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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삼랑진 여여정사

푸른밤파란달 2021. 6. 26. 11:06

잠이 안 와서 당근 마켓에 게시판 같은 걸 보게 되었다. 일종의 지역 커뮤니티 같은 건데, 아직은 돈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상태가 참 좋았던 것 같다. 해반천에 길 잃은 고양이를 목격했는데, 자기는 지금 급한 심부름 때문에 고양이를 돌보고 있을 수 없다는 글이 올라오니, 누군가가 자기가 임보는 할 수 있는데 8시가 퇴근이니 8시까지만 돌봐달라는 댓글이 올라오고, 지금 차 타고 고양이 찾으러 간다는 글, 구조하면 자기 동물 병원으로 데리고 오면 진료를 봐주겠다는 글, 임보하시는 분에게 사료를 보내고 싶다는 글... 뭔가 훈훈한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 가족을 멀리 보내서 절에 제사를 모시고 싶은데, 적당한 절이 없냐는 글에 여여정사를 추천하는 글과, 그렇게 큰 절에선 신경 써서 잘 안 해주니 주변의 작은 절을 찾아보라는 답글들이 달렸다. 여여정사가 그렇게 큰 절이던가... 가끔, 삼랑진에 갈만한 곳 찾아보면 여여정사에 꽃구경하러 갔다는 글을 봐서, 능엄사 처럼 작고, 아기자기한 절인줄 알았다. 주변에 여여정사 가끔 간다는 분도 있고 해서 절이 궁금해서 가보기로 했다.

삼랑진 읍내 근방에 있을줄 알았는데, 봄이면 벚꽃놀이 가는 안태호 쪽의 산 중턱에 있다. 안태공원에서 갈라진 길로 꼬불꼬불 끝도 없이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마치 차로 등산하는 기분. 아, 이러면 안되는데... 뭔가 만만하고 가까운 곳이라 생각했는데 제법 멀다. 산 중턱까지 전원주택 동네가 들어서 있어서 왕복 이차선이지만 포장도 잘 되어 있고, CCTV도 있고, 버스 정류장도 있다.(버스가 거의 다닐것 같지가 않다.)

오래전에 구상만 해놓고, 마무리가 애매해서 시작도 안한 소설의 배경으로 쓰면 딱 좋을 동네였다.-_-;; 집 지을 재력만 되면 적당히 속세(?!)와 격리된 산 꼭대기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크지 않은 주차장이 여러개 있다. 평일은 계속 올라가서 절 바로 입구 주차장에 한다.

주차를 하면 보이는 풍경. 앗...아...-_-;; 차에서 내리기 싫어진다. 주섬주섬 챙겨온 과일들과 보온병 가득 담아온 얼음에 아이스티를 만들어서 어중간한 끼니를 떼우며, 건물들을 노려봤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1층은 셀프 카페, 2층은 범종루다. 뒤에 있는 건물은 1층은 극락전, 2층은 대웅전.

차안에서 본 왼쪽 모습. 나무 밑에 금불상과, 눈이 부리부리한 석인상이 있는데 달마대사인듯. 왼쪽은 수목장쪽으로 가는 길인데 정자가 있고 버려진 의자를 모아놓은듯, 짝이 맞지 않는 의자들이 한가득 있고 중년의 남녀가 뭔가를 드시고 있었다.

사진 오른쪽으로는 대단한 불사중인지 공사소리가 요란했다. 작은 사찰인듯, 아닌듯 했다.

건물 뿐만 아니라,어설픈 기둥의 금칠, 금불상에 심한 거부감이 들면서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먼길을 왔고, 그렇다고 내려서 딱히 볼만한것도 없는것 같고...진퇴양난이었다. 그냥 수국을 보러 수안마을을 가는건데...-_- 후회막심이었다.

컴퓨터로 사진을 열어보고 깜짝 놀란것이 너무 성의가 없는것이다. 사진 찍고 제대로 찍혔는지 확인도 안하고 습관적으로 그냥 찍기만 했던 것이다. 여여정사에 수국이 좋다는 밀양시 블로그를 믿었는데... 수국이 있기는 했다.-_-;

절에 온갖 석조각 작품들이 있는데, 그냥 불교와 관련이 있는것은 다 모아놓은듯한 그런 느낌이었다.-_- 이 절의 특색중의 하나가 현판과 주련을 모두 한글로 써놓은 것이다. 하지만 폰트탓인지... 참 저렴해보이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뜻도 모르면서 한자로 근사하게 휘갈겨져있는 것이 취향이었던가, 잠시 고민을 해봤다. -_-;; 금색 글씨의 한글 주련에 몸서리가 쳐지는것 보면 그런 것도 같긴 하다.

뭔가 현대적인 건물 같기도 하고, 중국풍 같기도 하고 그냥 크기만 거대했던 대웅전. 사찰의 기본 형식-_-을 파괴하는 절이다. 아무리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해도 이건 좀...-_-;;

대웅전 왼쪽에도 어느 절에서 본 듯한 온갖 석상들이 있다.

다양한 동자승 석상들이 귀여웠지만, 내 눈길을 끈 것은 산수국이었다.

실제론 아주 파란색이었는데, 사진은 이따위다.

대웅전의 처마인데, 선이 많이 엉망이다.

똑같이 생긴 석상 세 개를 발견했다. 아까 입구의 금부처 뒤에 있던것과, 여기, 그리고 대웅전 오른쪽에 따로 모셔진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 달마대사상이라고 적혀 있어서 그런가보다 하는거지... 솔직히 이 사진을 찍을때까지 내 머리속에 떠오른것은 경주 왕릉의 석인상이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나즈굴이었다. -_-;;

약사전 가는 길. 오른쪽이 대웅전 건물. 토굴전각이라고 하는데, 그냥 절터가 좁아서 땅을 파내고 조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제법 넓은 공간이 나온다. 손각대가 자신있다고, 이정도야 껌이지 했는데 이렇게 흔들릴줄이야... 여튼 작은 부처님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아마 절에서 제사를 지내주는 분들의 이름인듯한 명찰들이 다 붙어 있다.

피식 웃음이 나왔던, 인어 아가씨.-_-

역시 온갖 상징을 담은 석상들과 뱀인지 용인지가 기둥을 휘감고 있는 모습들. 사진 왼쪽은 용왕당이었다. 처음 올때도 느낌이 차로 등산하는 기분이었는데, 이 심심 산골 산중턱에 용왕당이라니...-_-;

그 외에도 여러 이름이 붙은 방들이 있었지만, 나한테는 별 의미가 없고, 밖으로 나와서 대웅전 옆으로 가본다. 통일신라시대의 화려했던 부도탑과 같은 석물이 대웅전 바로 옆에 있는데, 설마 부도탑은 아닐테고, 그냥 좋아서 비슷하게 만들어놨나...의미를 알수가 없다. 그리고 오른쪽의 석상. 달마대사라는 안내판.

통일신라시대의 부도탑에 비하면 조각이 단조롭긴 하지만, 꼭대기의 가릉빈가 날개가 다 멀쩡한 모습이라서 찍어봄.

나가는 길. 그냥 숲속 산길을 드라이브 했다고 치면 될 일인데, 수안마을에 수국을 보러 갔어야 했다는 생각만 자꾸 들어서 돌아오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원래는 여여정사를 자세히 보고, 작원관지에서 석양을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그냥 집으로 돌아간다.

한번 와 봤으니 되었다. 언제가는 궁금증에 못 이겨서 한번은 올 테니, 그 언제가가 어제였다고 생각하는 걸로...-_-;

마트에 들렀다가 집에 왔더니 너무 피곤해서 샤워 겨우 하고 쓰러져 잠들었다. 새벽에 일찍 잠이 깨었길래,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새벽같이 나서면 태종사 수국이나 삼락생태공원의 수련이나, 수안마을 중에 한곳을 다녀올수 있겠다 싶었다. 신나게 샌드위치 도시락을 싸고, 과일도 챙기고 얼음도 챙기고 했는데, 그사이에 요가원 원장님이 출근을 하셔서 차를 뺄수가 없었다. 아침부터 비를 뿌리기도 했고... 그래서 외출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어제 사진을 정리하고 뻘글도 쓰는 중.

새벽부터 설쳤더니, 졸린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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