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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2020년11월 5일 구례 천은사, 화엄사 본문
시작은, SNS에 올라온 쌍계사의 단풍사진이었다. 언제나 계획은 거창하다. 지리산 자락의 천은사, 화엄사, 쌍계사, 연곡사까지... 힘들면 2~3곳만 가더라도 일단은 계획은 전성기 청년인것처럼 세워야 맛이다. 그리고 여행은 언제나 계획을 세울때가 가장 즐겁다.
출발부터 하늘이 너무 멋졌던 날이었다. 높고 파란 가을하늘에 자꾸 시선을 뺏앗긴다. 한번도 가본적이 없고, 출발지에서 가장 먼 천은사를 내비에 찍으니 예상 시간이 2시간 30분. 함께 간 아우라지님에겐 3시간이라고 말해 둔다. -_-;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길에 천은사가 있다. 주차장보다 절에 더 가깝게 주차하려고 계속 올라가다가 노고단까지 갈뻔했다. 꼬불꼬불 외길을 한참을 올라가서 겨우 돌렸다. 전날에 분명 내비를 업데이트 했는데 말이다! 길 한가운데에서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하면 어쩌란건지...
천은사 주차장으로 들어가면 바로 절집이다. 절 주차장은 공사중이어서 흙먼지가 폴폴 날린다. 주차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에 일주문이 보인다. 기둥에 비해 지붕이 너무 화려해서, 안정적인 느낌이 덜하다. 자고로 하체가 튼튼해야 하거늘! 양 옆으로 낮고 길게 늘어선 헛담이 오히려 더 정감이 간다.
현판이 조선 후기 서예가 원교 이광사의 글씨다. 조선의 4대 명필 중 한사람. 나에게 이광사 하면 강진 백련사 대웅전 현판 글씨밖에 안 떠오르는데... 느낌이 너무 다르다. 절에 불이 자주 나서 수기(水氣)를 불어 넣기 위해 물 흐르듯히 썼다고 한다.
위의 두 사진은 강진 백련사의 이광사 글씨다. 책에서 익히 보고 갔었지만, 첫 인상은 혹시 수전증?! 뭐 그런 느낌. 나름 덜덜덜 글씨체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다시 사진을 찾아보니 기억보다는 매우 양호하네.
주차장에서 몇 걸음 안 걸은것 같은데, 사찰과 산이 가까이 다가선 느낌이다. 절의 진입로는 대부분 물을 건너간다. 그 물이 속세와의 경계를 뜻한다. 천은사는 수홍루 라고 누각아래를 지나가게 되어 있다.
원래 이 절 안에는 이슬처럼 맑고 차가운 샘이 있어서 감로사라고 하였다. 그런데 임란 이후에 큰 구렁이가 자주 나타나서 잡아 죽였더니 그 뒤로 샘이 솟아나지 않았단다. 샘이 숨어 있는 절이라는 뜻으로 천은사로 이름을 바꾸었다는군.
천왕문인것 같은데, 현판이 없네. 높은 계단 위에 있다. 사천왕들은 왕방울만한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고 있지만, 무섭기는 커녕, 귀여워 보인다.
그런데 요 녀석, 발에 깔린 주제에 너무도 편해보인다. 아는 분께 보여주니, "아부지 TV 볼 때" 아니냐고 한다.
천은사는 여기저기 공사중이었다. 천왕문을 지나면 아주 키가 큰 은행나무 한그루와 화엄사의 석등을 모방한 석등과 보제루가 보인다.
가을 하늘이 열 일 한 날이다. 오래된 폰으로 찍어서 느낌을 못 살리니 안타깝다. 높은 산위에 올라왔는데 하늘이 더 까마득히 높은 느낌이랄까. 수채물감으로 대충 찍어 바른듯한 구름도 좋다.
석등의 뒤에 보이는 것이 보제루인데, 호남 명필 창암 이삼만의 현판이 걸려있다고 한다. 오른쪽의 계단 위쪽이 공사중이어서 굴삭기 피하는데 정신이 팔려 현판을 못 찍었다. 이삼만은 이광사에게 글씨를 배웠다고 한다. 절입구로 들어설때부터 창암의 이야기를 아우라지님으로 부터 들었는데, 막상 절에 도착하니 하늘과, 은행나무와 지리산 풍경때문에 홀랑 다 까먹어버렸다. 정면 모습을 찍었어야 했는데! 여기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19회에서 애신이 총을 쏘던 곳이다.
바로 이 장면! 늘, 켜놓고 딴짓을 해서 뒤로 갈수록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절집에서 총질한것은 기억하고 있다.
모조품(?) 이지만, 근사하다. 한참 답사 다닐때는 100년 이내의 건축물이나 구조물은 "인간 냄새"가 덜 빠졌다며 무척 싫어했는데, 이젠 그러려니 한다. 한 백년 뒤에 보면 지금것들도 좋아보이겠거니... 화엄사 석등의 아름다움을 잘 모방했다. 천은사 절집 크기에 잘 어울리게 만들었다.
요사채쪽이라 볼 건 없지만, 담장이 예뻐서...^^; 따로 크게 멋을 내지 않아도 절집 담장의 이런 꾸밈들을 좋다. 이 담장은 제법 멋을 낸것 같다.
법전사물이 있는 범종각. 목어는 운판 뒤에 있는데 이상하게 찍혔다.
극락보전 앞에 배롱나무가 멋진데 벌써 잎이 하나도 안 남아서 아쉽다. 배롱나무 꽃이 잔뜩 달렸을때의 모습도 궁금하다. 이 절은 보물로 지정된 후불탱화가 유명한데, 마침 간 날에 후불탱화가 겨울 날 준비를 하고 있어서 부처님도 돌아앉아 있고 전각 안이 여러사람으로 어수선해서 구경을 못했다.
팔작지붕 끝이 하늘로 날아갈 것 같다. 단청이 너무 화려해서 취향은 아닌데 하늘색이랑 너무 잘 어울렸다.
수염이 콧털처럼 보여서 한 컷!
부처님 사진을 찍어오라는 렌지의 부탁대로 어느 전각 안의 사진을 찍기는 했으나, 부처님은 아니고 명부전의 지장보살님.
화려한 극락보전 뒤쪽으로 수수하고 작은 전각들이 줄줄이 있다. 낮은 담장과 작은 절집과 나무들이 이루는 풍경이 참 좋았다. 물론 하늘도!
왼쪽부터 관음전, 팔상전과 응진전. 지은 시기가 다른것인지, 전각이 일직선도 아닐뿐더러 지붕양식도 다르다. 축대 아래서 사진만 찍는 게으름. -_-;
절집 여기저기가 공사중이어서 차분히 둘러볼 분위기는 아닌듯 하여 돌아나왔다. 내려와서 다시 올려다 본 풍경. 왼쪽의 처마가 나온 건물은 기념품 가게.
다음 목적지는 천은사에서 가까운 화엄사. 화엄사도 무척 오랜만이라서 기대가 된다. 화엄사는 절입구(산문)에서 한참을 가야 하는데, 보통의 절집 진입로와는 달리 길이 제법 거창하고 포장이 잘 되어 있다. 애기 단풍 끝자락이 빨갛게 물들어 예쁜 터널을 이루고 있다. 운전을 하고 있고, 차 앞유리는 너무 더러워 사진을 찍지 못했다. 오히려 비포장의 진입로였다면 한쪽에 차를 세울수도 있었을텐데, 인도와 차도가 포장이 잘된 도로라 중간에 멈출 곳이 없었다.
아주 오래전에 혼자 일주일짜리 배낭을 매고 걸어 올라갈때는 가도 가도 끝이 없던 길인데, 차로 가니 금방이다. 화엄사는 조용한 산사와는 거리가 먼, 대도시 같은 분위기다. 진입로도 길고, 잘 포장되어 있고 전각들도 큼직큼직하고 슈퍼스타 유물도 많다.
길을 잘못 든것 이 분명한 차를 따라 가다가 이상한 전각앞의 공터에 주차를 했다. 절의 구역밖이니 산신각쯤 되지 않을까 짐작을 해보지만, 화엄사에선 제법 난코스들을 걸어야 해서 가까이 가보지는 않는 게으름. 혹시나 해서 검색해보니 화엄사 산신각은 아주 거창한 건물로 따로 있길래, 사진을 확대해서 옥편을 뒤져봤다. 남악사(南岳祠)라고 산신제를 지내던 제사유적이란다. 뜻밖에도 신라시대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저 건물이 신라시대에 지어졌지는 않았겠지만...
절집의 울타리 바깥에도 이렇게 전각들이 있는 경우가 있다. 불교의 교리엔 맞지 않지만, 섬기고 제사를 지내고 싶은 무엇인가를 모시는 전각들이다. 주로 그 절이 있는 곳의 산신을 모시는 경우가 많다. 그게 절집 안으로 들어가면 산신각으로 정식 이름을 얻게 된다. 산신은 주로 호랑이지만, 요즘 드라마 보니까 구미호 산신도 있더군.
계곡의 다리를 건너서 본격적으로 절의 구역안으로 들어가본다. 돌다리의 난간끝에 좋게 보면 용이나 호랑이 같고, 대충보면 사나운 개같은 조각이 있는데, 귀여워서 한 컷 찍어본다. 일부러 사납게 나오라고 밑에서 올려보고 찍었는데 콧구멍이 잘 보이는군.^^
지리산 자락의 일주문은 위태위태한 가분수형이 유행인건지... 한문 글씨 연습책에서 튀어나온듯, 통통하고 단정한 글씨를 만나게 된다. (위의 가람배치도에선 불이문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런데 글자를 읽는 순서가 조금은 특이하다. 보통은 가로든 세로든 그 방향대로 한줄씩 읽는데, 그렇게 읽으면 지산엄이화사가 되버리니... -_- 진지한 글씨가 고약한 장난을 걸어온다.
여지껏 화엄사를 왔다갔다해도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던 나도 신기하다. 그냥 지리산화엄사라고 씌여있겠거니 여겼다.
이 진지한 사찰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저 석상들은 나쁜것을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뜻이라는데... 나이가 들면 예쁘고 귀여운것이 좋아진다. -_-;; 그래서 사진 한장 찍었는데, 다시 봐도 역시 고찰에는 어울리지 않는 석상이다.
불이문과 금강문 사이에 "벽암국일도대선사비"가 있다. 중창주인 벽암스님의 부도비인데 "대선사"는 스님이 받을수 있는 최고의 품계라고 한다. 이름이 너무 거창하여 읽을때마다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 애매하다. 두 분이 탁본을 뜨기 위한 밑작업을 하고 있었다. 올라갈때 A4 용지만하게 작업을 하셨길래 내려오면서 구경하기로 한다. 커다란 배롱나무에 꽃이 잔뜩 달린 상상을 해본다. 꽃이 만발할때, 한 번 와야겠다.
부산의 범어사처럼, 일주문(불이문) -금강문- 천왕문이 조금씩 각도를 달리 하면서 이어져 있어, 절이 깊어지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높은 산자락이라 그런지 옆으로 비껴가는 각도보다는 오르막-_-이 이어져서 깊어지기보다는 거대한 거인의 등을 타고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슬슬 힘들다는 소리!)
아마도 금강문 앞 계단의 소맷돌. 너무도 순해빠진 용의 모습이어서...
천왕문을 지나고 나니, 쉬어 갈수 있는 벤치가 여럿있고, 절안에 커피점이 들어와 있다?! (왼쪽 아래에 잠깐 나온 부분) 찻집은 많이 봤지만(보통은 천왕문 바깥이나 일주문 바깥에 있다.) 커피점이라니...-_-; 역시 화엄사는 일반 사찰과는 너무도 다른 파격이 잘 어울린다. 헉헉대던 숨을 고르며 앞을 보니, 정면의 큰 소나무와 그 너머의 화려한 전각, 그리고 사진엔 잘 안보이지만 테니스공 색깔의 모과를 잔뜩 달고 있던 모과나무가 보인다.
보제루를 사이에 두고 왼쪽에는 종각(위의 사진), 오른쪽은 현판은 법고루라고 되어 있으나, 가람배치도에선 운고루라고 되어 있군. 여튼 너무 화려해서 거부감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전각들이지만, 품평을 하러 온것은 아니니... 오래전에 왔을때도 저 전각들이 있었는지 옛사진들을 들추어 봤다. 그때는 범종각만 있었던듯. 범종각 앞뒤로 사자석상 한 쌍씩 있었네.
이런거 들고도 한 컷!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보제루. 보통의 절집 구성이 보제루 아래를 통과하여 대웅전 앞마당으로 가는데, 천은사와 마찬가지로 아래가 막혀있고 오른쪽 계단으로 진입하게 되어 있다. 흔히 "화엄사 절집의 절묘한 가람배치"라고 말하는 다른 절집과 다른 복잡한 계산이 표현되어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정면에 대웅전과 오층석탑이 보이고, 왼쪽으론 거대한 각황전과 역시 거대한 석등과 또 오층 석탑이 있다. 보통의 절집이면, 대웅전이 가장 크고 화려하고, 그 앞에 탑이 두개가 있으면 대칭적인 쌍둥이 같은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는 각각의 탑이 하나는 대웅전에 딸렸고, 하나는 각황전에 딸려 있어서 대칭적이지도 않고, 심지어 각황전 앞의 오층석탑은 몸돌에 조각이 새겨져 있어 서로 만든 시기도 다르다. 그리고 각황전 앞의 석등과 탑이 일직선을 이루지도 않는다.
그래서 일부러 보제루 아래를 통과하는 방식이 아닌, 오른쪽에서 사선으로 절집 마당을 보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 사진을 왜 안 찍었는지...-_-) 오른쪽 사선에서 보면, 왼쪽 끝에 있는 각황전이 거리가 머니까 전각 크기가 대웅전과 비슷해보이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바라보면 석등과 석탑이 일직선을 이루고 있는듯하다. 저 석등은 세계 최대 규모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전각의 크기가 크니 그 비례를 맞추어 크게 만든 것일텐데.... 엄청나게 큰데도 균형잡힌 모습이 참 멋지다.
화엄사의 많은 계단들이 불만이긴 하지만, 특히 각황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좁고 가파르다. 대웅전쪽 계단으로 오르내리시길 추천한다. (매번 갈때마다, 대웅전쪽으로 오르내려야지 하면서도 한참 뒤에 다시 가면 까먹고 각황전쪽으로 오르며 후회를 한다.) 그쪽도 첫 계단이 거의 공중에 떠있다시피 해서 불편하긴 했는데 이번에 보니 목계단을 세개쯤 덧되어 놓아 훨씬 편해졌다.
국보 제 12호.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석등이라고 나오는군. 17년전엔 세계에서 제일 큰 석등이라고 했는데... 여튼 높이가 6미터가 넘는다.
각황전에서 바라본 대웅전과 한쌍의 오층석탑. 저 대웅전앞 계단 아래쪽의 나무 계단이 옛날에는 없어서 처음 여길 왔을땐 얼마나 황당하던지... 절집 진입로는 붉은 애기단풍이 가득했다면, 경내의 나무들은 노란빛으로 물들어간다.
부처님 몸에선 사리가 대체 몇 개나 나온것인지...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데 전국 방방곡곡 사찰에 진신사리가 있다고 주장하십니다들. 각황전 이층 처마에 커다란 비둘기 한쌍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아다녔다.
평일인데도, 제법 관광객도 있고 절집 마당이 시끌시끌했는데 각황전 왼쪽을 돌아가니 갑자기 세상이 고요해진다. 호젓한 산사의 분위기가 제법 난다. 각황전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사사자 삼층석탑과 석등이 있다. 둘다 지금은 해체 복원 공사중이라 그곳까지 안 올라가고 계단 두어칸만 올라가서 각황전을 내려다 보기로 했다.
가파른 계단이 방향을 바꾸어 가며 여러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두어층 올라왔을때의 각황전 모습이다. 각황전이 높으니 조금 더 올라가기로 한다. 중간에 석등 있는데까지만 올라가기로 해놓고-_-; 결국은 끝까지 올라가기에 힘들다고 징징대면서 겨우 올라갔다. 석등까지만 올라가기로 했잖아요!!
운동을 하긴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고. 저질체력을 넘어선 유리체력이다. ㅜ.ㅜ
에라, 모르겠다. 중간쯤에 계단에 퍼져 앉아서 좀 쉬어본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도 보고, 사진 놀이도 하고. 위도 올려다 보고.
원래는 저 중간에 석등 보이는데까지만 오르기로 했는데!! 공사 소음이 시끄러워서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다시 계단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신라시대에 처음 조성된 절집에서 21세기 미국 대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니 뭔가 사차원 맛이 난다.-_-;
계단 끝에는 원래 이런 탑과 석등이 있었다. 지금은 해체 복원 공사중이라는데 여기서 절집을 내려다보는 맛이 있었던 옛날과는 달리, 뭔가 복잡하고 정신이 없다. 이 석탑과 석등이 있는 곳을 효대라고 하는데, 화엄사를 창건한 인도의 승려 연기조사와 그의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저 석등아래에 있는 스님이 연기조사이고, 찻물을 바치는 모습이다.
올려다본 풍경, 점점이 검은 빛이던 동백잎 몇장이 햇빛을 투과하여 초록빛이 되는것이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이런 사진만 여러 장 찍은것은 안 비밀! 그런데 모니터로 보니 그 느낌이 안 나는군.
각황전 난간 사이에서 바라본 대웅전쪽 풍경. 단풍이 굉장히 화사했는데, 카메라가 거짓말 하고 있다.
아무렴... 잘했지! 운전을 세시간을 했는데!!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원통전 앞에 있는 4사자탑인데, 탑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상징물 같은 것. 이런 탑도 아닌 상징물들을 노주(露柱)라고 한다. 여튼, 이 절은 특이한것들로 가득하다.
각황전을 먼저 보면 대웅전은 좀 심심해보이지만, 다른 절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은 아니다.
대웅전앞으로 해서 돌아서 나가기로 한다. 절집 뒷편의 구층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참 좋은데, 해가 있는 동안 돌아가기로 해서 출발을 해야 한다. 여유가 되면 구층암의 멋진 기둥과, 구층암 마루에 앉아서 바라보는 절집들의 지붕 풍경을 꼭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하늘에 구름이 점점 많아지니, 여린 가을 볕은 금방 생기를 잃고 세상이 칙칙하게 변해버렸다.
탁본준비 작업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작업하시는 분께 물어보니 준비 작업만 꼬박 하루가 걸린다니 탁본 뜨는 모습을 구경하기는 틀린것 같고, 잠깐 작업을 구경하다가 절안의 카페에서 샀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쪽쪽 거리며 내려온다.
가을이 짙어 간다. 17년전 커다란 배낭을 매고 처음 화엄사를 찾았던 날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제법 긴긴 거리를 걸어 내려가야 하는데, 절 입구 버스 정류장쯤에 가니 구례로 나가는 버스가 보여서 열심히 뛰어가서 버스를 탔다. 헉헉 숨을 몰아쉬며, 배낭을 벗어놓는데 근처에 앉아계시던 스님이 이제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셨다.
연곡사에 부도를 보러 간다고 했더니, 그 스님왈... 그렇게 절이 좋으면, 절에서 살아야 하는데...! 하셨다고 이야기를 하니, 아우라지님이 아니 무슨 그런 땡중이 다 있냐고 목소리를 높여서 대신 욕을 해주신다. 다음에 올때는 체력을 좀 길러서 날렵하게-_-;; 계단을 오르내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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