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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2020년 10월 20일 밀양, 가을 꽃놀이 본문
가을에는 단풍 놀이가 대세지만, 남쪽 동네의 단풍은 11월 중순을 넘어가야 좀 울긋불긋하네. 이런 느낌인지라, 계절에 맞지 않는 꽃놀이를 갔다. 혼자 몰래 가려고 했는데 요즘 블로그마다, 인스타마다 밀양의 꽃들이 넘쳐나니 일행이 생겼다. 뭔가 운전기사가 된듯한 기분을 느끼며 꽃군락지 3곳을 다녀왔다.
빽빽할 밀, 볕 양... 이름처럼, 가을 늦은 오후 햇살을 잔뜩 받은 꽃들이 좋아서 계속 사진을 찍게 된다. 잊지 않고 카메라를 챙겨갔는데, 배터리가 1% 밖에 안 남아서 할수 없이 또 폰으로 찍었다. 폰으로 볼때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집에 와서 모니터로 보니 "나가리" 라는 말이 딱 떠오른다. 280여장 찍어왔는데, 버리고 버리고...버려도 스크롤이 너무 길다. 사진을 잘 찍어서 남겨둔것이 아니라 버리기엔 꽃이 너무 예뻐서...^^;;
1. 삼문동 구절초밭
이미 유명해진 꽃밭인데, 올해는 게으름 부리다가 너무 늦게 갔다. 보통은 10월 초순에 간다. 꽃밭에 들어가지 말라고 줄을 쳐져 있는데도 꽃 속에서 사진 찍겠다고 얼마나들 들락거렸는지, 꽃밭 속에 길이 생기고 쓰러지고 꺽인 꽃으로 많이 망가졌다. 하지말라는건 좀 안했으면... 꽃은 지고 있지만, 나비들이 엄청 많았다. 호랑나비들이 여기저기서 날아 다닌다.
2. 밀양강 둔치 코스모스 단지
밀양강 둔치에 코스모스가 만6천평이라고 한다. 두 군데로 나누어져 있고, 그 사이에 가우라 꽃밭이 있다. 진입로가 아주 좁은 외길이라 초행이었으면 출입로를 못 찾고 헤맸을텐데, 다행히 일행이 와봤다고 해서 잘 찾아갔다. 내비는 "미리벌 초등학교"를 치고 가서 근처에서 진입로를 찾아야 한다. 꽃밭의 넓이에 비해 주차장은 협소한데, 평일 오후라 주차장에 여유가 있었다. 역광이라 사진이 시꺼멓게 나왔지만 광활한 꽃들이 마음을 너그럽게 해준다.
이 동네에 살면, 아침 저녁으로 산책 삼아 집 밖에 나올까...-_-;; 잠시 생각했다. (현직 독거 집순이 할매, 2주만의 집 밖 출입)
나이가 드니, 휴대폰 갤러리에 온통 꽃사진이 한가득이다. 하하하... 어렸을때 외갓집 이불들은 왜 그렇게 정신 사나운 빨간 꽃그림 밖에 없나 미스테리였는데 이제는 이유를 알겠다. 나는 무채색 신봉자였는데, 가우라 꽃밭에 가서는 흰색 가우라말고 분홍 가우라만 찍고 있는 나를 보면서 이제는 할매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_-;;
가우라는 5월부터 11월까지 피고 지고 한다. 가우라 사이로 힘이 많이 빠진 늦은 오후 햇살이 참 좋았다. 역시 제일 좋은 것은 눈으로 보는 것이고, 좋은 카메라들도 출사를 많이 나왔던데 사진이 궁금하다. 그 사이로 폰카로 "찰칵, 찰칵" 소리까지 내가며 찍으니, 뭔가 -_-;; 어색하고 이상한 기분.
길쭉한 꽃은 리아트리스라는 꽃이다. 이미 거의 다 지고, 몇 가닥 남은 꽃이 색이 너무 이쁜 보라색이다. 6월에서 7월 사이에 피는 꽃이라고 하니, 내년에는 초여름에도 한번 와봐야겠다. 꽃이 지고 난 줄기도 비스듬한 햇빛에 금색으로 빛나서 예쁘긴 한데, 폰카의 한계는 극복이 좀 힘들다.
3. 산외면 해바라기 단지
내가 세운 계획은 여기가 첫번째였는데... -_-;; 도착하니, 산으로 둘러쌓인 곳이라 이미 햇빛은 사라지고 없다. ㅜ.ㅜ 내비는 "대나무회식당"으로 치고 가면 거기서 부터 백일홍 꽃밭의 시작이고, 조금 더 밀양 IC쪽으로 가면 주차장과 해바라기 밭이 있다. 해바라기 밭, 댑싸리길, 백일홍밭 이렇게 개천을 끼고 넓고 길게 펼쳐져 있다.
해바라기는 항상 여름에 더울때 피어서 사진으로 거의 못 찍었는데, 요즘 해바라기는 키도 작고 늦게 꽃이 피나보다. 해바라기도, 올해의 인기 식물(?!)인 댑싸리(코키아)도 끝물 of 끝물이었다. 해바라기들이 모두 한방향을 보고 있는데, 동글동글한것이 너무 많으니 조금 징그럽기도 하고 와글와글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는 것도 같고 그렇다.
아래의 녀석이 댑싸리(코키아)다. 한 몇년을 핑크뮬리가 대세더니 작년에는 팜파스라는 갈대가, 올해는 댑싸리가 대세 식물인가보다. 올해 남쪽 동네 사람들 사진 블로그는 온통 의령의 댑싸리 사진 물결이었는데 뒤늦게 대세에 동참해본다. ^^; 이곳의 댑싸리는 모양이 별로 예쁘지는 않고 옛날 마당 텃밭 경계에 자라던 싸리나무랑 비슷하다.
가로등이 켜진 시간이고 댑싸리 색깔도 칙칙했는데, 이 녀석 의외로 사진빨이 좀 받는지 사진으로 찍으니 제법 붉은 빛이 예뻐보이기도 한다. 연두빛이었다가 분홍빛으로 고운 단풍이 지고, 갈색으로 말라가는데 길 양쪽에 댑싸리가 나타낼수 있는 모든 색이 다 있다.
사진 정리하다가 발견한 웃긴 사진인데, 뭔가 마음에 들어서 남겨봄...^^;;
넓게 백일홍 밭이 있지만, 이미 너무 어두워져서 사진을 찍기엔 늦었기에 다시 돌아간다.
손톱 달도 색깔이 점점 진해지고 있다.
아직은 고운 빛이 남은 댑싸리
"이제, 가냐?" 해바라기가 자꾸 말을 건다.
바로 옆 도시지만 내비로 찍으면 도로비가 6500원부터 1700원, 무료도로까지 나오지만, 도착 시간 차이는 10분 이내인 이상한 동네 밀양이다. IC가 바로 코 앞이니 1700원 내고 고속도로를 탄다. (갈때는 삼랑진에서 산을 넘어갔다.)
꽃밭을 헤집고 다녔으니 저녁은 삼겹살! (집에 와서보니 운동화와 블랙진이 온통 흙구덩이더라는...) 생마늘은 못먹는 관계로 모조리 불판에 올렸더니 고기보다 마늘이 많아 보인다. 배불러서 더는 못 먹겠다고 했지만, 보들보들한 달걀찜이 나오니 숟가락을 다시 들게 된다. 일행(높은 분)을 집 앞에 모셔 드리고, 집에 와서 한 캔 남아 있던 맥주를 얼음 가득 해서 기어코 다 마시고 잤다. (중간에 술에 취해서 바보처럼 헤헤거린것은 비밀-_-)
좋은 가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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