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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연꽃단지(2020.08.06)

푸른밤파란달 2020. 8. 7. 00:28

덕천서원의 배롱나무 꽃이 마음을 들뜨게 했다. 그래! 가는거야... 조금 늦은 아침이지만 서둘러 외출 준비를 하며, 전화를 했다. 산청쪽으로 가려면 누군가의 집을 지나가야 하니 혹시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같이 갈까해서였다. 

 

내가 모순적인 인간이라는 증거중 하나. 남들은 나와 만날 약속을 하려면 적어도 일주일전에 날짜를 잡아야 한다. 최소한의 최소한으로 잡아도 전날에는 약속을 잡아야 하는데 나는 출발하기 한 시간전에 연락하는 뻔뻔함. 그것은 지금 내 삶이 계획하에 흘러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두시간전의 나도 예상치 못한 일인지라...-_-;; 하지만 자기 합리화인건 너무 잘 아는것이고. 역시나, 그 분도 시간이 애매하다며 다음주에 함께 가기로 했다. 

 

그래서 언젠가 한번은 가야지 했던 밀양 연꽃단지로 갔다. 날은 흐렸는데, 가야컨트리클럽을 넘어가니 빗방울이 보이기도 했다. 흐렸다, 햇빛이 나왔다가, 빗방울이 떨어졌다가 아주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날씨였다.

 

연꽃은 끝물이라 몇 송이 없었고,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는 무겁게 몸에 감겼다. 바람이 지나갈때마다 푸른 연잎들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풍경이 좋았다. 하지만 체력이... 어찌 그리도 떨어졌는지 50미터를 제대로 못 걷고 내내 쉬었다 걸었다 했다. 몸에 큰 병을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잠깐 걱정도 했다. 폰으로 찍은 사진만 올려본다.

 

 

 

 

물에 우렁이가 아주 많았다. 크기도 크고...-_- 간혹 두마리가 붙어 있는 것을 봤는데, 아주 달콤하고 느린 키스를 하고 있는것 처럼 보였다.ㅎㅎㅎ

 

 

왜 몰라 
 
 
더러운 물에서
연꽃이 피었다고
연꽃만 칭찬하지만 
 
 
연꽃를 피울 만큼
내가 더럽지 않다는 걸
왜 몰라 
 
 
내가 연꽃이 사는
집이란걸
왜 몰라 
 
 
이/장/근 

 

 

 

 

 

 

 

멀리 보이는 것은 구. 밀양연극촌. 지금 연극축제 기간인것 같은데, 코로나 때문인지, 평일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오래전 성추문 사건때문인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는 연극에는 관심이 없으니 패쓰...

 

 

 

한쪽에 가건물로 된 카페가 있었다. 판넬로 대충 지어진 건물이었지만, 안쪽은 에어컨이 빵빵했다. 5500원 짜리 커피 빙수를 시키고  밖에 있는 데크에서 기다렸다. 연잎이 들어가는 메뉴들도 제법있었는데, 가게 내부로 봐선 그 연잎에 대한 신뢰가 전혀 가지 않았다. 가게안은 에어컨 때문에 손님이 좀 있었고, 주문은 밀려 있었다. 

 

데크에서 한참 연밭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나온 커피 빙수는... 지하실 어디에 잠들어 있는 빙수기를 꺼내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충분히 시원했고, 바빠서 그랬는지 덜 갈린 얼음은 마치 사탕같았다. 

 

 

 

 

바람이 제법 불어서, 습기 많은 공기도 그렇게 불쾌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데크에서 오래 시간을 보냈는데 책을 가져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 크로스백엔 카메라, 손풍기, 휴대폰, 차키, 손수건 만으로 이미 한가득이라서 뭘 더 들고 올수도 없었지만... 휴대폰안에 있는 텍스트 책들은 읽고 싶지가 않았다.

 

 

내가 등진 방향으로 넝쿨식물로 만들어진 터널이 있었다. 멀리서 부터 시끌시끌한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왔다. 어디 어린이 집에서 소풍 왔구만, 선생님들이 고생이구만...하고 각오를 다지고 있어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니 갑자기 꼬맹이 서넛이 튀어 나왔다. 고만고만한 애기들이 귀엽기는 하였으나,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에너자이저들이어서 보고 있는것 만으로도 땀이 났다. 그리고 어린이집 전체가 왔겠거니 했는데 꼬맹이는 고작 6명이었고, 선생님은 3분이었다.

 

 

 

 

원래 갈려고 했던 찻집이 멀리 보인다. 간판에 자음 한개가 떨어졌던가... 그래서 지나쳐왔지.

 

잎을 다 떨굴 해바라기들이 일제히 내가 앉은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어서 마치 자기들 끼리 이런 수다를 떠는 것 같았다.

 

"뭔데, 뭔데??"

"저기, 세상에 본적없는 못 생긴 애가 하나 앉아 있어!"

"나도 볼래, 나도 볼래!!"

 

 

 

 

 

나를 감시하는 구경하는 해바라기 녀석들!

 

 

 

 

이런걸 하고 있다고 한다.

 

 

 

 

넝쿨 식물 터널에서 발견한 색이 특별히 진한 능소화. 꽃이 많이 피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드문드문 손에 꼽을 정도로만 피어 있어서 매우 아쉬웠다.

 

 

 

 

넝쿨 식물 터널. 타고 올라가는 식물의 종류가 여러가지 뒤섞여 있었다.  

 

 

 

주렁주렁 달린 참박들. 연꽃 단지 입구에 할머니들이 참 박을 팔고 있었는데...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농약을 쳤다고 열매를 따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참 박으로 탕을 끓이면 시원하고 맛있는데... 한 덩이는 너무 많고 잘라놓은것을 사가지고 오고 싶었으나, 탕을 끓일것 같지 않아서 포기했다. 

 

 

 

덩쿨 더미속에 숨어 있던 포도도! 집에 가면 포도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터널 가운데 여러 커플들이 사진을 찍고 있어서 제법 기다려 찍은 사진. 아무도 없는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저 길의 끝에 노인정이 있고, 거기에 주차를 했다.

 

 

 

어쩐지, 헐리웃 B급 공포영화 오프닝에 나올법한 자태다.

 

 

 

이쯤 되면 저절로 이렇게 된건 아니겠지!

 

 

 

하여간, 사람들 참... 그냥 냅두질 않는다.

 

 

 

 

다른 종인가 했는데, 해바라기 아래쪽에 가지에 있던 걸로 봐서 어린 해바라기는 이런 모습인가보다. 작고 귀엽고 예쁘다.

 

 

 

앗, 사람 모양이었네.^^

 

 

 

 

 

밀양까지 왔는데 다른 곳을 더 둘러볼까 하다가, 급 피로가 몰려와서 마트에 빵이나 좀 사가야 겠다하고 출발을 했다. 올때는 고속도로 보다 삼랑진으로 넘어오는 국도를 선택했는데, 멀리 낮은 동네 산허리에 배롱나무 꽃이 아주 빨갛게 보인다. 어쩔까 하다가, 어차피 차도 많이 안 달리는 길이라 유턴을 하고 무작정 배롱나무가 보이는 곳으로 갔다. 동네의 골목을 지나다 보니 만어사라는 글이 보인다. 고개 넘어 만어사가 있나보다.

 

 

 

그냥 언덕배기 풀숲에 배롱나무가 크게 서너 그루 정도 있었다. 산을 올라가는 길은 외길이라 잠깐 차를 세워놓기가 조심스럽다. 그리고 풀밭이라 들어가기도 무섭고.조금 위쪽으로 올라가면 길가에 차를 붙일만한 데가 있을까 하고 올라가봤는데...계속 외길이었다. 이러다 만어사까지 가겠다 싶어서 중간에 비좁은 길에서 차를 돌려 내려왔다.

 

 

그리하여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창문만 열고 찍은 사진. 저렇게 꽃이 필려면, 제법 수령이 될텐데... 멀리서 봤던것과 느낌이 조금 달라서 이 정도에서 만족.

 

 

다시 가던 길을 가려고 보니, 이 동네, 입구에 큰 저수지가 있는 예쁜 동네다. 저수지 근처에 큰 당산나무 같은 것이 있고 평상과 의자들이 있어서 딱 쉬기 좋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잠시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산에서 붙어온 녀석인지 이런 꼬맹이가 번호판 옆에 붙어 있었다.

 

 

 

 

저수지가 아주 깊어 보여서 조금 무서웠다. 밤마다 물귀신이 나올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이런 동네에 작은 집을 짓고,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어떤 작가의 삶을 잠깐 상상해보았다. 왜, 나는 그런 재능이 없는가 대상이 누군지도 모를 원망을 던져 봤다. -_- 동네가 작아서 이런 동네에 이사 온 다면, 마을 사람들에게 제법 시달릴지도 모르겠다. 삼랑진으로 넘어오는 산길은 여전히 꼬불꼬불하고 푸르렀다. 가끔 뒤에 차가 붙으면 옆으로 피할 공간이 나올때까지 마음이 조급했지만 대체로 혼자 3~40킬로의 속력으로 달리며 녹음을 즐겼다.

 

그리고 홈플러스에 들러 치즈케익과 맥주를 샀다. 이젠 확실히 술을 못 마시는 몸이 되버린것 같다. 얼음을 잔뜩 넣은 컵에 따라 마신 맥주에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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