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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봄날은 간다 본문
2021년 4월 16일
7번째 4월 16일. 비가 예보된 금요일이었다. 가능하면 평일, 출퇴근 시간을 피해 움직이는 것이 지구를 돌리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예의다. -_-; 날은 흐리고, 일어나니 이미 한낮쯤 된 시간. 요즘은 초저녁에 2시간쯤 자고, 한 밤 내내 놀다가 밖이 환하게 밝아오면 3~4시간 자는 엉망진창의 생활을 하고 있어서, 일찍 일어나면 창원으로 꽃놀이 가겠다는 다짐이 무색하다.
날이 좀 흐리긴 하지만, 비가 올 것 같지는 않고 겹벚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벌써 일주일을 넘어가니 마지막 겹벚꽃 구경타이밍이 아닌가 하여 나섰다. 예년이면 벚꽃이 지고 한참 있다 뜬금없이 환한 꽃을 달던 겹벚꽃도 1~2주 일찍 꽃이 피는 것 같다. 심지어 5월에 피던 등나무 꽃이 만발한 사진도 보이고... 마음이 급하다. 게으르면 늘 뒷모습만 쫓게 되니까.
이른 등나무 꽃 사진에 매료되어 성산패총을 목적지로 오랜만에 창원 터널을 넘어갔다. 초행이라 조심조심해서 성산패총 근처에 갔는데 진입로를 못 찾고 지나쳤다. 다시 유턴을 해서 돌아오니, 주차장이 없는 곳이었다. 공단을 끼고 있어서 차가 적잖이 다니는 곳인데 어버버 주차할 자리를 찾으며 느릿느릿 할 자신이 없어서 무작정 직진. 어쩐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 가나.
신호대기 중에 어린이교통공원으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사진으로 보던 화사하고 화려한 겹벚꽃은 이미 없고, 꽃보다 잎이 더 많아진 벚나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바닥엔 부농부농한 꽃잎이 잔뜩 깔려있다. 평일 오후라 주차칸은 제법 여유가 있었다.
저 나무들 모두에 몽글몽글 꽃송이가 잔뜩 달린 풍경은 얼마나 장관이었을지, 아쉽다. 꽃이 졌기 때문에 조용한 여유를 즐길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구경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바람이 한번 불때마다 팔랑팔랑 꽃잎이 휘날렸는데 슬로우모션으로 찍어보고 싶었지만 꽃잎 크기가 너무 작고, 갯수도 적어서 비루한 폰카엔 제대로 잡히기 않았다.
꽃이 여전히 많았지만, 잎이 더 무성해서 거의 없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
까치 한 마리, 사람이 왔다갔다 해도 놀라지도 도망가지도 않는 대범함(?)을 뽐냈다.
수로에도 꽃잎이 잔뜩, 바람이 숲을 흔들고 지나갈때마다 가지와 가지가, 잎과 잎이 스치는 소리가 내내 함께 했다.
꽃송이 그대로 떨어진 꽃을 주워서 사진을 찍고, 카톡으로 자랑을 보냈으나 배가 아픈건지 다들 반응이 없었다.흥!이다.
꽃도 좋지만, 연두빛 새 잎을 달고 있는 나무들도 좋았다. 텅빈 길에, 텅빈 벤치. 어린이 교통공원이라고 했는데, 레포츠공원같은 느낌이었다. 테니스 코트와 파크 골프장이 크게 있었고, 파크 골프장엔 평일 오후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즐겨 하시는 게이트볼구장인가 했는데, 의외로 생각보다 젊은(!) 사람들이었다.
척척, 나무 이름을 말할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무 관련 책을 좀 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이젠 나도 나를 신뢰할수가 없어서...-_-;;; 저 나무가 마음에 들어 독사진을 좀 많이 찍었다. 찍을땐 다들 뭔가 다른 의미가 있었던것 같은데 컴퓨터로 열어보니 그냥 같은 나무로 보인다는 것이 함정.
얘는 잎으로 보아 플라터너스 나무 같은데(어렸을적, 할아버지 집 마당에 있었다.) 튤립같은 꽃이 피어 있었다. 잎이 무성한 상태만 보거나 방울같은 열매를 본 기억은 있어도 꽃은 처음 보는 것 같아 한참을 나무 앞에 서 있었다. 생각보다 키가 커서 제법 멀었는데, 노안-_-;; 때문에 진짜 꽃을 보고 있는 건지 아리송했다.
이럴때 필요한 것이 줌렌즈인데... 오늘은 카메라를 챙겨갔지만, 그냥 폰카로 찍었다. 카메라 액정이 너무 작아서 확인이 힘들기때문이다.
키 큰 메타쉐콰이어도 연두빛 새옷을 차려 입었군!
겹벚꽃은 주차장 주변만 있고, 공원 산책로가 여러 갈래 였다. 크게 공원 3개가 합쳐진 모습이었다. 양쪽으로 있는 두 공원은 멀어서 패쓰.
파크 골프장 주변을 크게 도는 산책로를 따라 걸어봤다. 아파트 숲 사이에 이런 공원이라니, 저 동네 사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새 한마리가 근처로 날아왔다. 비둘기 같긴 한데 깃털 색이 좀 화려 했다. 줌을 댕기니 화질이 구질구질
주변을 맴돌면서 부지런히 풀을 뜯어먹는데, 자세히 보니까 외다리다. 그래도 껑충껑충 잘도 다니며 열심히 먹는다. 영화 <G.I. Jane>에 나왔던 D.H.로렌스의 시가 생각 난다.
나는 자신을 동정하는 야생동물을 본적이 없다.
얼어 죽어서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작은 새 조차도 자신을 동정하지 않는다.
옛날엔 레고 블럭이나 수박바 같다고 생각했던 메타쉐콰이어 나무. ^^;;
비가 올거라고 했는데, 오후가 될수록 하늘이 맑아져서 파란색도 점점 많아 보인다
벚꽃이 지고 나면 철쭉, 연산홍들이 만발하는데 너무 흔해서 사진을 잘 안 찍던 애들이다. 가끔 길가에 채도 높은 색으로 한가득 피어 있는걸 보면, 색칠 하기 싫어서 대충 다같은 색으로 그려놓은것 같다 여겼다. 그런데 공원에 이렇게 초록이랑 같이 있으니 새롭다.
완만한 언덕을 올라오니, 여기가 왜 어린이 교통공원인지 알게 해주는 풍경이 보였다. 운전면허 시험장을 축소해놓은듯한 트랙이 있고(심지어 작은 터널?도 있었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한쪽에 정자가 있었는데, 등나무꽃이 서너 송이? 줄기? 피어 있어 있었다.
역광이어서 억지로 사진을 찍어보려 노력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꽃이 좋소?" 하신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어서 "네?" 하고 물으니, 꽃이 좋소?? 다시 그러신다. 그럼요. 꽃은 예쁘잖아요. -_-;;
이제는 주차장쪽으로 가는 길
오른쪽의 홀 번호를 알리는 빨간 깃발이 거슬려서 이리저리 프레임을 움직여보고 어쩌고 했는데, 컴퓨터에서 열어보고 빵 터졌다. 저렇게 여자분이 크게 찍혀 있을거라곤...-_-;;;
표지판 공부^^;
다시 주차장. 그리고 집으로...-_- 어디 가서 일몰을 좀 보고 갈까 했지만, 퇴근시간 창원터널은 헬이라서 서둘렀지만 역시 진입할 때부터 엄청 막혔다. 집에 왔을때는 아주 먼 길을 돌아 온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