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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2021년 1월 8일 본문
새벽에 날씨앱의 이 동네 기온이 영하 14도를 찍었다. 예보상으론 영하 12도였는데, 한밤중부터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침에는 옥상의 물탱크에서 물이 넘친다는 연락이 왔다. 올라가보니 옥상은 온통 빙판이 되어 있고, 물이 넘치는것을 방지하기 위한 구멍(?)으로 물이 얼마나 흘렀는지 건물로 통하는 배관을 따라 잔뜩 얼음이 얼어 있었다. 최근 몇년 사이에 이런 얼음을 본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꽝꽝 얼은 얼음을 보고 있자니 황당하기 이를데 없었다.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니 아버지 트럭은 시동이 안 걸린다는 연락이 왔다. 햇살이 좀 나야 오시겠다고 하셨다. 일단은 건물로 들어오는 수도를 잠그고 배관에 붙은 얼음을 깼다. 분명히 망치가 있었던것 같은데, 어디에 있는지 찾을수는 없고 선택할수 잇는 장비는 드라이버와 펜치.
이때 아침온도는 영하 12도쯤, 해가 떴는데도 영하 10도 밑의 기온이라니 진짜 비현실적이다. 영하의 기온에 드라이버를 들면 그건 살인자의 포스-_-가 아닌가 하여 펜치를 들고 배관에 얼어붙은 얼음을 깼다. 대충 잠옷바지에 슬리퍼에 맨손이라 사방으로 튀는 얼음 조각을 온몸으로 맞으며 땅땅땅! 단단한 얼음을 깨는 소리가 동네에 울려퍼졌다.
손도 시리고 발가락도 끊어질듯 하여 대충 얼음을 깨놓고 집에 왔다. 온 몸에서 냉기가 나오는듯하고 손가락엔 얼음에 다쳤는지 상처가 났다. 그리고 물이 안나온다. 그 사이에 얼었던가, 아님 배관 전체가 얼은건지도 모르겠다. 강원도나 경기북부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사는건지... 겨울의 난감함은 여름의 난감함과는 또 다르다.
이제 할수 있는 일은 물이 나오길 기다리는 것 뿐. 하나 남은 햇반을 데워서 김치찌개와 밥을 먹고, 밤새 붙들고 있던 소설을 마저 읽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나보다.
잠에서 깨고 보니 배가 너무 고프다. 풀무원에서 나온 건면 짜장라면을 끓여야겠다. 다행히 물이 나온다. 끓는 물에 건면을 넣고 보니 양이 너무 적다. 배가 고파서 더 그래보였나보다. 마침 라볶이 하겠다고 꺼내놓은 사리면이 보여서 그것도 털어넣었는데, 넣자마자 바로 후회가 밀려왔다. 차라리 건면을 두개 할것을, 아니 반개만 넣는 선택지도 있었는데...왜!
작년 여름에 유통기한에 쫓겨 비빔면을 두개 했다가 다 먹어치우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작은 편수 냄비가 넘실넘실하는것 같다. 분말 스프를 넣어보니 이건 뭐 흔적도 없는것 같다. 다행히 나에겐 3분 짜장이 있지. (대체 집이 무슨 슈퍼도 아니고...-_-;;) 3분 짜장도 한봉지 다 털어넣고 보니 양이 무섭다. 이미 전투의욕 상실에 질리는 기분이다.
몇 젓가락 먹어도 줄어들 기미가 안 보여서, 작년 비빔면과 묘하게 겹친다. 이렇게 똑같은 실수를 할때가 정말 싫다. 더 싫은건 뱃속이 면으로 가득차서 점점 불어가는 느낌이다. 꾸역꾸역 먹으며, 라면 반개가 정량이라는 내가 아는 성인 남자를 떠올렸다. 그냥 좀 아쉬워도 건면 한개로 만족했어야 했는데...
그리고 지금은 다 해치웠다. 물론 나도 해치워진 느낌이라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는것은 함정. 날씨앱은 영하 9도를 나타내고 있다. 겨울은 겨울이다. 별일 없이 이 한파가 지나가길 바란다. 그리고, 라면은 한개씩만 먹자.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