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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김해박물관 산책길

푸른밤파란달 2021. 5. 2. 07:07

 2주 전쯤에 수릉원에 갔더니 볕이 잘 받는 곳의 이팝나무가 하얗게 꽃을 달고 있었다. 올봄은 날이 더웠다 추웠다 해서 종잡을 수 없지만, 꽃 피는 시기들이 1~2주씩 당겨지는 것 같다. 그래서 늦어도 4월 마지막 주엔 밀양 위양지를 다녀와야 할 것 같았다.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자꾸 미루기만 했다. 해마다 가는 것이니, 한 해쯤 걸러도 상관이 없을 것 같은데, 왠지 또 섭섭한 것도 같고. 금요일에 비가 예보되어 있었으나, 생각보다 날씨가 괜찮은 것 같아서 위양지를 목적지로 찍고 출발을 했다. 내비를 찍을 때부터 약간 현타가 온 것이 바로 옆 도시지만, 길이 좋지 않아서 어디 경로로 찍어도 한 시간씩 걸리고 3분 일찍 가는 추천길1은 편도 도로비가 5600원이었다. 한 시간이면, 오버 좀 해서 진주까지 갈수 있는데 말이다. 

 

며칠 되긴 했지만 인스타그램에서 박물관의 불두화 사진을 본 기억이 나서 급 목적지 수정. 박물관으로 갔다. 두어 달 전부터 운동삼아 박물관 산책길을 돌고 올까 생각'만' 했는데, 처음으로 실행에 옮겼다. -_-;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꽃이 하얗게 핀 이팝나무가 눈에 보인다. 웬만하면 나무 밑까지 가서 자세히 사진을 찍었을텐데, 혹 산책길을 지나서 구지봉까지 가거나, 허왕후릉 까지 걸수도 있을것 같아서 체력을 아껴봄. (사실은 귀찮았을지도-_-;)

주차장을 둘러싸고 이런 저런 꽃나무 들이 있는데, 이 시기에  꽃을 달고 있는 병꽃나무. 꽃이 시들시들했다. 날이 많이 가물었나 보다. 

참 화사하고 예쁜 꽃인데, 시들해서 맘이 좀 안 좋았다.

뒤쪽 산책로 입구의 모란. 모란도 꽃이 다 떨어지고 시들한데, 그나마 활짝 핀 한 송이씨.

지난번에 와서 매화 사진을 찍었던 나무는 벌써 매실이 이만큼 자랐다. 조성모의 초록매실 광고가 생각이 나서 얼른 머리속을 비웠다. -_-

여기저기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벤치는 송화가루가 노랗게 앉아서 어쩔까 하다가 에라 그냥 좀 덜 더러운 곳을 찾아서 숨을 고르며 쉬었다. 박물관 뒷편은 야트막한 비탈인데 나무와 꽃을 심고 산책길을 꾸민 탓에 운동부족인 사람에겐 등산의 맛을 27g쯤 느끼게 해준다. -_-;; 나한테 꽂히는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이어폰을 끼고 얼른 자리를 떠났다. 조명이 설치된 길. 하지만 밤엔 좀 무서울듯...

찾아보니 가막살 나무인듯. 꽃이 흰 접시처럼 피었는데, 사진에 잘 표현이 안되었다. 물을 못 먹어서 그런지 잎이 모두 아래로 축 쳐졌다. 

뭔가 어설픈 조형물, 토기기준으로 만든 가야시대의 배란다. 

때죽나무 

바람이 많이 불어서 사진이 제대로 안 찍혔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멀쩡하다?!

드디어 만난 불두화. 에게...너무 짧은데?? 상태도 좀 메롱이고...

바닥에 수북하게 떨어진 꽃잎들...

 

산사나무. 꽃이 끝물이기도 했지만, 파사삭 마르고 있었다. 

초여름 꽃들은 대부분 흰색이다. 얘는나무는 아니고 풀이었던것 같은데...

헐! 저 프로펠러 같이 생긴 아이들이 단풍나무의 꽃인줄 알았는데 열매란다. 

나무 그늘속 산책로에서 빛이 환한 위쪽을 바라 본 풍경

사진이 삐뚜름하게 찍힌 것이 아니라 비탈이어서 그런거다!

오오오...인스타그램의 장소가 여긴가 보다.

예쁘게 차려 입은 아가씨가 테이크 아웃 커피잔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문제는 계속 찍고 있다는 것. -_-;불두화가 예쁘긴 하지만 대체 어떤 사진을 어떻게 찍길래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한명 정도니, 조금 기다리면 사람 없는 사진을 내 맘대로 찍을수 있겠거니 했는데, 그건 경기도 오산이었다. -_- 이리 저리 사진 찍는 아가씨를 피해서 찍으려니 슬슬 짜증이...

아가씨가 실컷 사진 찍고 가길 기다리려고 숲 속 벤치로 물러났다. 아가씨가 나무 뒤로 가려진 사이에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내 노안은 심각한 수준인가보다. 오른쪽 아래쪽은 수로왕 탄강설화에 나오는 알 6개를 표현한것 같다.

 

 

다음엔 이 코스 대로 걸어봐야겠다. 너무 뒤죽박죽 왔다갔다 걸어서 한바퀴는 못 돌아본것 같다.

또 다시 나타난 불두화 울타리. 바닥에 떨어진 꽃잎 사진을 찍던 잠깐 사이에 아까 그 아가씨가 나타났다.헐! 왼쪽 벤치에 그 아가씨가 내려놓은 커피잔이 찍혔다. -_-

그 아가씨가 사진 찍을 동안 지나온 수국 울타리 쪽으로 다시 갈까 돌아봤다. 아주머니 두 분이 걸어가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는데, 역시 옷 색깔이 칙칙하니까 분위기가 안 난다.

조금은 듬성듬성한 불두화 울타리. 또 열심히 사진 찍는 아가씨 때문에 친구와 통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통화가 길어져서 아가씨가 사라진 후에도 한참 통화를 하고, 다른 친구와 카톡을 했다. 그런데! 이제 사진 좀 찍어 볼까 하고 벤치에서 일어서니 어디선가 그 아가씨가 다시 나타나서 사진을 서너 장 더 찍다가 갔다. 

 

그냥 불두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아가씨겠지?! 의욕이 없어져서 성의 없이 두어 장 찍고 내려왔다.

꽃잔디

아마도 라벤더

 

박물관이 철을 녹이던 용광로를 상징하는 모양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건물이 예쁘긴 한데, "전시물은 별로 없고 공간낭비가 심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주로 가야사 와 그 이전을 다루고 있어서 전시물들이 화려하지 않은 것도 한 몫하고.

박물관 안쪽의 숨겨진 정원. 테이블이 두군데 있었는데, 한쪽은 한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차지 하고 있었다.-_-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출입구로 들어가면 기념품 가게가 나오고 정문으로 나갈수 있어서 좀 더 빨리 차로 갈수 있었는데, 역병때문에 출입구가 폐쇄되어 있었다. -_-;

기념품점 앞의 모란

하늘이 예뻐서...

팬지. 간혹 꽃이 원숭이 얼굴처럼 생긴 팬지가 있어서 팬지꽃을 좋아하진 않는데, 연보라빛 요 녀석들은 참 좋았다.

책들고 여기 와서 하루종일 놀다 갈까 생각도 해봄. ^^;;

둥글레. 꽃이 피는건지 시든건지 살짝 만져보니 바싹 말라 있었다. 비가 안오면 물이라도 좀 주시지... -_-;;

건물 계단에 만들어진 정원에 있던 병꽃나무

2019년 즈음에 계단 중간에 이렇게 작은 화단같이 만들어 놨다.  이벤트성으로 잠깐 설치하고 철거 할 줄 알았는데, 계속 유지중이다.

디기탈리스. 어렸을때 읽던 추리소설에 많이 나왔는데 주로 독살하는데 쓰인다. -_-

아마도 한련화

이 오리들때문에, 진지한듯 고급스럽던 정원이 약간 웃음이 나온다. 노란색은 역시 애들의 색이다.

아마도 백합. 

그리고 파란 하늘.

주차장으로 가는 길. 여긴 9월이면 꽃 무릇이 피던 곳인데, 저 털복숭이들은 뭔지 모르겠다.

끗.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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