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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능엄사와 외항포 일본군 포진지(2021.06.18) 본문
며칠, 연이어 비가 왔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 맘때부터 시작하여 더우면 움직이길 거부하는 몸때문에 항상 수국을 제대로 본적이 없다. 여름꽃이라면 능소화와 배롱꽃 정도나 겨우 볼까. 연꽃도, 수국도 좋아하지만 늘 사진으로만 본다.
지난번에 대항항쪽의 수국을 보고 와서, 꽃이 조금 더 크고 나면 한 번 쯤 더 가야 겠다고 다짐을 했다. 나의 조건은 비가 오지 않고 기온이 그닥 높지 않을 날이었는데, 계속 비가 오고, 기온은 28~9도를 오르내렸다. 일주일 예보는 수시로 바뀌었고, 결국은 주말 날씨가 맑음으로 바뀌긴 했는데, 주말은 또 사람이 많을까 걱정이다.
맑게 개인 토요일에 갈지, 흐리지만 기온이 좀 낮은 금요일에 갈지 망설였다. 금요일 아침엔 비가 왔는데, 예보상으론 토요일은 너무 더워 보여서 금요일 낮에 출발을 했다. 목요일이 사실은 딱 좋았는데, 지난주는 수요일에 하던 박물관 수업이 목요일에 하는 바람에... 그리고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이라서 땡땡이 대신 성실하게 수업을 들었다.
출발을 하긴 했는데, 비가 곧 떨어질것 처럼 하늘이 흐렸다. 멋진 노을이나, 바다 풍경은 못 볼것 같으니 일단은 능엄사를 들러서 능소화 개화 상태를 보기로 했다. 능엄사 입구는 늘 아슬아슬 위험하다. 좌회전 하자 마자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좌회전 하고 보면 편도 4차선의 제일 안쪽 차선에 있어서, 차선 3개를 가로 질러 가야 한다. 다행히 이번에도 운이 좋아 무사히 우회전해서 좁은 골목에 들어 섰다. 섬 이름이 노적봉이던가... 진입로는 차가 한 대 밖에 지날수가 없는데, 맞은편의 차가 와서 비껴가느라 애도 좀 쓰고... 입구의 접시꽃이 커다랗게 흔들리는 것을 보니 시기가 조금 이른 것도 같다.
절이야 손바닥-_-; 만하고, 딱히 마음을 끄는 건물도 없으니 주변의 꽃들을 찍으며 천천히 배회했다. 만조에 가까운 시간인지, 비때문인지 바닷물이 바로 앞까지 밀려와 있었다.
작년에도 이맘때 능소화 보러 왔었는데 비도 오고 능소화를 보지 못했다. 올해는 다행히 비는 안왔지만 역시 능소화는 안 보였다. 그래도 화단에 수국은 있을 줄 알았는데, 수국을 다 뽑아버렸는지 하나 정도만 남아 있었다.
바닷가쪽의 접시꽃은 키가 너무 커서 거의 쓰러져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송이는 사진 찍기 힘이 든다.
이 곳 소나무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 찍으면 참 그림같이 예쁜데, 날이 흐려서 우중충하게 나왔다.
무궁화 느낌의 접시꽃... 섬 입구의 접시꽃들은 새빨갰는데, 절 앞의 접시꽃들은 색깔이 여러가지다.
이 시기에 꽃이 피었으니, 수국일텐데... 색이 불두화 같아서 수국인가 불두화 인가... 한참 들여다 봤다. 행정언니가 전에 수국은 이파리가 깻잎같이 생겼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서, 수국인가보다 한다.
둥굴레 같은데, 둥굴레치고는 꽃이 너무 크다.-_-;; 날려온 꽃씨가 싹을 틔웠는지 꽃양귀비꽃도 점점이 있었다. 계절에 맞지 않는것 같은데도 꽃양귀비가 핀 걸 보면, 이 꽃도 둥글레 꽃인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고.
백합이겠지만, 이렇게 키가 크고 꽃이 많이 달릴리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꽃사진 찍느라고 쪼그렸다, 엎드렸다 하고 있으니 능엄사에서 일하시는 분도 와서 꽃을 찍고 가셨다. 꽃 사진을 좋아하는 것도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같아서 좀...-_-;;
터가 좁아서 복잡하게 건물을 지을수도 없지만, 그냥 단정하고 깔끔한 느낌은 참 좋다. 전통적인 사찰건축과는 매우 거리가 있어보이지만...
정문의 접시꽃. 탐스럽던 수국이 없으니 더 썰렁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에 의하면 능소화가 유명해서 절 이름이 능엄사였는데, 수국도 많이 심어서 수능엄사가 됐다는 믿을수 없는 썰이 있다. -_-; 설마 절 이름을 그렇게 지었겠냐만은 내비에나 지도엔 능엄사로 나오지만, 입구의 현판은 "수능엄사"이긴 하다. 그렇다고 능소화가 엄청 많은건 아니고 그냥 담장 한가득 필 뿐인데. 이제 수국을 다 정리했으니 다시 능엄사로 돌아가나?
밖에서 보는 덩굴엔 꽃이 하나도 없어서 절 안쪽에 혹시 피었나 하고 들어가니 입구에 벌써 활짝 핀 한 송이가 떨어져 있다. 능소화는 스치기만 해도 꽃이 떨어지더라. 작년에 박물관 주차장에서 사진 찍느라고 왔다갔다 할때마다 꽃이 떨어져서 당황했던 기억...-_-
성질 급한 한 두 송이가 피어 있고, 자잘하게 꽃봉오리들이 한가득 맺혔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화장실이고, 이 좁은 10미터의 골목길?엔 아마 "피안의 길"이라는 이름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흐린 날, 바닷가의 습한 공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다음주나 되면 활짝 피겠지. (그리고 날도 엄청 덥겠지...ㅜ.ㅜ)
돌아서 나가는 길. 사찰인듯, 사찰 아닌듯한... 작년엔 왼쪽 요사채 건물이 보수 공사중이어서 비계가 설치되어 있어 복잡하고 정신 없었다.
조만간, 꽃봉오리들이 모두 활짝 피었을때 다시 만나자구!
하늘 한 귀퉁이에 파란 빛이 보인다. 어쩌면, 가덕도에 도착하면 파란 하늘을 볼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가덕도를 향해 출발. 신항의 화물차들이 오가는 곳이라 운전이 꽤 무서웠다. 시속 60킬로 제한 속도인데, 다들 나를 추월해가거나 거대한 화물차가 뒷꽁무니에 바짝 붙어서 달리기도 하고...-_- 웬만하면 운전하기 싫은 도로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한적한 주차장이라 차박하는 사람들인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떠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가끔 가던 대항항 전망대 보다 더 대항항 쪽의 외항포 전망대인데, 넓은 두 곳 주차장은 폐쇄가 되어 있고, 아래쪽의 대형버스 주차장만 개방중인데 아마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그런듯 하다. 주차장 난간 너머가 절벽이니, 사고 위험도 있고.
외항포 포진지는 러일전쟁대비해서 일본이 만들어놓은 군사시설이다. 입구에 해설 하시는 분들의 작은 사무실과 화장실터가 보인다. 100년도 전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직도 저렇게 멀쩡하다니...
벤치도 이렇다.
미스테리 서클처럼 동그란 모양들이 여기저기 있다. 저기 커다란 두곳은 포를 놓던 자리. 저 계단은 수국밭으로 이어지는 길.
왼쪽은 막사? 같은 곳이고, 오른쪽 건물은 탄약고다. 여기뿐만 아니라 산속 여기저기에도 시설들이 흩어져 있다고 한다. 왼쪽앞에 보이는 계단이 산으로 올라가는 길과 연결되어 있다. 전쟁을 대비한 시설물인 와중에도 저 곡선들은 무엇...-_-;
가려던 새바지 인공동굴도 러일 전쟁을 대비해서 강원도 광부들을 강제로 끌고 와서 만든 동굴이라고 한다. 지금은 동굴 내부가 무너지는 안전 문제가 있어 폐쇄되었다.
내부는 굉장히 좁다. 안에 포진지의 역사에 대한 판넬과 영상물을 상영하는데, 그닥 눈에 잘 들어오진 않는다.
외양포(포진지 아래쪽 마을)에 주민들을 다 몰아내고 군사기지처럼 조성을 했다고 한다. 전에 와서 어슬렁 거릴때, 일제시대 우물은 발견했더랬다.
내부로 들어가면, 센서가 감지해서 영상을 보여주는데, 영상을 보여주는 스크린이 선풍기 날개처럼 돌아가는 것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마치 뭔가 최면을 걸려는듯한 느낌이랄까...전쟁의 긴박함을 느끼게 해주려는건지는 모르겠는데, 정신 사나워서 집중이 하나도 안된다.
천장은 그을음인지 뭔지 시꺼멓는데 온갖 낙서들이...-_-;;
탄약고인데 저기도 영상물과 판넬들이 전시 되어 있었던것 같다.
벤치들... 소나무숲에 사는 커다란 개미들이 왔다갔다 해서 앉지는 못했다,
흐린 날씨, 사람 하나 없는 오래된 유적지, 더구나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심경이 복잡해진다. 이거 만들려고, 또 우리나라 사람들을 강제동원했겠지. 우거진 수풀 속에 작은 공원 같기도 하지만, 또 숨겨진 상처 같기도 하고 그렇다.
이곳에도 꽃이 핀다. 뒤늦은 찔레꽃인가. 폰으로 찍으면 그냥 한무더기 하얀 덩어리로 나오는데, 괜히 꽃 사진에 열중하며 심란한 마음을 다스렸다.
지난번에 들어가보지 않았던 다른 탄약고에 들어갔는데 입구에 엄청 큰 거미가 있었다. 나름 사진으로 찍었는데, 어두워서 그런지 다 흔들려서 심령사진처럼 나왔다. 탄약고는 입구가 꺽어져 있다. 들어가니 갑자기 안쪽이 환해지면서 이런 모습이 나왔다.
오얏꽃이라고 한다. 오얏꽃은 조선왕실을 상징하는건데...-_- 아래쪽에 오얏꽃이라는 글자를 보기전엔, 뭐지? 싶었다. 뭔가 벚꽃스럽기도 했고. 하긴 벚꽃은 보통 분홍색으로 표현하니까 그건 아닌가...-_-
불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한다. 안에 든것이 형광등인지 깜빡깜빡 하기도 하는데 사진엔 표현이 안되니 덜 산만한것 같다.
벤치가 다리쪽도 뭔가 신경을 써서 만든것 같아서 전체적인 모습을 찍어둠. 위쪽의 저 손잡이 같은 모양은 없었으면 더 좋았겠다. 이 벤치 오른쪽으로도 막사인지, 탄약고인지 모를 굴이 하나 더 있는데, 아무런 조명 시설이 없어서 엄청 깜깜했다. 휴대폰 손전등 기능을 켜고 잠깐 들어가봤는데, 마치 지하묘지에 들어온 듯한 서늘함이 있어서 금방 나왔다.
대충 둘러보고, 계단을 올라간다.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저 작은 동그라미는 무엇의 흔적일까.
계단을 올라가면 보이는 풍경. 눈으로 보는 것보다 사진이 훨씬 빈약하게(!) 나왔다. 듬성듬성 해보이지만, 앞으로 크게 자랄것을 예상해둔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꽃밭을 가꾸는 분들이 엄청 많았다. 마침 쉬는 시간이었는지 중앙의 큰 나무 아래 벤치에 다 모여 앉아 계셨다. 꽃보러 온 사람은 거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일하시는 분들의 모든 눈동자가 나를 따라 다녔다. ㅜ.ㅜ
날이 흐려서 바다 풍경도 별로다. 중앙 벤치에서 찍어야 수국과 바다가 같이 보이는데, 그곳은 접근 불가-_-;;
어찌어찌 키를 낮추고 울창한듯 찍어본다. 나를 쫓는 눈길들이 부담스러워서 더 꽃만 열심히 봤다.
저 하얀 줄들이 참 거슬리지만, 작년 밀양에서 보니 저렇게 줄을 쳐놔도 꽃속에 들어가서 사진찍느라 꽃밭을 망가뜨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불평할수가 없다.
일찍 피었던 애들은 상태가 좀 메롱이다.
그러나 새로 피는 애들도 많고, 멀리 하얀 꽃들도 있다.
꽃밭이 끝나는곳에 폐기물 더미 같은 것이 있어서, 바다가 나오게 찍으면 쓰레기가 같이 찍히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그냥 꽃다발을 꽂아 놓은듯한 느낌적인 느낌.
파란 수국이 좋다! 올해는 놓치지 않고 수국을 볼수 있어서 좋았다. 내친 김에 다음주엔 수안리 수국마을에도 가볼까 한다. (게으름을 떨칠수 있다면!)
지난번 왔을때 보다 꽃이 많이 피긴 했는데, 상태가 안 좋은 애들도 많았다. 저렇게 물 주는 호스들이 깔려 있고, 비도 많이 왔는데 상태가 이러니 안타깝다. 예쁜 모습 오래오래 보여주면 좋을텐데...
입구쪽의 나무.
벤치에 앉아서 뒤돌아 찍은 사진. 드문드문 앉아서 쉴 자리도 있고, 한 두팀씩 꽃 보러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 하시는 분들의 휴식시간도 끝이 났는지 나를 쫓는 시선들이 흩어져서 다행이었다. -_-;;
몽글몽글 수국 꽃봉오리들은 저렇게 생겼구나. 생식의 기능이 없으니 꽃이라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잎도 아니니...-_-; 요즘 수국들은 꽃잎이 너무 커서 가끔 계량이 너무 심하게 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관람할수 있는 길이 잘 되어 있어서 좋았다. 대충 몇 장 찍고 갈까 하다가, 전세 낸 김에 꼼꼼히 둘러봤다. 수국이 지기 전엔 다시 올 것 같지 않은 예감도 있었고.
산에서 내려오는 작은 개울위에 굳이 다리를 만들어 놨다. 저기서 물을 끌어와서 꽃에게 주는듯.
꽃 색깔이 다양하다. 얘는 꽃잎도 끝이 톱니처럼 생겼다. 사진이 많아서 이제 슬슬 지친다. 하지만 이렇게 예쁜 꽃들을 하드에 묵힐수는 없잖아!
위쪽에서 봤을때부터 좀 키가 큰 수국 무더기가 있던 곳. 그런데 여기는 또 일하시는 분들 중에 여자분들이 자리를 잡고 쉬고 계셨다. 역시나 나를 따라오는 눈길들..."쟤는 뭔데, 평일 날 이 외진 곳에 와서 폰으로 사진이나 찍고 있는겨?" 이런 느낌.
다른 아이들이 요만큼만 자라줘도 엄청 풍성한 수국동산이 될것 같은데 내년엔 가능할까?
하얀색 수국도 좋았는데, 왜 사진이 없을까... 뽀얀 모습이 연두빛 도는 애들하고는 또 달랐다.
돌아 나가는 길.
일하시는 분들이 한 10여명 되었는데, 아마 잡초제거 하시는듯 했다. 여름에 잡초들의 생명력이란...-_-;;
요 왼쪽 아래의 연한 보라빛과 청색이 섞인듯한 색이 내 취향이다. 그래서 살아남은 사진.
오른쪽에 조금 보이는 것이 중앙의 나무와 벤치 자리인데 일하시는 분들의 짐과 형광색 조끼들이 많아서 사진 찍을때마다 신경쓰였다.
나가는 쪽에 있던 나무 아래의 벤치에 앉아서 숨을 헐떡-_-;; 이며 주변의 꽃을 구경했다. 이제 kf94는 못 쓰겠다.
이 구역의 꽃들은 겹꽃이다. 자꾸 이렇게 개량하면 원래 꽃과 너무 멀어지지는 않을까? 그냥 예쁘면 괜찮은건가.
일하시는 분들이 모조리 엎드리셔서 표가 안나서 찍어봤다. 사진에만 대여섯명 찍히신듯. 오른쪽 언덕 너머가 포진지가 있는 곳이다. 언덕끝에 배모양의 조형물이 있었는데, 찍는다는걸 깜빡했다. (걷기 귀찮...-_-;;)
겹꽃이 신기해서 한번 더!
파란구역
입구 혹은 출구. 야생화 단지라지만, 수국이 야생화인가, 갸웃갸웃...
도로의 인도를 따라 차로 돌아가는 길에서 만난 풀꽃. 토끼풀을 닮았는데 잎이 길쭉하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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