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밀양 명례성지 (2021.06.05) 본문

지구별 여행자

밀양 명례성지 (2021.06.05)

푸른밤파란달 2021. 6. 9. 00:48

지난번에 대산 플라워랜드 갔을 때, 맞은편이 밀양이어서 지도를 좀 자세히 보니, 평소에 다른 곳과 동선이 외따로 떨어져 있어서 늘 일정에서 제외되던 명례성지가 건너편 가까이에 있었다. 그래서 명례성지와, 대산 플라워랜드, 대산미술관을 묶어서 다녀 오기로 했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내내 웹소설을 읽다가, 아침이 다 되어서 자려니 왠지 시간이 아깝게 느껴져서 느릿느릿, 외출 준비를 했다. 주말에 집을 나서는 건 큰 모험이다.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이 싫어서이기도 하고, 주말 아니면 시간이 안되는 사람들에 대한 나름의 배려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잠이 안오고 멀쩡해서 그냥 출발하기로 했다. 남은 식빵은 모조리 마늘빵으로 만들어 버려서 식빵대신 모닝롤로 미니 샌드위치를 만들고 방울토마토와 오렌지를 챙겼다.

천주교 명례성지는 명례성당이 있던 곳인데, 1896년에 세워진 경남 최초의 성당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세번 째로 신부가 된 분이 주임 신부로 계셨다고 한다. 지금껏 김대건 신부가 주임신부인줄 알았는데 잘못 알고 있었다. 작은 동네에 도착하니,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내비는 차가 거의 진입이 불가능 한 곳으로 가라고... 동네를 서너바퀴 빙빙 돌다가, 골목길에 주차를 하고 티맵을 켜고 대충 걸었다. 워낙 작은 동네라 이리저리 방향만 맞추어 걷다 보니 목적지는 금방 찾았다.

사실은 두어 명의 사람들이 그쪽으로 가고 있어서 따라갔다. -_-;; 잘 찾아왔군. 시골마을의 뒷 언덕에 성당자리가 있었다.

입구에서 보이던 성모상. 너무 땡볕이어서 성모상 앞까지는 걸어가지 않았다. 밀양은 분지라서 그런건지 우리동네보다 2~3도 정도 기온이 높았다.

요즘은 꽃으로 계절을 짐작하기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옛날 코스모스가 벌써 피었다. 색이 요란한 코스모스보다 이런 물 빠진듯한 분홍 코스모스가 좋다.

성당으로 가는 길가에 이 시기에 필 만한 꽃들이 다양하게 피어 있었다. 금계국, 수레국화, 데이지와 장미까지... 이 친구는 이름을 모르겠다. 전에 찾아봤던 것 같은데, 찾아봤다는 기억만 남았다. -_-;;

그 옛날 성당은 아니고, 태풍으로 무너진것을 1938년에 옮겨 지은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80년 넘은 건물이긴 하네. 내부를 볼수는 없었다. 옆으로 신식의 성당이 있어서 예배는 그 쪽에서 본다고 한다.

멀리 낙동강이 보인다. 마을 앞에서는 그 뒤에 이렇게 탁 트인 강과 둔치가 있을거란 생각이 안들게 감쪽같이 숨겨져 있다.

정면의 계단길 말고 옆으로 경사길을 걸어가면 만나게 되는 모습. 나무가 참 크고 잘 생겼다.

나무 오른쪽 아래로 천주교 박해 당시의 고문 도구들이 몇가지 놓여 있는게, 굳이 있을 필요가 있나 싶긴 했다. 기껏해야 아이들 장난의 대상이 되는 정도였으니...

성모승천성당

옆으로 조금 옮겨 가면, 현대미술 같은 건축물을 만나게 된다. 순교자의 탑이었던가... 계단 위에 십자가가 있는 사각의 건물과 전면이 다 계단인 건물.

신석복 마르코 기념 성당

사진 각도를 잘 잡으면, 요즘 카페같은 곳에 많이 설치한 '천국의 계단' 같은 연출샷을 만들수도 있을것 같지만, 모델도 없고, 폰카로 뭘 하겠다고... 땡볕에 10여명의 일가족들이 다 떠날때까지 주변의 꽃이나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계단 아래쪽이 성당이고, 이 부분은 지붕에 만들어 놓은 구조물인 것 같았다. 현대 건축물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어서 아래로 내려가 보진 않았다.

순교 복자 신석복 마르코는 명례에서 태어나 소금과 누룩장수를 하며 복음을 전파했다고 한다. 그래서 저 사각형들은 소금 알갱이를 나타낸다고.

올해 첫 수국! 수국의 정석같은 색이어서 더 좋았다.

이런 색은 그저 그렇다. -_-;

예보상으론 아주 화창한 날씨였는데, 구름이 제법 있고 습도도 높아서 무더웠다. 밀양이라서 더 그런것도 같고...

어쩔까 하다가, 계단 끝까지 올라가서 내려다 보니 이런 풍경이! 명례 강변공원인가. 이렇게 넓어서야, 블로그에서 본 멋진 사진을 어디서 찍었는지 알수가 없다. 뭔가 막막한 기분. 저 흰색의 도로로 내려 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명례성지는 우스개 소리로 자전거 성지가 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아서 차량은 들어갈수 없게 볼라드로 막아놓았던데, 차들이 있는걸 보면 어딘가에 길이 있겠지.

다시 엣날 명레성당쪽으로 해서 천천히 주변을 돌아본다. 식당인지 강당인지 신식 건물이 있고, 아래쪽 정문인듯 한 곳에 전체 안내도가 있는데, 굉장히 알아보기 불편하고 불친절한 안내판이라 사진을 생략했는데 조금 아쉽다.

정문 근처에 있던 비석. 돌로 비각 형태를 꾸며놓은것이 이색적이어서 찍어봄. 의외로 지붕돌의 장식이 섬세하고 예쁘다.

작고 귀여운 석류꽃을 지나서 다시 차로 가서 놓쳤던 골목길을 지나, 강변공원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 길이 좁아서 자전거 무리와 만나면 비껴가느라 신경은 쓰이지만, 땡볕에 걸을수는 없었다. (개복치같은 체력을 조금이라도 아껴야 한다.)

길가 풀숲에 대충 주차를 하나, 했는데 조금 더 가니 주차장이 보여서 그곳에 주차를 했다. 그늘 하나 없는 땡볕-_-;
강변 둔치에 금계국과 개망초가 섞여서 피고 있었는데, 주차장 부터는 잘 관리된 금계국밭이 이어졌다. 황화 코스코스와 헷갈렸는데, 금계국이란다.

주차를 하고, 일단 빵 두개를 해치웠다. 이제 뜨거운 햇빛 속으로 걸어가야 할 시간. 멀리 보이는 흰색 길까지 걸어갔다가, 오른쪽 강둑위 길로 돌아서 한바퀴를 걸을 생각을 해본다.

뒤 쪽. 즉 주차장 진입로 쪽.

앞 쪽. 내가 가야 할 길. 블로그에서 본 길은 양쪽으로 가로수가 우거져 그늘진 길이었는데...-_-;;

바람개비가 잔뜩 붕붕 대며 돌아간다.

노란 꽃물결이 넘실넘실...

걸어온 길을 돌아본 모습. 젤 앞에 흰 차가 내 붕붕이다. 보이는 기와 건물은 사찰이다. 그 뒷편이 명례성지 언덕인듯.

꽃밭에 이렇게 길이 나 있어서 꽃들을 밟지 않고 사진을 찍을수 있게 만든것이 좋다.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삼각대를 놓고 다정하게 같은 곳을 바라 보는 모습이 참 예뻐 보여서, 아주 멀리 조그맣게 나오도록 한 컷 찍었다. 저 커플과는 몇번 마주쳤는데, 빨간 양산까지 준비 해오고 열심히 찍고 있었다.

중간의 전망대. 너무 한낮의 땡볕이라 진입로를 통해서 강둑으로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중간쯤인 저 전망대로 강둑으로 올라가기로 한다. 내가 얼마나 계단을 싫어하는데! 그런데 뜨거운 햇빛이 더 싫다!!

전망대에서 바라본풍경. 아주 평화롭다. 왼쪽 구석에 빨간 양산을 든 커플.

원래 갈려고 했던 진입로 방향. 저 트럭쪽이 메밀밭이었다. 메밀꽃이 다 졌는지는 모르겠는데, 이곳을 오려고 했던 이유중의 하나였던 메밀꽃을 깜빡함. -_-;

자전거 타는 사람들.

땀을 뻘뻘 흘리며, 작게 한 바퀴 돌아서 다시 붕붕이 한테로 돌아옴.

전에 어떤 블로그에서 이름을 본것 같은데, 통 기억이 안나서 이래저래 검색을 해보니 갈퀴나물의 꽃이란다. 금계국 사이사이에 보랏빛으로 악양둑방에서도 많이 보던 꽃인데... 이름이 맞는지는 확실하지가 않다. 찬찬히 블로그에서 본 풍경들을 찾아서 예쁜 사진을 찍으면 좋겠지만,더위에 굴복하고 말았다.

강건너 대산 플라워 랜드와, 블로그에서 본 대산 미술관을 들렀다가 여유가 되면 봉하마을까지... 오후 계획을 잡고 얼른 이곳을 떠났다. 봄이나 선선한 가을쯤에 다시 한번 찬찬히 둘러볼 기회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