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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밀양 오연정(2021.08.19)

푸른밤파란달 2021. 8. 24. 23:49

밀양 뒷북 배롱꽃 투어의 일정이 혜산서원 - 오연정 - 모선정이었다.  혜산서원이 마음에 들어서, 내년에도 백수-_-;; 면 꼭 8월 초에 표충사와 함께 밀양 배롱꽃 투어도 다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년도 백수면 통장이 너무 슬퍼할 것 같고, 함안과 더불어 밀양도 한 여름에는 너무 너무  더운 동네라서 과연 실행에 옮길지는 미지수다. 

오연정은 경상남도 밀양시 교동에 있는 전통한옥으로,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15호로 지정되어 있다. 입구에 세워진 안내문에 따르면 오연정은 조선 중기의 명종明宗때 문신인 추천鄒川 손영제孫英濟(1521~1588)가 고향으로 돌아와 지내면서 지은 별서別墅 건물이다. 손영제는 밀양密陽이 본관이며 자는 덕유德裕, 호는 추천鄒川이다. 1561년(명종 16) 훈도訓導로서 식년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였으며, 곧 예안禮安현감이 되어 선정을 베풀고 향교의 문묘를 중수하는 등 많은 치적을 남겼다. 이때 같은 고을의 퇴계退溪 이황李滉에게 나아가 학문과 정치에 대해 가르침을 구하였다. 1574년(선조 7)에 도산서원陶山書院을 건립할 때는 많은 사재를 희사하여 크게 이바지하였다. 관직은 사헌부지평司憲府持平을 거쳐 군수에 이르렀으며 밀양 모례사慕禮祠에 제향되었다.

​그의 호인 추천은 이곳 교동 모례慕禮마을 앞을 흐르는 강물 이름인데, 2000년에 후손 손백식孫百植이 지은 <오연정중수기사鼇淵亭重修記事>에 의하면 손영제가 직접 퇴계에게 가르침을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서 안동의 별칭인 추로지향鄒魯之鄕에서 따다가 지은 것이며, 이를 다시 자신의 호로 삼은 것이다. 추천은 일부 구간의 이름이며 전체 강의 이름은 밀양강이다.

​오연정은 이름만 보아서는 독채의 정자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제대로 규모를 갖춘 거주 공간이다. 전하는 말로는 앞마당 가운데 부분에 오연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는데 중건할 때 규모를 새롭게 하고 전체 건물 이름을 오연정이라고 했다고 한다. 오연정은ㄱ자형 평면의 목조木造 기와집인데, 돌출부에 누마루가 설치되어 있고 중앙의 2칸은 대청이며 양측에는 온돌방을 놓았다. 임진왜란과 1717년의 화재로 불탔다가 1771년에 중건되었으며 1936년에 후손들이 확장, 중건하였다. 오연정에는 4개의 현판과 12개의 주련이 걸려 있다.

출처: https://blog.naver.com/urihanok/221397310333

내비에는 나오지 않아 티맵을 켜고 갔다. 전날 읽을 블로그에 오연정으로 가는 좁은 길로 가지 말고 아래에 주차를 하라는 말이 그냥 길이 좁다는 말인 줄 알았다. 막상 내비가 가르키는 곳에 가보니 저건 길이 아닌데? 싶을 정도로 급경사 커브길이 있었다. 길가의 모텔겸 식당인 듯 한 곳의 전기차 충전소에 차를 대고 올려다보니 아무래도 올라갈 자신이 없다. 

하지만, 한여름 날씨에 걸어서 올라가기에도 너무도 급경사다. 

 

뒤로 뒤집어져서 뉴스에 나오는 흉악한 일이 벌어질까 조심조심하며 차로 올라 갔다. 경사로 위에는 몇 대 주차할 공간과, 두어채 건물이 있었던것도 같다. 마침 관람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올라갔다.

 

가는 길에 수령이 오래된 벚나무가 버찌를 잔뜩 달고 있었다. 봄에 벚꽃 필때 와도 좋겠다.  큰 은행나무도 있어서 가을에도 멋진 풍경일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운전해서 가기엔 경사로가 너무 겁이 난다. 베스트 드라이버를 섭외해 봐야겠다. 

멀리, 건물 뒷편으로 역시 오래된 버드나무(인듯...)와 아직 꽃이 남은 배롱나무가 보였다. 줌으로 당겨서 구질구질하고 꽃이 잘 안보인다.  대문인듯 아닌듯, 닫힌 문을 밀어보니 열렸다. 농기구들과 잡동사니가 있는 건물(대문채)이 있고, 더 안쪽으로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숨겨진 절경이 나타난다. 

배롱나무 가지가 정신이 없어서 그렇지. 실제로 문을 열고 들어서면, 우와~ 소리가 절로 난다. 잘 다듬어진 나무들, 돌계단, 양쪽으로 꽃을 피운 배롱나무, 배롱나무 아래엔 작은 연못, 돌출된 정자, 낮은 담장, 거뭇해진 고택의 기둥들, 하얀 회벽... 아마 입구의 대문채 덕에 기대가 전혀 없어서 그런지 너무 마음에 드는 풍경이었다. 

사진을 이렇게 건물이 잘 안 보이게 찍은 것은, 파란색 대걸레와, 연못가에 놓인 뻘건 고무통, 수도에 연결된 파란 호스 같은 것들이 조금 거슬려서이다.

찾아보니 "현벽루" 란다. 식영정의 현판을 떠올리게 했는데, 글자의 변형이 심해서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적당히 가려지고, 멋진 모습만 돋보여서 좋다. 누마루에 앉으면, 아래로 흘러가는 밀양강이 나무들 사이로 보일것 같았다. 

 

 

팔작지붕과 배롱나무가  잘 어울렸다.(사진이 허접한것은 찍사 탓이다.)

"오연정" (오른쪽)과 "현벽루"(왼쪽) 현판

댓돌위에 올라서니, 누각에서 보는 풍경도 멋지다. 배롱 꽃이 만발할때는 얼마나 화려했을까. 마침 진사님 두분이 오셨길래, 천천히 둘러보던 마음이 급해졌다. 지금껏 겪어본 바에 의하면 진사님들은 꽤 오래 사진을 찍어서, 서로가 방해가 되었다. 조심해서 따로 찍으면 좋지만, 이 곳처럼 건물과 어울러진 배롱나무 전체 풍경을 찍어야 하는 곳에선 피하기가 쉽지 않다. 

누마루 위에 올라가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려던 계획은 버리고 대충 찍고, 옆 건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좀 잘 찍어보려고 몇번 눌러보다가 포기하고 옆 건물로 이동했다.

건물 오른쪽으로 도니, 그쪽에 아궁이가 있었다. 아궁이 옆으로 옆 건물로 가는 작은 문이 있다. 옆 건물은 아마도 문집을 보관하던 연상판각(淵上版閣)인것 같다. 구조에 대한 안내문이 있으면 좋을텐데 짐작만 할 뿐이다.

입구에서 찍었던 멀리 있던 배롱나무가 울타리 바깥에 있었다. 가까이서 찍어도 역시 꽃이 적어보인다.

혜산서원에 있을때는 먹구름도 조금씩 있었는데, 조금 더 가벼워진 하늘. 

담장 너머로 보이는 건물은 "고직사". 정자에 딸린 살림채라고 한다.

담장너머 보이는 커다란 은행나무. 가을에 오면 좋겠다!

연상판각에서 본 오연정. 흰벽에 검댕이 묻은 것은 그 아래에 아궁이가 있어서이다. 건물이 북향이어서 이 자리에서 보면 배롱꽃이 더 많이 보인다.

오연정의 뒷면인데, 툇마루도 있고 주련도 있고, 디딤돌도 있어서 여기가 건물의 정면인가 싶을 정도다. 

 

뒷뜰에는 커다란 단풍 나무가 있는데, 가지가 아래로 많이 쳐져 있어서 나무 아래에 서니 마치 지붕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건물 뒷편 모습. 여기가 정면이라고 해도 믿을듯 하다. 뒤뜰도 기단위에 있어서, 건물과 높이가 비슷했다.

절집이면 풍경이 달려 있을 법한 곳에 달린 멋스러운 전등. 지붕선과 지붕선이 만나는 곳에는 모두 같은 등이 달려 있었다.

연상판각으로 가는 문

건물 뒷편의 통로. 오른쪽위로 뒤뜰 잔디밭, 왼쪽 기단 위로는 건물이 있고, 좁은 통로가 있는데 양쪽 축대때문에 그늘져서 이끼들이 자라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듯한 우산이끼. 국민학교 다닐때, 우산이끼와 솔이끼에 대해 관찰 일기를 쓴 기억이 났다.

우산 이끼들 사이로 발견한 솔이끼. 야자수 같다. 이끼보다는 바닥에 떨어진 배롱꽃을 찍고 싶었는데...-_-;;

 

전면에 진사님이 사진 찍고 있어서, 사진에 안 찍히게 피하며 배롱나무나 찍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나비 한마리가 날아왔다.

 

누마루 난간에 앉은 나비. 도망도 안가고 한참을 앉아서 날개를 팔랑거렸다. 나비를 찍고 있는 사이에 진사님들은 사라지셨다. 의외로 금방 가시네. 조금 더 천천히 돌아볼걸 그랬나 싶었지만, 나도 그만 가는 걸로...-_-

속세로 나가는 문

차로 돌아가서 간식과 음료수를 마시며, 급경사를 내려가는법 같은것을 검색했다. 경사로의 길이는 짧지만, 겁이 나서 내려갈수 없을것 같았다. 그렇다고 오연정에서 마냥 있을수는 없어서 천천히 내려와보니 또 생각보다 할만하다는 느낌적인 느낌. 아주 좁은 진입로의 지하주차장 내려가는 기분이랄까... 

 

마지막 목적지인 모선정 역시 내비엔 나오지 않아서 티맵을 켜고 달리는데, 전방의 터널이라는 것이 그...영화 "똥개"에 나오던 아주 좁고 길다란 편도 1차의 터널이었다.

차가 지나가지 않아서 잠깐 멈추고 대충 한장 찍었는데, 제대로 찍을걸 그랬다. 꽤 길고 좁은 터널이라 터널 끝에는 다른 세상이 있을것 같은 느낌이었다. 터널을 나오니 오른쪽 언덕배기에 배롱나무가 보여서 천천히 가면서 보니 월연정이었다. 오, 이름 많이 들어봤는데! 싶었지만, 주차공간이 없어서 대충 길가에 주차를 해야 해서 패쓰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의외로 건물도 여러 동이고 생각보다 볼 거리가 많았다. 꽤 멀리 떨어진 모선정보다는 월연정을 가는것이 더 나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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