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봄이 왔으니 봄이어야겠네 - 고광헌 본문

시가 있는 풍경

봄이 왔으니 봄이어야겠네 - 고광헌

푸른밤파란달 2020. 8. 15. 15:18

봄 왔으니 봄이어야겠네 
 
 
 
 
봄이 와 나무들
연초록 배내옷 입고 있네 
 
 
새로 시작하는 저들이야
지난밤 속삭임처럼
겨우내 더운 땅속에서 발효시킨 이야기
부지런히 쏴올리지만 
 
 
저 나무
물끄러미 바라보는 어깨엔
마른 나뭇잎 하나 올려놓을 수 없네 
 

고백건대,
생은 무거워 용서 바라지 않지만
뒤늦게 묵은 외투 벗어야겠네 
 
 
오늘
봄 왔으니 봄이어야겠네 
 
 
 
- 고광헌 시집 『시간은 무겁다』(창비, 2011. 12)

'시가 있는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떠나야 할 때를 - 나태주  (0) 2020.08.16
저 물푸레나무 어린 새순도 - 안도현  (0) 2020.08.16
월하독작1 - 이백  (0) 2020.08.15
바람의 시 - 이해인  (0) 2020.08.15
낮달 - 함민복  (0) 2020.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