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비 가는 소리 - 유안진 본문

시가 있는 풍경

비 가는 소리 - 유안진

푸른밤파란달 2020. 7. 23. 04:15

 

 

비 가는 소리 / 유안진 
 
비 가는 소리에 잠 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 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의 음정(音程)
 
밤비에도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가는 소리, 괜히 뒤돌아보는 실루엣, 수묵으로 번지는 뒷모습의 가고 있는 밤비 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만 하는 모양이다
 
가는 소리 들리니 왔던 게 틀림없지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은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어느새 가는 소리가 더 듣긴다
왔던 것은 가고야 말지
시절도 밤비도 사람도.... 죄다
  

'시가 있는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속을 걷는 법 3 - 이정하  (0) 2020.07.24
심야통화3 - 정현종  (0) 2020.07.24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0) 2020.07.23
바다에 누워 - 박해수  (0) 2020.07.20
생명의 서(書) - 유치환  (0) 2020.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