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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가덕도 나들이

푸른밤파란달 2021. 6. 16. 02:17

카테고리를 고민했지만, 날 좋을 때 다시 가서 사진 찍어오는 걸로 하고... 그러고 보니 딱 일주일 전이다.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게으름에 시간을 도둑 맞았군.  같은 도시에 살던 분이 가덕도로 이사를 갔다.  보통 이사를 한 지인의 집을 방문할 때는 큰 액자를 선물하는데 주문 시간이 촉박하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는 분이라서 그림 액자는 좀 애매한지라 무난하게 휴지를 샀다. 휴지 가격이 천차만별인 건 알고 있었지만, 비싼 건 또 엄청 비싸더라. -_-;; 휴지라 너무 흔한 선물처럼 보이는데, 비싸기까지 하니 뭔가 억울한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아침 일찍 그분이 좋아하는 비스코티를 잔뜩 구워서 포장하고 가덕도로 달렸다. 매번 비스코티만 구워대니 뭔가 품목을 다양화 해야겠다는 생각도 드는군.

복층의 창 너머로 갯벌과 바다가 보인다.

그분이 이사한 집은 이차 선 도로 건너편이 바로 갯벌일 정도로 바다에 가까운 곳이었다. 오호... 집도 그렇고, 위치도 그렇고 나같이 고립을 좋아하는 사람이 살기에 딱 좋아 보였다. 점심으로 근처의 수제버거집을 가자고 하셨는데, 잠깐 찾아보니 화요일이 휴무였다. -_-;; 외출 준비하는 동안, 갈만한 곳 찾아보라고 하시는데 그런거 내가 제일 못하는 거다. 주로 혼자 다니니까 식당이나 커피숍도 거의 안 가는 편이고... 

 

가덕도는 아무래도 부산사람들이 나들이로 많이 오니까 대형 커피숍들이 많기는 했는데, 대충 아무데나 가면 좋으련만 퇴짜를 여러 번, 그러다가 얻어 걸린곳이 "라오스 커피" 였다. 대충 넘겨버리려고 했는데, 국수 맛집이라는 방문자 리뷰가 눈길을 끌었다. 더구나 대형 프렌차이즈 커피숍도 평점이 4점 초반대였는데, 평점 4.7인것도 한 몫했고. 같이 갈 분도 오케이 하셔서 그곳으로 내비를 찍었다.

 

가다보니, 가끔 드라이브 삼아 가던 대항 전망대 가는 길이다. 하긴 가덕도가 큰 섬이 아니라서 사람 사는 곳이 몇 곳 없긴 하지만... 대항 전망대 가면서 길가에 "촌국수"라고 쓴 입간판을 본것도 같고...

위태위태한 꼬불한 내리막 길을 내려 외따로 떨어진 목적지에 도착했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데, 얕게 해무가 깔린 모습이 참 좋았다. 바로 앞을 가로 지르는 새 도로들만 빼면 한가한 바닷가 풍경의 완성인데...

블로그에서 본 사진 그대로의 모습. 라오스 커피는 2층 카페의 이름인듯 했고, 1층 식당은 이름이 없는 것 같다. 메뉴는 두 가지 뿐이고 소주와 맥주정도. 근처에 등산이나 낚시 오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 같았다. 메뉴판도 찍을 걸 그랬다. 식당이나 카페 같은 남의 영업집에서 카메라로 막 찍고 그러는게 좀 어색해서. 국수 두개랑 명태전을 시켰다.

명태전이 나왔는데, 이건 사진으로 안 찍어둘수가 없잖아. 그냥 명절에 흔히 보던 전유어 처럼 나올줄 알았는데 말이다. 통 명태를 반으로 펴서 청양고추 다진것을 잔뜩 올려고 계란물 입히서 지진 전이었다. 아, 폰카의 이 어색한 음식모드는 앞으로는 안 쓰는 걸로. 식당에서 음식 사진 찍느라고 음식모드 해봤는데 별로다.

 

크게 한 점 떼어서 간장에 콕 찍어 먹었더니 청양고추가 제법 기침을 부른다. 살이 두툼해서 둘이서 한마리 다 먹어 갈 무렵엔 제법 배가 찼는데 젓가락을 놓을수가 없다.

명태전을 초토화 시켜갈 무렵에 나왔던 국수. 날이 더워서 땀이 삐질 났는데, 온국수라서 조금 힘들었지만 보이는것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슴슴한 맛이 딱 좋았다. 언젠가 능엄사 근처의 국수집에서 먹은 국수도 맛있긴 했는데, 고명이 너무 없어서 조금 아쉬웠었다. 그런데 여긴, 부추 나물과 당근 볶음이 적당히 어울려서 좋았다.

 

화장실 갔다오면서 물어보니, 주문할때 이야기 하면 냉국수도 가능하다고는 하시는데 여름에는 뜨거운 국수가 더 맛있단다. 점심 장사만 하신다고. 부모님하고 드라이브 와서 국수랑 명태전 먹으면 딱 좋겠는데, 안한다고 하시겠지. -_-;

 

밥을 먹고 대항항으로 갔다. 새바지 인공동굴은 안전문제로 폐쇄되었다고 하고, 대항항에 있다는 일본군 포진지를 보러 가기로 했다. 몇 번을 가도 못 찾았는데, 같이 간 분이 가 본적이 있다고 해서... 

 

대항항전망대에서 대항항으로 가는 길에 작은 주차장이 있어서 오잉? 했는데 곧 이어 펼쳐진 수국꽃밭. 차가 거의 안 다니지만 이차선 좁은 도로라서 대항항까지 가서 유턴해왔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내려 가니, 그곳이 바로 일본군 포진지였다. 대항항 근처에서 찾으니 당연히 못찾았던것이다. 언덕쯤에 있었다.  생각보다는 잘 꾸며져 있었고, 관람객도 좀 있었는데 아뿔사! 폰을 차에 두고 내렸다. 날씨도 너무 덥고...

 

그래서 다음에 다시 와서 제대로 관람을 하기로 했다. 그때 사진도 열심히 찍기로 하고, 탄약 저장고 옆쪽으로 언덕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있어서 올라갔다. 그 너머가 바로 차로 지나가며 본 수국이 있는 곳. 나오면서 보니 야생화 동산이던가... 작년 가을부터 가꾸던 곳이란다.

사진은 일행이 찍은 것을 보내주십사 부탁해서 받은것. 수국은 꽃이 피었지만, 아직 어렸다. 수국보다는 멀리 보이는 섬풍경과 바다가 좋았다. 꽃을 추가로 더 심는지 일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로고가 없는 사진은 모두 다른 분이 찍으신 사진. 꽃은 활짝 피었지만, 아직 너무 작다. 몇 년지나면 풍성한 숲을 이룰수 있을까... 작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곳인데. 생각해보니 그 전에는 대항전망대까지만 오고, 바로 밑인 대항항까지는 간적이 없어서 이렇게 꽃밭이 만들어진것도 몰랐던 것 같다.

아직은 꽃이 덜 핀 꽃밭들. 일주일 전 상황이니 지금은 좀 더 풍성한 풍경일까...

나무 밑에 심으려고 둔 모종들. 물 주는 사람, 모종 옮겨 심는 사람들로 바쁜 와중에 한가롭게 꽃구경하려니 조금은 미안하긴 했다. 이야기 하면서 차로 갔다가, 삼각대 안 가져 와서 다시 돌아간건 안 비밀. 일 하시는 분들이 우리를 불렀는데 못 듣고 그냥 갔다고 한다. 

이렇게 키가 작고 어린데, 탐스럽고 커다란 꽃을 피우는 것이 놀랍다. 

 

 

 

 

해안도로 따라 드라이브 하면서 커피숍을 찾아갔다. 투썸플레이스에서 보이는 거가대교. 뭔가 흑백사진 같은 느낌. 카메라를 들고 왔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잠시 함.

줌을 안 당기면 이런 거리감. 수면 가까이 낮게 깔린 해무가 마치 수묵화 같았다. 

 

 

잠이 부족해서 아침부터 커피, 커피, 커피를 마셔서 커피 대신 선택한 자몽에이드와 일행이 고른 음료는 이름이 엄청 길었는데... 여튼 사진이 잘 나올것 같아서 고르신거라고. 

멀리 거가대교랑 같이 찍으려고 했는데, 왜 이런 샷이... 하하하하하...ㅜ.ㅜ

야외에도 테이블이 있었는데, 거기로 나가는 통로에서... 눈으로 보이는 것 만큼 사진이 멋지게 나오진 않았다.

다시 가려고 했는데 그 뒤로 계속 비오고 흐린 날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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