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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배달

푸른밤파란달 2021. 1. 18. 11:26

 

 

자동차 검사를 해야 해서 간만에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동생의 공장이 근처에 있을때는 그냥 우편물이 나왔다고 말해주면 알아서 다 해줬는데, 지난번 검사부터는 뭔가 내가 알아서 해야 하는 분위기다. -_-; 그렇다고 또 마음대로 하고 나면 왜 그랬냐고 한소리 듣기 일쑤인지라 일단 확인은 받아야 겠기에...

 

어머니가 비염수술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디 여행가실때나 병원에 입원 할때면 꼭 소리소문없이 하시고 자식들 미안하게 만드신다. 급하게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하니, 동생네도 알리지 않으려고 하셨는데 아버지가 병원 수속하는데 어버버 하셔서 할수 없이 며느리에게 전화를 하셨단다. 그래서 반찬 몇가지 해서 주말에 집에 가기로 했다. 

 

마음과는 달리 내 솜씨라고 해봐야 도시락 반찬 만들던 가락 밖에 없으니 초딩 입맛의 그렇고 그런 반찬들 뿐이다.

 

처음 반찬을 해가지고 갔을때는 어머니 대상포진이 재발했을때였다. 어머니 아프다고 아버지가 살뜰히 챙길 분도 아니고, 몸이 아파도 식사를 챙기시느라 힘들것 같아서 반찬을 해가지고 갔었다. 어머니는 매우 복잡한 표정이셨다. 당신이 이제 자식들에게 반찬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좀 당황스러우셨나보다. 나중에, 더 나이 들어서 당신 입맛이 변해서 반찬을 못할때가 되면 그때나 해오라고 하셨다. 

 

그후로 봄 가을, 농사일이 바쁠때 가끔 반찬을 해간다. 오래 따로 살아서 본가의 입맛에 잘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만들면서 내내 싱겁다고 타박 듣겠다, 달다고 한소리 하시겠네 하게 된다. 그럭저럭 한끼 떼울수 있으면 그걸로 된거지. 요즘은 그냥 "잘 먹을게" 하신다. 

 

위의 왼쪽부터 팽이섯전, 두부조림, 표고버섯 볶음, 대추생강차, 어묵볶음, 멸치볶음, 감자샐러드, 메추리알 조림이다. 생강차는 초 겨울에 큰 통으로 두 통 가득 만들었는데, 누가 생강청 만든걸 한병 줘서 그걸 본가로 보내드리고 내내 냉장고에 있던 것이다. 마트에서 파는 대추차를 한병 사서 섞었다. 생강만 있는것보다는 색깔도 맛도 좋아서 마음에 든다. (잔머리의 위대한 승리-_-)

 

표고버섯은 한봉지를 볶았는데 저 정도 밖에 안 나와서 매우 아쉽다. 나도 표고버섯 좋아하는데 남은것이 없다. 조만간 다시 버섯을 사와야겠다. 그리고 감자 샐러드는 이마트에서 산 모닝빵이 안 먹어져서 샌드위치 만들려고 했으나, 왠지 들고 가면 잔소리 들을것 같아서 패쓰. 메추리알 조림은 조림간장이 너무 짜서 덜어내고 새송이 버섯을 잘라서 넣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만들고 보니 매운것을 싫어하는 내 입맛 탓에 모두 간장 양념이라 시커멓고, 기름에 볶는 단순한 조리법이라 좀 부끄럽다. 배달하고 작은 무 3개와 마른 김, 다시멸치를 얻어왔다. 물물교환인가... 별것없는 반찬인데 만든다고 신경을 써서 그런지 입술에 궤양이 생겼다. 입술이 퉁퉁 부어서 안젤리나 졸리 입술 못지 않다. -_-

 

한통씩 담고 남은 반찬들 때문에 당분간은 백반밥상을 먹게 되었다. 메뉴개발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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