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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정에 가기 전에 목수국을 보러 갔다. 목수국은 유럽 수국이라고도 부르는데, 최근에 유행?!하는 꽃인가 보다. 작년에 하동의 동정호에서 보고 왔는데, 올해 수로왕릉 앞의 커피숍 정원에도 피어 있는 것을 봤다. 인스타그램의 영향인지 핑크뮬리, 팜파스, 댑싸리 등등... 뭔가 식물들 조차도 유행이 있는 것 같다.

2020년 동정호 목수국


작년의 동정호 사진을 정리해서 올리지 않은 모양이다. -_-; 블로그에 올려놨으면 링크로 대신 할려고 했는데...

여튼 함안에선 "아라한국병원"을 내비에 입력하고 목수국을 보러 갔다. 아라한국병원 보다는 "무학사"라는 절을 입력하는 것이 나을것 같다. 아라길이라는 자전거길 양쪽으로 꽃이 가꾸어져 있는데, 아라한국병원 앞부터 무학사 입구까지 목수국이 피어 있다. 무학사입구 (주소: 경상남도 함안군 산인면 학산2길 17-83) 쪽에 주차장이 있어서 주차하기가 편하다.


아라한국병원 앞의 학산2길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아주 잘 만들어져 있다. 굳이 지도를 캡쳐해서 올리는건, 초행으로 가보니 저 곳의 길이 워낙 정신없어서 였다. 함마대로라는 큰 길 옆으로 작은 옛길들이 두 개나 있어서 GPS도 내 위치를 정확하게 못 잡는 경우가 있었다.

여튼 이런 돌이 보이는 공터에 주차를 한다. 무학사는 더 위로 한참 가야 하고, 이 공터도 작은 절의 주차장이었다.

차에서 내리기 싫을 정도로 너무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집에서 무선 선풍기를 들고 갔는데, 손이 세 개라면 들고 내리고 싶었다. -_-;;

아라길... 자전거 도로인것 같은데, 시골 마을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예쁘게 잘 가꾸어진 길만 덩그러니 있는 느낌.

아라한국병원 방향. 아직, 나무가 어려서 그런지 꽃이 아직 덜 피기도 했고, 너무 여려보였다. 이 땡볕을 견딜수 있을까...

왼쪽의 도로보다 자전가 도로가 더 넓어보였다. -_-;;

내년이면 좀 더 자리 잡을수 있을까, 꽃을 감당하기엔 가지가 너무 휘청휘청한다. 별것 없는 데도 여기까지 온 수고가 아까워서 비슷비슷한 사진을 엄청 찍었다. -_- 아침에 시골 마을의 배롱나무 군락지 한곳을 찾아 갔었는데, 논 한가운데 있고 주차도 할수 없고, 들어가 볼수도 없어서 드라이브 쓰루로 구경만 탓인지 여기선 열심히 찍었는데, 그래봤자 한 10분 정도 머물렀나...

내년에 또 만나자 하고 무진정으로 출발. 길이 복잡해서 이 길이 맞나 하고 아라 병원 근처의 교차로까지 가는데 알고 보니 역주행이었다.-_-;; 그리고 함마대로로 갔어야 했는데, 나란히 달리는 옆의 옛길로 잘못 들어서서 한참을 돌아갔다. 역시 이런 이벤트가 없으면 내가 아니지.

평일의 무진정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옆으로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풍경. 작년 내내 올때마다 공사 중이더니 잘 정리 되어 있어서 좋았다. 그늘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잠깐 친구와 통화를 하며, 전체적인 풍경을 봤다. 생각보다 바람이 시원하고, 반갑게도 참매미 소리도 들렸다.

왜 이곳에서 파노라마를 안 찍었을까. 재미있게 나올것도 같은데...

무진정 입구 쪽에 배롱나무 붉은 빛이 보인다.

봄에 왔을때 너무 새것 같아 보이던 정자도 이제 풍경에 조금 녹아든것 같다.

물가의 돌 위에는 커다란 붉은귀 거북이가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예전에 잠깐 키워봤는데, 내가 키운 거북이의 10배 쯤 큰 녀석이었다. 물에서 수영하는 좀 작은 애들도 두 마리쯤 보이고.

거북이 보며 한눈 팔다가 데크 길에서 대차게 엎어졌다. 매고 있던 파나소닉 디카도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발목도 접지르고... 아이고 나이가 몇 갠데!! 땡볕 데크에 잠깐 쪼그리고 앉아서 가출한 정신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_-;;

진사님 한분이 카메라 두 대로 사진을 찍고 있어서 바로 올라가지는 않고 주변을 찍으며 한참을 서성거렸다.

정신을 수습-_-하고 무진정 입구로 가니, 역시 실망을 시키지 않는다. 꽃잎이 계단에 수북히 떨어져서 빨갛게 물들었으면 더 좋았겠다.

돌담이랑도 잘 어울렸는데, 사진은 이 따위.

바위 위에 누가 가져다 놓은건지, 새 모양의 장난감이 있었다.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돌담과 같이 찍으면 예뻐보일것 같았는데 아니어서 조금 슬펐다. -_-;;

진사님 동선에 방해가 안되게 일부러 주변에서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가 있는 쪽을 찍고 싶었는지 비켜 달라고 하시길래, 그냥 무진정 안으로 들어왔다. -_- 가끔 카메라만 들면 무례해지는 사람들을 만난다.

건물 왼편의 나무 그늘 아래 벤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배롱나무도 좋고, 나무 그늘 아래라서 바람도 시원하다. 몸을 돌리면 뒷편의 함안 조씨의 재실이 보이고, 주세붕의 무진정 기문 표지판이 바로 앞에 있다.

함안조씨 재실

분합문을 모두 접어 올린 개방감 끝판왕 같은 모습!

날개를 활짝 펼친 학같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왔을때는 저 소화기가 엄청 거슬렸는데, 이제는 그냥 그렇다.

한 바퀴 돌면서 맞은편 기둥과 기둥 사이를 액자 삼아 찍어봤다.

창호지를 통과한 부드러운 빛을 좋아한다.

마루에 앉을 수 없게 줄을 쳐놔서, 대신 레고를 세워놓고 한 컷!

차에 와서 물을 마시며 다음 갈곳을 물색했다. 집으로 바로 가도 되긴 하지만, 이왕 멀리 왔으니 가는 길에 한 곳 정도 들르면 좋을 것 같아 고른 곳이 무기연당이었는데,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지도 상으로는 집으로 가는 길 중간 어디쯤에 있었는데, 시간은 똑같이 걸렸다.

마을 회관 앞에 주차를 하고 골목길을 걸어가다 보니, 전에 답사 다닐때 한번 왔던 곳인것 같다. 그때 옆집에서 골목 담장밖으로 피어 있는 꽃이 불두화냐, 수국이냐 의견이 분분했던 기억이 난다. 정확하게 그 집인지 아닌지 확신은 없지만 맞는것 같긴 하다. 솟을 대문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동네가 너무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대문까지는 생각도 못했다.

무기연당은 주씨 고가의 연못정원을 뜻한다. 대문을 들어서니, 정면의 안채에 세간 살이들이 보여서 아, 관람을 해도 될까 당황스러웠다. 어쩌지, 입장을 바꾸어서 내 집을 누군가 기웃거린다면 굉장히 싫을것 같아서 발길을 돌릴까 했는데, 연못 쪽에서 할머니 한분이 나오셨다. 관람을 해도 되냐고 여쭈어 보니, 연못 쪽을 가르키시면서 안채로 가셨다.

주도복의 서재였다는 감은재. 대문을 들어서면 왼쪽에 있다. 축담에 장 본 물건들이 올려져 있어서 사진을 안 찍을까 하다가, 건물이 마음에 들어서 한장 남겨뒀다.

안채 앞의 작은 정원. 여기도 목수국이...^^;;

연못으로 나가는곳에 있던 안내판.

무기연당으로 가는 한서문

작은 쪽문 같은 한서문을 들어서면 만나는 풍경. 직사각형의 연못과 가운데 둥근 섬, 누각 두 채. 딱 영양 서석지가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왼쪽의 하환정이 조금 더 규모가 크고 연못까지 마루가 넓게 나와 있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따로 담장을 두르고 문을 낸 연못 정원치고는 굉장히 소박한 느낌이다.

이렇게 사각의 연못에 둥근 섬을 만든것은 아마도 천원지방을 상징하는 것이겠지. 연못 가의 휘어진 소나무와 쓰러져 죽어가는듯한 향나무도 운치를 더해준다.

요즘은 강아지풀 보다는 큼직한 수크렁이 더 흔한데, 연못 둘레를 걸어보니 옛날 시골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난다.

하환정 맞은편에도 두 동의 건물이 있었다.

하환정 왼편의 조명인지 CCTV 인지를 공사하는 날이어서, 누마루 위에는 작업하시는 분이 올려놓은 짐이 있었고, 끊임없이 유행가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담장앞에 배롱나무 한그루도 있고, 연못으로 굽은 멋들어진 소나무가 있다. 연못엔 송화가루인듯 노란 가루가 떠다니고 있었다. 수련이 몇 송이 있으면 하는 아쉬움.

사진에는 잘 안 보이는데, 풍욕루 앞의 향나무 한그루는 비틀어지고 쪼개진 채로 살아 있었다.

파노라마로 찍으니 이런 모습이 됐다. 하하... 직사각형 연못의 모양이 좀 웃기게 나왔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 아쉬우니 목수국 한장 찍어주시고

대문 근처 감나무에서 떨어진 풋 감들. 오랜만에 보는 대봉감이다.

골목길에서 높은 담장 밖으로 가지를 뻗었던 어느집 감나무. 뜨거운 볕에 곡식이 영글고, 열매가 자라나보다. 어렸을적에 나무 아래에 하얗게 떨어진 감꽃을 실에 꿰어 목걸이 만들며 놀던 생각이 갑자기 났다. 우리집은 감나무가 없어서 옆집으로 감꽃 주우러 다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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