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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오랜만에 수로왕릉 본문
마트도 쉬는 일요일, 일주일 동안 세워둔 차를 움직여는 봐야겠다 싶어서 간만에 드라이브를 나섰다. 벚나무 아래에 주차를 해놨더니 나무에서 떨어진 뭔가와 새똥을 잔뜩 뒤집어 쓰고 끈적한 역시 모를 뭔가로 도배가 되어 있다. -_-; 다음날 비가 온다기에 세차는 참고, 장거리 가기엔 너무 창피해서 수로왕릉을 갈까, 봉황대공원을 갈까 하다가 주말이니 수로 왕릉으로 갔다. 다행히 두어바퀴 만에 빈 주차칸 발견하고 주차를 했다.
예전에는 최대한 덜 걸으려고 했는데, 생각을 바꾸어서 운동도 안하는데 걷기라도 하자고...-_-;; 그치만 왜때문에 수로왕릉 앞 공터는 애매한 광장이 되버렸는지 조금은 불만이다. 사진엔 굉장히 멀게 보이는구만.히히... 저 끝까지 가서 다시 왼쪽으로 꺽어서 걸어온 만큼 더 가야 정문이다. 입장료도 없는데, 옆문도 개방하면 좋겠다. (사진 찍은 근처에 옆문이 있다. )
언제나 그렇듯, 건물들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서 대충 찍어주시고... 뒤쪽의 나무들 사이의 산책길로 직진. 어렸을적에 "가락문화제" 행사를 하던 곳이었고, 그때는 건물이 거의 없었다.이름도 그냥 "왕릉공원". 넓은 솔밭 공원같은 느낌이었다. 국민학생들은 주로 사생대회에 참여했다. 거의 유일한 지역행사라 잔칫집같이 사람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왕릉을 둘러싼 소나무들. 제멋대로 자란, 자유로운 영혼들.
아마도 철쭉? 이제 피는 건지 지는 건지 애매하다.
뭔가 설치미술같았던 나무. 아래에 수북하게 떨어진, 기능에 충실한 꽃(!)들이 좀 징그럽기도 했다. 찾아보니 아마도 오리나무. 나무에 대해 공부 좀 해볼 것.
누워서 자라는 나무. 기둥에서 새로 자라는 잔가지도 특이하고... 저 자리에 한참 앉았었다. 새봄에 새로 나는 연둣빛 새 잎들의 물결, 싱그럽지 아니한가.
돌벤치에 앉아서 보이는 저쪽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슬로우모션처럼 흔들흔들...
발 아래는 온통 민들레밭
나무에게로 다가갔다. 분명 많이 본 나무 인데, 이름을 알수 없어 생각나는대로 다 검색해보니 모조리 아니다. 나무 아래는 지난 가을의 낙엽들이 잔뜩 쌓여 있어서 발이 푹푹 빠지고, 토끼풀이 잔뜩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이 나무 꽃(이라고 부를 만한것)이 꼭 길쭉한 송충이같이 생겼는데 바닥에도 나무 둥치에도 잔뜩 떨어져 있었다. 얼마나 오래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까...
올려다본 하늘의 초록초록함과 바람에 천천히 흔들리는 나뭇잎들의 움직임을 비루한 사진에 다 담을수 없어서 안타깝다.
나무가 잘 보이는 벤치에 또 앉아봄. 그날의 책. 원래는 책이나 좀 읽고 오려고 했는데, 제목도 모를 뉴에이지 음악을 귀에 꽂고 초록초록한 나무들을 보고 있으려니 글자가 눈에 안 들어 와서 한 글자도 안 봤다. 오래되서 다 썩어가는 듯한 벤치도 나쁘지 않았다.
참, 잘 생긴 나무야. 하고 보니 시야를 살짝 가리는 나뭇가지 끝에 벚꽃잎 한장이 남아 있었다. 새로 앉은 벤치가 벚나무 아래에 있었다. 꽃이 만발했을때는 얼마나 경쟁이 치열했을까.
꽃잎이 다 떨어지고 꽃자루만 남았는데도 꽃같이 예쁘다.
눈앞에 보이는 나무도 좋고, 벤치가 햇빛에 있지만 해를 등지고 있어 눈 부시지도 않아 딱 좋았다. 하지만 아래 위로 검은색 옷의 압박(점점 뜨거워짐)과 솔밭에만 사는 엄청 큰 개미들이 자꾸 나를 타고 올라와서 떠나기로 결심했다.
연두색, 초록색으로 퉁치기엔 너무도 다양한 색깔들. 초록색이 사진에 이상하게 찍힌다 했더니, 며칠전 밤에 사진 찍으면서 iso를 건드렸던 탓이었다. 폰 화면에선 뭐가 잘못 된지 몰랐는데, 사진을 컴퓨터에 옮기니 지난번 삼랑진 사진부터 엉망진창이다.
여리고 순한 잎을 통과해서 부드러워진 햇빛이 참 좋았는데, 사진은 이따위.
같은 나무에서 나온 잎인데 크기와 색이 제각각 이었다. 위로 갈수록 연하고 작았다.
삼단 색깔 나뭇잎. 한 나무의 가지들이 맞다.
뱅기가 날아가는걸 같이 찍으려고 터치를 몇번이나 하고, "찰칵"을 엄청 외쳤는데도 묵묵부답이다가 이렇게 개미 만해지니 겨우 한장 찍혔다. 도도한 폰 카씨 되시겠다.
작년 여름 탐스러운 능소화를 피웠던 가지들은 초라한 덤불이 되어 담장에 걸쳐져 있다. 사진에 보이는 풍경 오른쪽으론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연못이 있고, 서늘한 그늘이 있어서 앉아 있기 딱 좋다. 연못은 항상 사진이 별로였고, 그늘의 벤치는 누군가들의 차지가 되어 있어 그대로 돌아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