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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락 생태공원 고생기-_-;

푸른밤파란달 2021. 7. 4. 21:13

지난 금요일, 주말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폰의 일기 예보를 보니 암울하기 짝이 없는 것이 일주일 내내 비소식이었다. 이번 장마가 늦게 시작하는 만큼, 대단할 것이라는 예보가 자꾸 나오니까, 비 안 오는 날이 귀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샌드위치 두 개 만들고 (한 개는 저녁으로 키핑), 참외와 방울토마토 한 통, 지난주에 급 땡겨서 사왔지만 도무지 줄어들지가 않던 치즈 케이크 한 통 담고. 작은 보온병엔 얼음을 잔뜩 채웠다. 파우치 음료 두 개까지... 간단한 소풍인데, 도시락이 자꾸 거창해진다. -_-;;

목적지는 삼락 생태공원. 6월 초순부터 수련 소식이 있었는데, 연꽃이 피면 다녀 오리라 한 지가 좀 되서, 이제는 피었겠지 하고 출바아알~!! 벌써 시간이 오후다. 어디서 주워 듣기로 8주차장이 연꽃단지랑 가깝다고한 것 같다. 차의 내비는 주차장이 구분이 안되고, 티맵은 구분이 되서 두 개를 다 켜놓고 출발했다.

삼락 생태공원이 넓고도 길어서... 추천경로로 가니, 뭔가 길이 이상하다. 안그래도 부산은 도로가 엉망인데 어버버하다가,유턴해야 할 곳을 놓치고 계속 직진을 했다. 우회전해서 유턴인데, 우회전하면 편도 5차선 쯤 되는 도로의 가장 바깥 차선인데 대체 어떻게 유턴차선까지 가란 말인가...ㅠ.ㅠ 어디 하소연 할데도 없고. 최선을 다해도 3개 차선 밖에 못 넘어갔고, 이미 유턴 차량은 줄이 길어서 끼어들 수가 없다. 직진하면 공항 가는 길. 옆으로 빠져서 이상한 시골 동네를 우회전 , 우회전, 우회전 해서 아슬아슬하게 낙동강을 넘어갔다.

저기, 알파벳들이 잔뜩 떠있는 녹색지대가 다 삼락생태공원이다. -_-;; 주차장도 한 10개쯤 있는듯. 강을 건너와서 강변도로를 좀 달리다가 공원길로 접어 들었는데, 휴대폰의 gps는 여전히 강변도로를 달리고 있나보다. (강둑을 사이에 두고 길이 나란 하기는 하다.) -_-;; 공원내의 길을 시속 20km로 달리고 있는데 시속 80km 단속 구간이라고 자꾸 잔소리를 한다.

8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핸디카트를 꺼냈다. 연꽃 사진이나 좀 보고, 나무 그늘에 자리 잡고 책이나 보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 미니 무선 선풍기-_-;까지 챙겨왔다. 보냉가방의 도시락, 책, 라디오, 오래전에 샀다가 무거워서 안 쓰던 캠핑의자까지 흡사 이삿짐 분위기다.

인라인 스케이트장. 한낮 땡볕

8주차장 바로 앞에 인라인스케이트장이 있는데, 잠깐 지도를 잘못 봤는지 방향을 잘못 봤는지 카트를 끌고, 반대방향쪽으로 움직였다. 표지판에 연꽃단지는 500미터 떨어져 있다고 나왔다. 아... 땡볕에, 카트를 끌고 부실한 다리와 체력으로 500미터는 좀 무리인데...-_-; 그래도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하지 않겠나... 강행을 한다. 옛날에 비하면 턱없이 느린 속도로 걷는데 벌써 다리가 아파오고.다음 표지판을 확인하니 450미터 남았단다. 겨우 50미터 밖에 안왔나 하면서 연신땀을 닦으며 걷는데, 갑자기 느낌이 쎄하다.


20년도 전에, 배낭여행을 갔을때다. 스페인 그라다나에 새벽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알함브라 궁전. 표지판을 따라 부지런히 걷는데, 남은 거리가 자꾸 늘어난다. 궁전은 산 아래에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계속 황무지 벌판으로 나가는 느낌이었다. -_-; 그러니까 우리나라 어떤 도시에 가면, 대부분의 표지판에 시청을 표시해주는것 처럼, 그라나다의 랜드마크인 알함브라 궁전이 모든 표지판에 다 나타나 있었다. 화살표가 없는 것을 직진이라고 생각했던 까닭에 반대방향으로 한참을 걸었던 바보 같은 기억이 불현듯 떠 올랐다.

표지판을 보고, 네이버 지도를 띄워놓고 확인을 해보니,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_-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인라인 스케이트장 옆의 파란 점이 8주차장이다.-_-; 그리고 잘못 된걸 확인하고 주변을 돌아보니 야외수영장. -_-;;; 평소에 걷기 운동을 안하니까 이렇게 강제 운동을 하게 되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짐이 한가득이다. 인라인 타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이로 빨간 뚜껑의 카트를 끌고 다시 크게 한 바퀴 돌아 연꽃 단지 쪽으로 갔다. -_-

돌아가는 길. 작은 개울같은 습지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길이 있는데, 왼쪽길로 걸어와서 오른쪽 길로 돌아갔다. -_-

강바람이 불어서 많이 덥지는 않지만, 마음에 짜증이 많아서 땀이 엄청 나왔다. -_-;

연못은 아니지만,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을 떠올리게 했던 다리.

구름이 몰려왔다, 흩어졌다를 반복했다. 겨우 연꽃 단지를 찾아가보니, 에게게...소리가 날 만큼 아주 작다. -_-; 삼락 생태공원이 공원안에서 길을 잃을 만큼 넓기도 하고,요트 계류장도 있고, 오토 캠핑장도 있는데 연밭은 이렇게 작게 해놓고 연꽃단지라니...-_-;;

풀숲 너머가 연밭인데 꽃도 거의 없고 봉우리만 몇개 보인다. 주변의 풀을 정리한지 얼마 안되었는지, 풋내가 잔뜩 풍겼다. 대충, 길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풀숲으로 전망은 다 가려졌지만, 버드나무 그늘 아래라서 바람도 시원하고 좋았다.

한동안 좀 읽다가 팽개쳐준, 여름용 소설. 저 표지 그림이 너무 싫어서-_- 책 볼때마다 깜짝 깜짝 놀란다. 정가주고 새책으로 산 과거의 나에게 욕을 좀 해주고...-_-;; 보온병 가득 담아온 얼음위에 음료수를 가득 부어서 원샷하고 차 트렁크에서 나온 유통기한 2019년 어느 날인 블루 레모네이드 파우치 음료도 마셨다. 이미 땀을 한 차례 빼고 나니 입맛은 없고 자꾸 마실 것만 찾게 된다.

캠핑 의자는 산지 몇 년 됐는데, 무거워서 지하실에 봉인해둔걸 다시 꺼냈다. 기억보다 무겁지 않아서 깜놀함. 아마 원터치 텐트랑 무게가 헷갈렸던듯. 의자가 생각보다 편해서 좋았다. 의자에 앉으면 정면에 보이는 풍경. 풀숲 너머 연잎이 무성하고 위쪽의 길은 경전철이 다니는 길이다.

앉아 있는 오른쪽으로 난 길. 길의 오른쪽은 인라인 스케이트 장이고, 이 길은 8주차장이랑 이어져 있다. 차가 지척에 있다.

만화 빨간머리 앤에서 앤이랑 다이애나가 놀러간 숲 속 길 같은 느낌이어서 보기 좋았다. 카트를 끌고 헤맸던 길은 시멘트 포장 길이었다. 저 끝에 사람들이 나타나긴 해도 왼쪽의 연꽃단지로 사라지거나, 오른쪽의 인라인 스케이트 장으로 금방 가버려서 내 주변으로 온 사람은 3명 정도 였다. 그래서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폰의 파노라마로 찍은 건데, 앉아서 180도로 빙 돌려서 찍었더니 구부러져 있던 풍경을 평평하게 편 효과가 난다.-_-;

구름의 모양이 시시각각 달라졌다.그래서 책보다가, 사진 찍고 그랬다.

강바람이 시원해서 선풍기는 별로 필요가 없는듯하여 카트 안에 넣고, 라디오를 꺼냈다. 이제 라디오도, 음악도 잘 듣지 않고 주로 팟캐스트 위주로 듣는 편인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알리에서 라디오를 하나 주문했다. 나름 블루투스 스피커도 되고, 손전등도 되고(별 의미는 없어 보이는 밝기), 라디오도 된다고 해서 샀는데 쓸일이 잘 없다. 집에선 그냥 폰 스피커 볼륨 최대로 해서 듣고 밖에선 이어폰을 쓰니까.

라디오를 켜고 주파수를 스캔했다. 마침 딱,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한다. 오오, 오랜만에 듣는 배철수 아저씨 목소리는 그대로인듯 하다.

의미없는 정면샷들을 찍다가, 오오 이렇게 구름이 가벼워 지면 노을이 예쁘게 질 것도 같다. 짐을 싸서 다대포로 갈까 말까... 읽고 있던 단편이 끝나면 짐을 정리해야겠다 생각은 하지만 행동은 아주 천천히... 간식까지 알뜰히 먹었다.

올려다 본 하늘. 풀밭에 있어서 모기에게 여러번 뜯기고, 3마리 잡았다.

주섬주섬 챙겨서 다시 카트를 끌고 차 있는 쪽으로...

연꽃 단지가 목적지였으니, 예의상 한 컷. 블로그에서 본 멋진 사진은 폰카론 불가능한 것 같다. -_-;

꾸물꾸물 트렁크를 정리하고 출발하는데, 이미 좀 늦은듯. 다대포로 향하는 와중에 강변쪽에 노을이 조금 심심한듯 번진다. 여기는 차가 쌩쌩 달리는 곳이라, 신호에 걸렸을때 대충 찍으니 이 모양이지만 강물에 빨간 윤슬이 꽤 좋았다. 지금 다대포로 가는게 잘 하는 짓일까...-_-

주차를 하니, 이미 해는 넘어 갔을 시간. -_-; 다대포 해수욕장은 요즘은 서핑 하는 사람들이 좀 많긴 한데, 해수욕은 좀 그런것이 가족끼리 소풍도 많이 오고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도 많아서 수영복 입은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는데, 오오오오 요즘 젊은 애들은 옷차림이 과격-_- 하군. 분위기가 바로 앞 아파트 사람들 산책 코스 같은데도 과격한 몸매와 옷차림의 아가씨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다.

모래사장까진 내려가지 않고, 노을이 보이는 벤치에 앉아서 땀도 닦고 하늘도 감상했다.

늦게 와서 그런가, 너무 심심하다.

전망대로 가는 데크에 불이 켜지니 분위기가 좋았는데, 오래된 폰카의 줌은 화질이 이렇다.

바닷에 점점이 보이는 사람들...

땡겨보면 이렇다. 다들 그냥 산책삼아, 모래밭을 걷거나, 노을을 보거나 사진을 찍거나 한다. 오늘은 파도가 좀 요란했다. 늘 잔잔하니 호수 같은 느낌이었는데 제법 물이 밀려왔다.

저기 가운데 불 켜진 문 같이 생긴건 조형물인줄 알았는데, 누군가 사진 찍으려고 설치 한건지 막 움직여서 깜놀함.

아파트에도 불이 들어오고, 여기저기 조명이 켜진다. 학교 다닐땐 가까워서 가끔 머리 식히러 차있는 사람들에 묻어서 드라이브 오던 곳인데 지금은 그때랑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저 초록의 풀밭은 그냥 모래밭이어서 사람들이 운전 연습을 하곤 했었다.

다시 돌아가는 길. 배가 고파져서 샌드위치 하나 꺼내 먹고 집으로 출발... 삽질의 연속인 날이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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