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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식사모임후기

푸른밤파란달 2021. 5. 30. 13:10


식사 모임을 우리집에서 하기로 통보 받은 것은 10여일전이었다. 청소를 미루고 미루다가, 전날에 결국은 밤을 새워서 거실과 부엌 정리를 했다. 하하하... ㅠ.ㅠ 사실 정리라기 보다는 작은방 던전에 다 쑤셔넣는 것이었고, 부엌은 절반쯤 포기 했는데도, 하루 낮, 하루 밤을 꼬박 투자를 해야 할 만큼 물건이 너무 많다. 이러다가 나중에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프로에 호더로 출연하게 되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된다.

메뉴는 구운 채소 샐러드, 카라멜라이즈 어니언(거창하지만 오래 볶은 양파-_-), 풀드 포크, 코우슬로, 감자튀김과 해시 브라운, 닭튀김, 버터 바른 모닝롤, 오트밀 깜빠뉴와 과일이었다. 음료는 라즈베리 아이스티. 후식으로 커피 마실때 같이 먹으려고 스콘과 비스코티를 구웠다.

달걀 프라이와 소세지도 구울려고 했는데, 이미 뭔가 너무 거창해져버려서 그건 제외했다. 9시 쯤에 음식은 다 준비가 되어서 오븐 온도를 100도 정도로 맞추어서 넣어놓고, 오렌지 까고, 깜빠뉴는 에어프라이어에 데웠다.

세팅을 하다보니, 전에는 그릇을 두 개씩 사서(요즘은 한개씩 사는 경우도 많다.) 3사람 세팅에 문제가 꽤 있었다.-_- 여름용 음료컵도 두개 씩 같은 종류라서 나머지 하나는 다른 컵. 앞접시도 같은 건 두 개 밖에 없고. 작년에 큰 마음 먹고 산 스틸 빠에야 팬이 있었는데, 이번에 개시할려고 씻어놓으니 그 사이에 빨갛게 녹이 올라왔다. 스텐리스 처리가 안된 팬이었던 것이다. 비슷한 모양의 스텐팬을 가장한 접시가 세개쯤 있는데도 굳이 산 이유가 직화가 가능하다가 해서, 급하면 볶음팬으로도 쓸까 하고 산 건데, 망했다.

그리하여, 메인 접시로 쓴것은 오븐에 사용하는 쿠키팬-_-이다. 그릇들도 예쁘고 특이한 그릇들은 자리를 많이 차지해서 전부 단순한 사각그릇으로만 썼다.

이른 아침엔 비가 왔었는데, 그치고 나니 금방 더워져서 샤워를 하고 나서도 내내 땀때문에 손수건을 들고 다녔는데 좀 치우고 찍을걸 그랬다. 10시에 음료까지 세팅하고도 손님이 안와서 사진으로 찍었다. 작은 무선 선풍기만으로는 더위가 가시지 않을것 같아서 방에서 스탠드 선풍기도 꺼내오고 그래도 아무도 안 와서 한참을 기다렸다. -_-

알고보니 손님들끼리는 약속시간이 10시 30분에서 11시 사이에 만나기로 한 것이었다. 너무 약속을 미리 잡으면서 중간에 혼선이 생겼던 모양이다. 조금 더 여유 있었어도 됐었는데.

오후 2시까지 5시간 넘게 먹고 떠들고 했는데, 반도 넘게 남아서 한분이 남은 음식을 싸가겠다고 해서, 봉지봉지 다 싸드렸다. 먹다 남은 피클까지 싸달라고 해서 병째로 안겨드렸다. 사진에 피클이 없는 이유는, 피클 병을 못 열어서-_- 포기 하고 있었는데, 손님들 오시고 난 뒤에 겨우 열었기 때문이다. 구우면 딱 4개 나오는 시판 믹스로 구운 스콘이 참 먹음직 스럽게 나왔는데, 비스코티까지 차린거 모두 싸가겠다고 하셔서 조금 놀랐다.

또 놀란것은 손님 중 한분은 평소에도 엄청 마른 분이셨는데 살이 더 빠져서 오셨는데, 빵에 버터를 어마어마하게 올려 드시는것이었다. 나도 버터 좋아하지만, 그 분이 빵에 올려놓은 버터를 보니, 느끼함이 마구 몰려올 정도였다. 혹시나 하고 오뚜기 버터 3개를 꺼내놨는데, 한 6개는 먹은듯 하다. 처음 앙버터 빵이 나왔을때 느꼈던 혈관이 막힌것 같은 느낌을 다시 느꼈다. 하하...

닭튀김 역시, 흔한 순살 후라이드 냉동 제품인데 의외로 두 분 다 좋아하셨다. 나는 주로 채소 위에 올려서 치킨 샐러드로나 먹는건데 생각보다 괜찮았나보다. 마지막 남은 것을 다 털었던 탓에 주말에 새로 주문해야겠다.

테이블에 올린것은 과일 빼고 다 싸가신 덕분에 잔반처리 없이 설거지만 해서 편하기도 했지만, 흠...-_-;; 나도 스콘은 먹고 싶었는데 말이다. 밤 새 땀빼고 음식 준비하느라, 나는 막상 아이스티만 계속 마시고 아무것도 안 먹었다. 손님들 보내고 난 뒤에 남은 과일을 먹은 것이 첫 끼였다.

거실은 금세 엉망으로 변해서 지금은 청소전과 비슷해졌다. -_- 다만 테이블쪽은 의자 두개는 겹쳐서 옆으로 치우고 테이블을 벽에 바짝 붙였다. 이제 곧 여름이라 거실에 잠자리를 펼칠 준비를 미리 한것이다. 그래도 숙제를 끝낸 기분이라 홀가분 하다.

이제 슬슬 작은방 던전도 정리를 좀 해야 할텐데... 엄두가 안난단 말이지. 작년에 흑당 버블티 해먹겠다고 주문한 흑당소스가 당최 어딜 갔는지 찾을수가 없었는데, 이번에 정리하다 보니 양파즙 박스에 누워 있었다. 지가 양파즙인줄 알았던 건지...-_-; 찾았으니 언젠가는 타피오카 펄을 삶아서 버블티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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