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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나이가 들어가는 서글픔

푸른밤파란달 2021. 6. 16. 18:09

제목을 쓰고 보니,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의 칠칠치 못함이 문제인가 싶기도 하다. 부쩍 올해 들어서 부엌에서 사고를 많이 치고 있다. 씻어놓은 쌀을 쏟아서 온 부엌 바닥에 쌀알로 도배를 한 것부터, 국이나 반찬도 쏟기를 여러 번.  씻어놓은 방울토마토도 두어 번 쏟아서, 주워 담다 보니, 어느 구석에 언제 흘린 지도 모를 방울토마토 한 알을 발견하기도 했다. (신발장 아래에선 언제 떨어뜨린건지 모를 오렌지도 한 알 발견함-_-;;)  건조하게 말라있어서 다행이다.

 

원래 유부주머니용으로 나온것이 아니라서 복주머니 형태로 할려니 속을 채울수가 없었다.-_-;;
일부는 어묵전골에 넣어서 먹고, 나머지는 다시 냉동실로...

지난 주말은 유부주머니에 꽂혀 모처럼 부엌에서 시간을 보냈다. 국수에 넣어 먹을까 하고 꺼낸 것인데, 이제 날이 더워 지니 국수나 샤브샤브를 해먹을 일이 없어서 유부 주머니라도 만들어 놓자 한 것이다. 안 할 때는 손가락 까딱하지 않다가, 몰아서 할 때는 또 온갖 일을 한꺼번에 하는지라, 본가에서 얻어온 오이로 오이깍두기도 했다. 제법 색깔도, 맛도 김치 같은 모양새였는데, 옮겨 담을 적당한 통이 없어서 냉장고 정리를 하는 사이에, 역시나 바닥으로 추락하여 다 쏟아버렸다. -_-;; 

 

뭐 하러 오후 내내 땀을 한 바가지나 쏟으며, 애를 썼던가... 허무한것은 둘째치고, 김치양념으로 범벅이 된 부엌바닥 치우느라 고생을 했다. 그래도 내가 수습할수 있는 사고는 다행인 사고 인거지, 싶다가도 이렇게 반복적으로 뭔가를 떨구고 쏟고 하는것이 나이 탓인가 서글프기도 하고 마음이 좀 복잡했다.

 

그런데, 오늘 또!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_- 오후에 날씨가 흐려도, 햇빛이 좀 비치길래 세탁기를 돌렸다. 마침 가스안전점검을 오셨고, 세탁기는 탈수가 끝났다. 왔다갔다 정신이 없어서 그랬는지,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다가, 선반위에 있던 빈 화분을 건드리고 말았다. 화분은 세탁기 안으로 추락하고 안은 온통 흙투성이가 되었다. 

 

꺼내려던 것은, 지난 겨울 무릎담요로 쓸까하고 샀던 작은 밍크 담요였는데, 그 담요를 빼고는 모두 흙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_- 어떡하지 손으로 다 퍼내고 물티슈로 닦아 낸다고 흙을 깨끗이 닦을수 있을까. 힘이 좀 딸리지만, 무선 핸디청소기를 찾아보니, 던전 어디로 들어가버렸는지 보이지도 않고... 할수 없이 한동안 전혀 쓰지 않았던 유선 진공청소기 헤드를 분리하고 갖다대니 다행히 흡입력이 좋아서 작은 돌까지도 빨아들였다.

 

그런데 반도 안했는데, 모터 소리가 이상하면서 흡입이 안되었다. 먼지 봉투를 쓰는 구형의 유선청소기라 혹시 하고 열어보니 이미 빨아들인 흙으로 먼지 봉투가 빵빵했다. 여분의 먼지봉투도 작은방 던전 어딘가에 있을텐데...ㅠ.ㅠ 다행히 부엌의 그릇장 정리하다가 한장 나왔던 것이 기억나서 봉투 교체하고, 오래도록 사용하지 않아서 먼지 투성이인 청소기도 좀 닦아주고... 수습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세탁기도, 청소기도 정리를 했다. 흙투성이 빨래는 흙을 털어내고 다시 헹굼모드로 돌려놨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남들에겐 전혀 일어날것 같지 않은 일들을 계속 저지르고 있다. 손목에 힘이 없나, 정신이 반쯤 가출을 했나... -_-;; 원인이 뭐가 됐든, 어이없고 서글픈 마음이 먼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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