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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낭만닥터 김사부 본문
어제 오늘 정주행(!) 했던 드라마. 사실 켜놓고 자다, 보다 해서 중간중간 제대로 봤나 의심스럽긴 하지만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써 볼까 싶은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추천하는 사람이 많아서 킵해놓고는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시작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버릴까 말까 몇 번을 망설였는데, 예상보다 좋다. 1회를 볼때만 해도 윤서정 출생의 비밀(?), 강동주의 돌직구 고백(!), 뭔가 막장스러운 삼각관계 때문에 그렇고 그런 의학드라마의 탈을 쓴 막장드라마인가 했다. 그런데 드라마를 계속 볼수록 제목처럼 김사부에 대한 드라마기도 하지만, 강동주의 성장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 제목처럼, 김사부가 가장 중요한 인물이고, 무게중심이다. 완벽한 실력을 갖추고 있고, 까칠하긴 하지만 사람 살리는 일말고는 딱히 관심도 없어 보이는 교과서적인 인물이다. 그동안 의학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의사 캐릭터 같기도 하고... 시골의 다 쓰러져 가는 병원에서 고생하면서 낭만도 찾으시고 말이다.
'낭만' 이라는 좀 촌스럽고, 낡았지만 낭만적인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드라마랑 딱히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이상적인' 의사의 모습이라고 이러 할것이라고 규정하는것 자체가 '낭만'적인 것 같기도 하고.
한석규가 까칠하게 버럭될때 마다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이 떠오른다. 그리고 너무 완벽해보이는(내 취향인가?-_-;) 김사부보다는 모순 투성이인 강동주 캐릭터가 더 끌린다.
아버지가 의사들의 잘못으로 돌아가셨다는 분노를 원동력으로 버티던 그가, 결국은 그때 그 의사들과 비슷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끊임없이 자기 모순적인 행동과 선택을 할수 밖에 없는 모습에서 대단한 인격체나 완성형인간이 아닌 평범한 사람을 본다. 의사가 신이 아닌것 처럼...
'부모'라는 존재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생각한 '부모'는 책이나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자식에게 헌신과 희생을 다하는 이상적인 모습이었는데, 그것과는 괴리가 있는 장면을 접할때마다 왜?라는 끊임없는 질문과 이해할수 없음에 난감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냥 '부모'도 그냥 보통의 사람인것이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듯이 이상적인 부모의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덜 성숙하고 자격 미달의 모습도 있는거라고. 별것 아닌데 그걸 깨닫는데 30년이 걸렸다. 고정관념의 무서움이란...
어렸을때 나는, 상상속의 '완성된 인격체'를 목표로 살아가는 것은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며 가까워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에 대한 높은 기준을 정해놓고 기준에 미달하는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이 괴롭고, 내가 그 기준에 못 미치는 것에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남들은 어른이 되면 철이 들면서 인격이 성숙해지는데, 오히려 나는 나이가 들면서 사람에 대한 높은 기준을 내려 놓고 좀 더 엉망으로 살고 있다. 좀 미숙한-_- 사람을 만나도 뭐, 그럴수 있지. 그리고 내가 바보같은 일을 저지르거나 옛날 기준으로 좀 더 대충 살아도, "괜찮아. 한 두 명쯤 대충 산다고 지구가 망하는것도 아니고" 같은 뻔뻔함을 장착하게 되었다는 것이지.
미완의 존재로 태어나서 완전함을 추구하는것이 인간의 삶이라면, 그 중에 몇몇은 남에게 피해를 안 주는 선에서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어도 되지 않을까? (그것이 비록 나의 게으름과 미성숙함에 대한 변명일지라도...)
그래서 나는 내 미숙함과 불완전함과 어리석음을 다 인정하기 때문에 김사부보다는 강동주에 더 감정 이입을 하게 되고, 강동주가 성장하는 모습을 응원하게 되었다. 강동주는 점점 '이상적인' 의사다워 진다.
그리고 내가 또 주목했던 캐릭터는 도윤환 원장의 아들인 도인범 캐릭터 였다. 꽤 현실적인 캐릭터기도 하고 밉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밟는듯 하면서도 또 어찌보면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 다친 아버지를 치료하면서 아주 스무스하게 그의 그늘을 벗어나겠다는 선언을 하는 장면이 참 좋았다. 현실적인지는 모르겠다. 아버지의 후광을 적당히 누리고 즐기지만 실력도 갖추었다는 점은 좀 비현실적일까.
대충이긴 하지만 2회 정주행을 하는 동안 박은탁 간호사가 여진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의 드라마 <괴물>에 도윤환 원장과 부자지간으로 나왔는데, 벌써 전에 한번 같은 드라마에 나왔었구나! 했다. 어린 여진구는 지금보다 덜 느끼하네 했다.-_-;;; 다음부턴 꼭 검색해서 확인해봐야겠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는 내내 몇 년 전에 보았던 카카오 페이지의 <그레이트 써전>이란 소설이 생각났다. 최고의 외과 의사가 되기 위한 의사들의 고군분투이야기인데, 아마 성장드라마라고 받아들여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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