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오이 샌드위치 본문

일상다반사

오이 샌드위치

푸른밤파란달 2021. 5. 17. 20:30

 

 

아침에 간만에 일찍 일어나서 두부도 부치고, 애호박전도 부치고, 톳두부무침도 만들고, 된장국도 데우고 했는데, 밥이 없는거다. -_-;; 보통은 밥을 해서 작은 용기에 나눠 남아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먹는다. 한 통 남은 줄 알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보여서 밥은 패쓰하고 토스트와 토마토 달걀 볶음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리곤 날이 꾸물해서 그런건지, 새벽에 자고, 너무 일찍 일어난 탓인지 기절모드였다가 일어나니, 배는 고픈데 밥은 먹기가 싫어서 어제 이야기 들은 오이샌드위치를 만들어 봤다. 오이만 마요네즈에 버무려서 만든다는데 먹기만 한 사람은 들어가는 재료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내가 했던 첫 반찬이 오이 무침인데, 국민학교 3~ 4학년 쯤 였을때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 어머니는 안오시고 반찬은 없고 그래서 오이를 무쳤다. 대충 먹을때 눈에 보인데로, 고춧가루, 깨소금, 참기름까지 넣고 한 접시 가득 차려서 아버지랑 동생이랑 밥을 먹고 있는데 어머니가 오셨다.

"오이 무쳤어?"

"네, 반찬이 없던데요"

"간은 뭘로 했는데?"

"..."

"소금이나 간장 안 넣었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알아채기에 너무 어린 나이였다. 그때, 아버지가 한마디 하셨지.

"그래도 슴슴하니 먹을 만 하다." 

 

그 일은 음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간"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주었다. 

 

 

 

오이를 얇게 채썰어서 소금, 후추로 간을 했다. 물이 많은 채소이니 빵은 한쪽면만 버터를 발라서 토스트 한다. 그 사이에 오이에 생긴 물을 꼭 짠다. (여기서 실패. 대충 그릇 아래에 고인 물만 따라냈다.) 마요네즈로 버무리고, 버터 바른 쪽이 안쪽으로 가게 해서 샌드위치를 만든다. 랩으로 꽁꽁 싸매고 반으로 자른다.  토스트를 하면 빵이 딱딱해지는 단점이 있다. 거기에 물기를 머금으면 질겨진다. 

 

오이만 넣은 샌드위치 맛이 상상이 안되어서, 맛살 사놓은것도 잘게 찢어서 마요네즈에 버무리고 같이 넣었다. 이건 토스트 하지 않고 그냥 크림치즈만 바르고 속을 채웠다. 속재료를 넉넉히 넣어도 잘라보면 부실해보이는것 같다.

 

오이만 넣은 것과, 오이와 맛살을 넣은 것을 한 쪽씩 먹어보니, 오이만 넣은 것은 상큼하고 건강-_-한 맛이고 오이와 맛살을 넣은 쪽이 맛이 풍부하다. 그리고 굽지 않은 빵이 역시 부드럽고 먹기가 좋다. 하지만 오이에서 계속 물이 나와서 오래 두면 빵이 축축해질것 같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밤의 탄 냄새  (1) 2021.05.23
아버지  (0) 2021.05.21
꽃다발  (0) 2021.05.12
김해박물관 산책길  (2) 2021.05.02
봄날은 간다  (4) 2021.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