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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밀양 가을꽃 구경 (2021.10.14) 본문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밀양 가을꽃 구경을 나섰다. 미루다가 날을 잡은 것이라 시기적으로는 많이 늦긴 했어도, 꽃을 못 보게 되리라는 예상은 못 했다.
계획된 일정표였다. 밀양은 갈만한 곳은 많은데, 워낙 권역이 넓다 보니 이동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내 기준). 그래서 다른 곳과 외따로 떨어져 있는 곳은 매번 일정에서 제외되기 마련인데, 초동 연가길도 그런 곳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위치가 지난번에 다녀왔던 명례성지랑 비슷해서 대산 플라워랜드랑 묶어서 가을 꽃놀이 코스를 짰다.
창원의 대산 플라워 랜드에서 출발하여 시계 방향으로 크게 도는 동선을 만들었다. 산외면 해바라기 단지를 끝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완벽한 계획이었다! 하긴 계획은 늘 완벽하지...-_-;;
이 길을 따라서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저 위쪽 길에도 양쪽으로 백일홍이 잔뜩 피어서 진사님 서너분이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차를 세울 곳이 없어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다시 올라가야 한다. 몇 걸음 안되지만, 요즘 부쩍 다리가 더 아파져서 가능하면 안 걸으려고 하기 때문에 나는 패쓰했다. 저 내려 오는 길도 양쪽으로 백일홍과 해바라기들이 있어서 꽃이 한창일때는 참 예뻤겠는데, 이미 흉하게 지고 있어서 내년을 기약할수 밖에 없었다.
대산플라워 랜드와는 낙동강 반대편 강변습지인 곳이다. 끝물인 코스모스와 하얀 억새가 인상적이었지만, 정리되지 않아서 좋게 말하면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었다. 코스모스 축제는 역병으로 취소가 된듯하고, 관리도 거의 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 왼쪽의 마대 자루는 꼭 저기 걸어 놨어야 했냐고... 사진 보고 알았다. 바람이 없는 날이라 바람개비는 모두 꼼짝 마! 상태.
한낮이었는데도, 가을 햇살은 늦은 오후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전체적인 풍경은 썩 아름답지 못해서 클로즈업을 많이 했다.
동화에 나올법한 꽃마차 모양의 포토존. 인기가 많았겠으나, 꽃이 다 져가는 평일 오후라 온전히 모두 내 차지다.
꽃 사진 찍으러 가끔 돌아 다니니, 꽃길 인생이라고 우겨 볼까?
10월 초순에 움직였으면 삼문동의 구절초도, 이곳 초동연가길의 코스모스도 만발한 모습을 볼수 있었을텐데... 게으름에 시기를 놓쳐버린 한탄을 하며 걸어간다.
빈 액자보다는 모델이 있는 것이 좋을까? 액자를 조금만 더 오른쪽으로 설치했으면, 나무가 근사하게 자리 잡을수 있을것 같은데... 나무를 예쁘게 넣어보니 액자가 이상해져서 그냥 정면에서 찍은 사진만...
앗싸, 호랑나비~! 나비나 벌이 엄청 많았다. 꽃등애인지 통통한 녀석도 많고. 하지만 꽃 상태가 그나마 괜찮은 곳이 이 정도이고, 나머지는 너무 끝물이라 폰을 들이대기도 민망한 상태였다.
반 백년을 살아도 꽃이 안되었는데, 언제쯤???!!!
안내도를 보니 제법 산책 코스가 길고, 이런 저런 포토존이 있는것 같은데 역시 끝까지 걸어가기엔 무리고, 요 정도 걷다가 발길을 돌렸다. 다리가 아프니, 안 걷게 되고, 안 걸으니 더 체력이 저질이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에 빨간색 사물은 너무 튀고 이질적인 느낌이라 안 좋아 하는데, 나름 생기를 주는것 같아서 한장 넣어봄.
아까 호랑나비를 찍었던 꽃밭이 있는 곳. 사람들이 많았으면 경쟁이 치열했을 그네 의자도 세 개 다 내꺼다. 앞뒤로 흔들거리면서 바닥을 기어가는 벌레 구경을 했다. 송충이과의 다리 많은 녀석이었는데 어찌나 빨리 움직이는지... 녀석이 나의 시야를 벗어날까봐, 주시하느라 한참을 앉아 있었다.
내년엔 좀 더 시기를 잘 맞추어 부지런히 움직이는 걸로 하고... 일단은 다음 목적지인 밀양 강변의 코스모스밭으로 갔다.
아뿔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니, 막 산너머로 해가 사라졌다. 5시도 안된 시각이었지만, 밀양은 분지이고 산이 높아서 금방 해가 사라져 버렸다. 강변의 높은 아파트 끝자락에 노을 빛, 마지막 햇살이 물들고 있었는데, 강변의 둔치는 이미 빛이 없는 세상이 되버렸다.
작년엔 한가득 활짝 핀 코스모스가 있던 곳엔 해바라기가 뒤섞여서 풍경이 좀 애매했다. 공대 갬성-_-인지는 모르겠지만 코스모스 사이에 불규칙하게 들쑥날쑥한 해바라기가 몹시 거슬려서 에이~~ 소리가 절로 나왔다.
빛이 없으니, 꽃의 아름다움은 절반으로 줄어드는것 같다.
칙칙한 풍경이 싫어서 셔터속도를 조절해봤지만, 하늘만 하얗게 날아가버렸다.
시기를 잘못 맞춘탓인지, 시간 탓인지 작년의 그 화사하던 가우라도 뭔가 정신없는 느낌적인 느낌. 작년엔 흰색과 분홍색이 영역을 나누어 피었던것 같은데, 올해는 뒤섞여있었다. 뒤섞여서 불만인건 아니고, 뭔가 관리가 안되는듯한 인상이었다.
사진을 찍으며 돌아 다니면서도 머리속은 복잡했다. 코스모스와 가우라가 이정도면 구절초는 보나마나 거의 다 졌을것 같고, 해바라기 단지는 여기보다 더 주변의 산들이 높으니 역시 빛이 모자라~ 빛이 모자라~~ 하며 짜증이 날 것이고...
그래서 완벽했던 계획은 그냥 이쯤에서 정리하는 것으로...-_-;; 올해는 꽤 한 여름까지 돌아다녀서 가을 해가 얼마나 짧은지 감이 없었던것 같다.
강변의 저 아파트에 살면 매일매일 꽃 길을 산책할수 있을텐데... 같은 뻘 생각을 하면서 어둠이 물들기 시작하는 꽃밭을 배회했다.
구절초와 해바라기는 내년을 기약하는 걸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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