알게 된 뒤로 매해 여름마다 배롱나무를 보러 온다. 올해는 조금, 아주 조금 이르게 온듯한 아쉬움이...-_-

문화재 해설사 사무실 뒷쪽으로 작은 공원처럼 꾸며져 있다. 지난번엔 못 본것 같은데 벤치도 있고 그늘이 좋았다.

아직은 오전인데도 한낮의 뜨거움 같은 공기가 훅 달려든다. 먼저 오셨던 진사님 한 분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백수의 특권이랄까!

요렇게 바닥에 떨어진 꽃잎들을 좋다. 조금 더 많이 떨어졌으면 좋겠는데, 이제 막 만개한 나무 더러 좀 더 떨어지라고 할수도 없고... 한번쯤은 두번 보러 갈수도 있을까.

예년보다 꽃이 덜 해서 아쉽다. 이 사진 찍고 약간 현타가 왔다. 매해 똑같은 구도로 찍고 있기때문에...-_-;;

하필, 제일 가까이 갈 수 있는 부분에 꽃이 부실하다. 처음 왔을때는 저 가지가 아래로 더 길게 늘어져서 진짜 멋졌었다. 지금은 가지를 받치는 버팀목을 제대로 해놓고 가지치기를 해서 조금은 단정해진 모습이다.

여기서 찍은 사진들도 햇빛이 강해서 좀 별로여서 많이 버렸다. 그나마 마구잡이로 많이 찍어서 버려도 버려도 살아남은 사진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저기 보이는 돌다리가 인물 사진 찍는 포인트인데, 폰카로는 디테일을 살리기 힘들어서 한번도 신경써서 찍은 적이 없다. 내 시선을 끄는건, 오히려 저 개울이다. 그늘져서 어두운 색 이끼가 낀 개울에 분홍색 꽃잎들이 점점이 떨어져 있는 건, 꼭 밤하늘의 별같다. 그리고 개울물이 좀 많이 흐르면 물이 햇빛에 반짝이는 풍경들도 참 좋은데, 이런 건 사진으로 표현이 안되서 많이 아쉽다.

종택으로 들어선다. 배롱나무와 가장 가까운 건물이 자미정이다.

건물들이 담장으로 구역이 나누어져 있어도 다 통하게 되어 있고, 건물도 여러채고 담벼락에 알록달록 꽃들도 잘 가꾸어져 있다.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어서 고택이어도, 반질반질 윤이 나고 사람 손길이 느껴진다.

대문간에 서서 안팎을 구경한다. 천천히 시간을 보낼 에정이었다.

여름에 피는 꽃들의 종류가 이렇게 많았던가, 담장 아래도, 좁은 마당에도, 볕이 잘 드는 곳에는 모두 꽃이 아기자기 하다.

옛날엔 이런 고택에 오면 건물 사진 찍기 바빴는데, 요즘은 꽃만 열심히 찍는다. 휴대폰 갤러리엔 온통 꽃사진이 넘쳐난다.

무진정도 그렇고, 이곳도 주련 해설이 있어서 좋다. 아는 글자가 몇 글자 없어서 읽을수는 없지만, 해설이라도 열심히 본다.

담장 너머 배롱나무

오랜만에 본 채송화라 반갑다.

 

여름이라 문을 다 열어놓아서 시원시원하다. 마루도 반질반질 깨끗하다.

작년엔 아이스박스에 시원한 물과, 몇가지 차와 음료가 준비 되어 있었는데 다 치워지고 없다. 부디, 예의없는 관람객이 함부로 해서 없어진것이 아니면 좋겠다.

반질반질한 마루를 찍고 있으니, 레고 친구가 생각이 났다. 가방 어딘가에 있을텐데 하고 꺼내보니, 모자가 없는거다. 모자가 없으면 일단 모양도 흉하지만, 그려진 머리카락도 빨간색이라서 흉칙하다. 가방을 다 쏟아놓고 호주머니를 다 뒤져도 없어서 그 후로 부터는 사진이고 뭐고... 모자찾기에 신경이 쏠렸다. 왜, 여분으로 여러개 주문하지 않았는지, 과거의 나를 원망하기도 하고 칠칠치 못하게 어디서 흘렸는지 왔던 길을 되짚어 갔다.

사람이 살고 있어도 건물이 워낙 여러채고 관람하는데 지장은 없는데, 매해 둘러보던 곳이라 미련없이 밖으로 나갔다.

사진 찍은 곳을 뒤짚어 차로 돌아가는 동안 내내 바닥을 살폈다. -_-;;

찾기를 포기하고 차문을 열고 보니...차에 있었던-_- 레고 모자. 모자색이 기억이 안났는데, 노란색이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어도 찾기나 했을까...-_-

무진정에서 찍은 레고

원래는 연꽃테마파크로 가려고 했는데, 이미 날씨가 땡볕을 걸어다니다가 쓰러지기 딱 좋았다. 연꽃도 예쁘고 좋긴 한데, 작년에 가보니 거긴 그늘 한 점 없는 땡볕이라서 자신이 없고, 목수국을 보러 가기로 했다. 작년 하동의 동정호에서 본 목수국이 굉장히 신기하고 예뻤는데, 하동은 멀어서 다시 갈수 있을까 했다.

올 여름, 다시 함안을 찾게 되면 이른 아침에 연꽃테마 파크를 가고, 무진정이나 고려동 유적지엔 오후 늦게 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시 오기엔 여름은 너무 덥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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