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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드라마, 한성별곡 正

푸른밤파란달 2020. 12. 14. 03:06

 

주말 내내 돌려본 2007년 드라마다. <추노>와 <보좌관>으로 유명한 곽정환의 이름으로 나온 첫 드라마였고, 방영 당시에도 꽤 화제가 되었지만 같은 시기 방영된 <커피프린스 1호점>때문에 시청률은 미미했다. -_- 나도 보는둥 마는둥 했으나, 내가 좋아하던 정조 시대를 다룬 드라마라서 킵해놓았는데 끝까지 제대로 본적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주연 배우 3인방이 연기 때문이었는데, 이건 나만 그런것 같긴 한데... 여튼 셋다 연기가 너무너무너무 거슬려서 극에 집중을 할수가 없었다. 조연들의 연기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했다. 특히, 안내상의 정조연기는 최고였고, 대비역의 정애리는 두말 하면 입아픈 수준이니. 아... 지금도 여전히 진이한과 김하은의 연기는 무척 거슬린다. 

 

 

격랑의 시대였던 조선 후기, 연쇄살인을 수사하던 서얼출신의 포도청 군관 박상규와 역적으로 몰려 양반가의 딸이었으나 관비로 전락한 이나영, 이나영의 집안의 노비였으나 역관이 되어 상단을 운영하는 양만오를 중심으로 그 시대의 정치상황과 정조의 죽음을 다룬다. 추리와 사극이 잘 결합하여 스토리도 탄탄하고 조연들이 무게중심을 잘 잡아준다. 다만, 중심인물들이 너무 별로라서... 볼 때마다 적응이 안된다.  좀 연기력이 되는 배우들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꼬... 

 

그리고 거슬리는 점 한가지는, 포스터에도 정조 24년이라고 박혀있으나, 심민구(심환지가 모델), 채승환(채제공이 모델)식으로 이름을 바꾼것이다. 아마도 (정조와 정순왕후의 대립이나, 정조의 독살설에 대한 논란을 피하고자 한 장치인것도 같은데, 그러면 정조라고도 밝히지 말았어야지! 

 

정조와 정순왕후가 서로 대립했다는 설정은 요즘 죽일놈-_-; 취급을 받는 역사학자 이덕일탓으로들 보던데, 2009년 심환지와 정조가 주고 받은 편지들이 발견되기 전까진 대략 그런 분위기 아니었던가... 잘 모르겠다. 아마 내가 이덕일의 두 책, <사회로 보는 조선역사>,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를 재미있게 읽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 책들은 모두 90년대 말에 나온 책이고, 내가 역사에 관심을 가진 시기도 대략 90년대 말부터 2000대 중반까지이니... 그전까지 정조와 심환지가 짝짜꿍하는 사이였는지 알 게 뭐람.  저 두 책은 술술 읽히면서 조선시대를 전체적으로 정리하기엔 좋았던 것 같다. 그의 책을 대여섯권 가지고 있고, 그 후에 안 사게 된 것은 자기복제가 심하다고 느껴져서였다. 다른 책인듯 제목이 바뀌어서 나오는데 결국은 비슷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고, 이 책에서 읽었나 저 책에서 읽었나 익숙한 듯 느껴졌기때문이다. 

 

정조는 내가 조선의 왕중에 가장 좋아했던 왕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생각에 그는 능구렁이같은 왕이었던것도 같다. 그렇지만 그 시대는 여전히 좋아한다. 김탁환작가의 소설에 등장하는 백탑파의 시대였다. 세상이 바뀌고, 내부에서 변화의 동력이 서서히 싹트던 시대였다. 서양과 비교하면, 한참 늦었는지 몰라도 외부의 자극없이도 우리 스스로 근대화를 이루어갈수도 있었던 시기가 아니었나... 뭐 개인적인 생각이다. 

 

암살과 반란, 역모가 창궐하던 젊은 시절을 지나, 신권과 끊임없이 대립하며 자신이 원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던 중년의 정조를 연기하는 안내상의 연기가 참 좋다. 정조가 그렇게 욕도 잘하고, 신하들을 면전에서 구박도 많이 했다던데...하하.

 

 

최근에 도서관에서 정조와 성덕임의 로맨스를 그린 소설 <옷소매 붉은 끝동>을 읽다 말았는데, 둘의 연애가 어찌나 달달한지, 당뇨병-_- 걸릴것 같았다. 그래도 손에 잡았으니, 언젠가는 끝까지 봐야겠지. -_-

 

 

몰랐는데, 방영 당시가 2007년이어서 정조가 노통에 비유되며 (드라마에서 화성으로 천도를 강행하려는 왕과 반대하는 신하들의 갈등이 끝없이 나온다. 왕을 꺾으려는 신하들의 음모가 사건의 시작이다.) 드라마를 까던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당시에 <이산>이나, <정조암살 미스테리 -8일>등 정조를 그린 드라마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 드라마들과는 달리, 이 드라마에서 정조는 마냥 선하게만 그려지지 않는다.

 

그런데 나처럼 주연배우들의 연기에 몰입 못하는 사람은 없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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