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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2003년 4월 27일 해인사와 청량사-나문답 답사

푸른밤파란달 2020. 10. 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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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휴게소에서 다른 팀과 합류...다시 열심히 달려서 드디어 합천에 도착했다. 공기부터 다르다. 깊은 계곡에서 들리는 물소리, 파란 하늘, 하늘거리는 나무들...^^

한동안 계속 비가 내렸기에 홍류동계곡 물소리는 정말 좋았다. 잠깐 짱~*님이 매표소에 돈받으러 간 사이에 나도 내려서 계곡 가까이 가봤다. 오랜만에 노란 민들레도 보고 성보박물관앞에서 이름표를 달고 걸어서 절집을 향해 갔다. 나는 팔작지붕이 어떻고, 대적광전이 어떻고 그런거는 잘 모르겠다. 한때는 그런게 답답해서 불교서적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냥 그 분위기만 즐기기로 했다.

 

답사일행
<일주문을 들어서기 전에 만나는 계곡>

눈에 보이는 것을 담아오기 위해 카메라가 필요한 것 처럼 귀에 들리는 것을 담아오기 위해서는 카세트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맑고 힘찬 물소리는 내 마음에 묻은 때까지 씻어주는 것 같다.

 

<열심히 설명하고 계신 길눈이 아우라지님>

성철스님의 부도앞에서 첫 번째 설명이 있었다. 무지렁이 눈에는 도무지 예뻐보이지가 않는다. 파격도 파격나름이라고 궁시렁 거려본다. 그리고 부도탑 주변도 맘에 들지가 않는다. 살아서 성철스님을 뵌적이 없으니 그 분 성정이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이 정말 대단한 스님이라면 이런걸 원치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길상탑

 

길상탑 앞에서  또 설명을 들었다. 최근에 의도적이었던건 아니지만 해인사와 관련된 책을 읽은게 있어서, 내가 읽은 책과 아우라지님의 설명을 비교해가며 열심히 들었다.(여기까지는 착한 학생...^^)
 
일렬로 늘어서서 죄많은 중생을 굽어보고 있는 비석들을 지나, 연지였나...커다란 연못 앞으로 갔다. 졸졸 물 흐르는 소리에 마음이 조금 깨끗해지는 느낌. 휴일이라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여기저기 달려있는 연등 때문에 조금 깨끗해진 마음이 다시 심란해질려구 했다. 난 쫌 구식이라서 플라스틱으로 된 알록달록한 연등이 싫다. 절집은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연등을 다는 이유가 뭔가를 기원하는 것이라면 최소한의 정성은 필요하지 않은가...등등.

해인사 당간지주

일주문을 들어서기전 오른편이 아주 잘 생긴 당간지주가 보였다. 글씨가 새겨진 당간지주를 본적이 없어 글씨가 일단 눈길을 끌었는데, 자세히 보니 엄격한 직선으로만 되어있던 다른 절의 당간지주와는 달리 곡선이 아주 돋보이는 모습이었다. 크기도 옹졸하지도 않고, 거대하지도 않은 것이 잘 생겼다. ^^

해인사 일주문

일주문을 들어섰다. 범어사 일주문엔 현판이 3개 달려 있었던 기억이 난다. 옆으로 3개씩 달아논 것도 특이했지만 해인사에는 첩첩이 현판(그걸 현판이라고 하는지 잘 모르겟지만...)을 달아놓은 곳이 많았다. 역시 대사찰은 뭔가 달라도 다른가...(아...오늘은 왜 자꾸 비꼬는 마음이 되는건지...)

 

 

국사단

 

국사단앞에서 국사단의 위치와 절집에서의 토속신앙등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사람들도 너무 많고 사진에 정신이 팔려 설명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다만, 절집에 전각하나, 문 하나 위치를 정하면서도 이런저런 의미를 부여했던 옛사람들의 그 불심만을 기억하기로 한다. 절집에서 내 관심을 끄는 것은 주로 문창살이나 담벼락인데 이곳도 예외가 아니어서 착한 일행들이 열심히 설명을 듣는동안  여기저기 헤집고 다녔다. 

 

담장 이야기가 나온김에, 해인사의 다양한 담장 사진 몇 개를 더 실어본다. 절집에서 감동을 받는 경우는 화려한 단청도 아니고, 높은 용마루도 아니며 아주 자그마한, 눈여겨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도 좋은곳에 담겨 있는 정성들이다. '정성'이란 불심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낙산사였나 비슷한 담장을 본적이 있는데, 그곳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것 같고, 오른쪽은 높은 축대위에 있던 낮은 담장의 기와장식이다. 쌍계사의 꽃무늬 담장에 비하면 아주 단순한 편이지만 그래도 엄숙한 절집의 귀여운 눈짓같아 보기 좋다.


두리번 두리번...사진 찍느라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일행을 놓쳤다. 내가 하는게 다 그렇지. 다들 탑앞에서 정말 착하게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다. 혼자 또 삼각대 꺼내서 탑을 찍는다. 탑을 찍을 때 정면에서 본 사진은 그 탑의 특징이 잘 드러나지만 나는 아래에서 올려다 본 모습을 더 좋아한다. 그럴려면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야 되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고 삼각대를 사용하는데 그때도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을려면 쪼그리고 LCD를 쳐다봐야 되지만 보는 눈들이 있어서 그냥 대충 셔터만 눌러댔다.

 

해인사 삼층석탑

절에 가면 탑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찍을 때마다 수평에 신경을 쓴다고 써도 나중에 보면 왜 일케 기우뚱한 것인지 모르겠다. 오른쪽의 사진이 아래에서 올려다 보고 찍은 것인데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 남들이 보고 있어도 엎드려서 찍을걸 그랬다. 바람소리 따라 탑끝에서 들리던 풍경소리가 그립다. 탑 뒤쪽에 신식의 당간지주가 보인다. 새것은 뭐든 튀어보인다. 법당을 둘러싼 축대나 계단에 장식된 조각들도 모양이 화려하고 깊게 새겨져서 입체감은 돋보이지만 너무 거대하고, 주변의 다른 것과 도무지 어울릴줄 모르는 것이 눈에 자꾸 거슬리기만 했다.

 


수다라장에 가기 위해 올라가야 하는 가파른 계단을 올려다 보면서, 화엄사찰들은 왜 이렇게들 축대가 높은지 투덜투덜 선뜻 오르지 못했다. 지나간 대학 4년을 지긋지긋하게 계단에 시달린탓이다. 나는 정말 계단이 싫다. 계단을 올라가는 대신 옆으로 도망을 갔다. 높은 축대 아래쪽으로 철쭉인지 연산홍인지 (구별을 못함-.-;;) 아직 꽃은 안피고 보리수같은 꽃망울이 잔뜩 열렸다. 왼쪽으로 돌아가니 오각형 모양의 독성각과 만나게 되었다.

 

해인사 독성각

오른쪽 처마밑에 달린 전등도 그다지 튀어보이지 않는다. 세월에 퇴색되긴 했어도 단청이 참 예뻤다. 일행을 쫓아서 서둘러 수다라장으로 올라가니 갸우뚱 잘못하다간 높은 축대에서 추락할 것 같아 자꾸 겁이 난다. 계단을 다 올라가니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동안 해인사 소개하는 글에서 많이 보던 그 그림...    

 

수다라장의 월문

사람이 없을 때 한 컷 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끊임없이 오고가는 사람들 때문에 분주한 곳이라 (문은 들락거리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잠깐 잊었나보다.) 그냥 찍었다. 요즘 사람들이 수다라장을 만들었더라도 저렇게 만들었을까 대체로 크고 화려한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낮은소리로 충고하는 문이다.

문틈 사이로 경판들을 구경하면서, 이렇게 틈으로나마 그걸 눈으로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만약 불타 버리거나, 혹은 보호를 구실로 볼 수 없었다면 또 내가 얼마나 투덜댔겠는가 말이다. 오른쪽으로 회원들이 모여 있었다. 스님께서 뭔가 설명을 하고 있는데, 나는 착한 학생이 아니라서 스님 말씀은 듣는둥 마는둥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바빴다. 동그랑땡이 박혀있는 담장 사진도 찍고, 수다라장의 빗살창틈으로 새어나오는 찬 바람쐬는데 정신없었다. 빗살창 틈새로 카메라 렌즈만 집어넣고 사진을 찍었다.(불법인지 아닌지는 나도 모른다. 플래쉬는 안 터뜨려서, 유물에 피해를 주진 않았으리라 생각하지만...^^;;;)

 

장경판전의 고려대장경

아래의 사진이 더 맘에 들었는데, 컴퓨터로 옮기고 보니 많이 흔들렸다. 사진 다듬는 기술이 부족하여 어찌해야 될지 몰라 그냥 올린다. 이거 찍고나서 어찌나 뿌듯하던지 이럴줄 알았으면 여러장 찍을걸 그랬다.(잡혀가거나 말거나...)

잠깐의 자유시간이 주어져서 포비짱님의 추천. 천년된 나무가 있다길래 그쪽으로 가보았다. 최치원 선생이 대숲으로 사라지기전에 지팡이를 땅에 꽂았는데 그게 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부석사에는 의상대사의 지팡이라 전해오는 나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찌 그쪽 나무가 더 어려보이는지...-.-;

 

막 그 나무 앞에 도착하니 왠 꼬마가 열심히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뒷모습이 예뻐서 한 장. 그 부모인 듯한 부부는 옆에 앉아서 잠시 쉬고 있었는데, 내가 방해가 된 듯 했다. 하지만 그곳이 진짜 명당자리라 나도 떠나기가 싫었다. 나무 그늘에 살랑사랑 바람도 불어오고 계곡에서 들리는 물소리 또한 너무 시원시원하고. 어딜 둘러보아도 무성한 나뭇잎이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한가지 흠이라면 그곳에서 바라보는 해인사의 여러 절집들의 높은 용마루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너무 제각각으로 높이 세우려고만 해서 전체적으로 아주 산만하고 정신없어 보인다는 점.

 

전각들 사이를 돌아서 나오다가, 꼬맹이의 투정하는 모습을 봤다. 아빠 카메라 갖고 놀다가 뭘 잘못했는데 아빠가 꾸짖으니 걍 엎드려서 무대뽀로 울어 버리는거다. 잘하고 있어. 계속해~!

다시 넓은 대적광전앞으로 나오니 저기 고현님이 혼자 앉아 계신게 보인다. 옆에 앉은 외국인이 자꾸 흘끔거리는 걸로 봐선 고현님한테 관심이...^^; 고현님 절밥 얻어드신 자랑을 하신다. 나도 10년전에 팔공산 갓바위갔다가 거기서 절밥 얻어먹어봤는데 별걸 다 자랑하신다.  뒤쪽으로 불교 관련 서적을 팔고 있어서, 친구에게 선물할 만한게 있을까 하고 들어갔다가 해인사 엽서세트와 꽃창살 엽서세트를 샀는데, 사진은 별로였다. 내가 찍은게 더 낫다.(거만거만~ -.-;;;) 다같이 모여서 다시 성보 박물관 앞으로 가서,  식당으로 옮겨서 산채 비빔밥과 도토리묵, 버섯볶음을 먹고 나와서 자판기 커피 한잔 마시니 이야~ 산 바람이 너무 좋다.


고현님이 혼자 오실 때마다 밥 먹는곳이라며 부산식당으로 끌고가서는 그곳 화분에서 뭔가 꺾어주신다. 꽃이 예쁘단다. 방금 배낭에서 꺼냈다.  살아날지 모르겐네... 밥 먹고 다같이 청량사로 이동... 고불고불 산길따라 가는 재미가 있다. 산에 나무색이 모두 제각각이다. 달리는 차안에서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지만 건질 만한 사진이 없다. 산속의 저수지를 지나서 제법 간 것 같다. 저수지 물빛이 조금 탁한 비취색이었는데, 물이 꽤 깊으면 그런 빛이 난다고 했던 것 같다. (유럽 여행갔을 때 친구가 스위스의 호수를 보고 혹시 스위스 정부가 관광객을 유치할려구 물속에 물감 뿌려놓은거 아닐까 하고 심각하게 음모론을 제기했던 기억이 난다.-.-; )


주차장에서 내려서 청량사까지 가는데, 금방 절집이 보일 것 같더니 한참을 가도 절은 보이지 않고, 방금 먹은 점심 때문에 너무 힘들다. -.-; 거짓말 조금더 보태서 길은 코에 닿을만큼 가파르고, 다리는 무겁고...거의 끝에 쳐져서 올라갔다. 절 입구에서 물 한 바가지 마시고 쫄래쫄래 새로 지은 누각문 아래를 올라가니 또 저만치 높은 축대가 보인다. 다들 위에서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나도 얼른 가고 싶단 말이지...근데 몸이 너무 무겁단 말이지...-.-; 에혀~

탑이 있는 절집 마당까지 가기 위해서는 높은 오른쪽에 보이는 축대로 올라가야 되는데 그 가는 길에 놓여있는 돌들...자세히 보니 대부분 맷돌이었다. 누구 생각이었는지...한참을 걸어올라온 지친 마음을 웃음짓게 만들어 준다. 드디어 도착... 우와...절집이 공중에 떠 있는 기분이다. 절집 뒷편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바위들도 멋지고, 절에서 바라보는 산들도 제각각 봄옷을 뽐내고 있다.

 

청량사 뒷배경

참 작고 아담한 절집이었다. 좁은 절터에 옹기종기 전각이 들어앉은 모습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물론 너무 새거 티가 나서 좀 그렇긴 한데...대웅전 계단의 장식이 기억에 난다. 사자 두 마리가 새겨져 있었는데, 왼쪽 녀석은 입을 벌리고 있구, 오른쪽 녀석은 입을 다물고 있더구만... 대웅전쪽의 시선을 거두고, 절앞으로 펼쳐진 경치를 구경할려는데 눈에 들어오는 석탑과 석등... 우와...잘 생겼다. 그런 석물에서 감동을 느껴보기는 감은사지 삼층석탑 이후로 처음인 듯...딴말은 안나오고 자꾸...잘 생겼다, 잘 생겼다...그말만 나온다.

사진 크기를 너무 줄여 버렸나...석등의 화사석에 새겨진 조각들은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너무 선명했고, 석탑은...지붕돌에 비해 몸돌이 조금 날씬한 감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아주 잘 어울렸다. 대웅전 석축위에 앉아서 보면 석탑과 석등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에공...빛이 너무 부족했나...날씨가 화창했는데 사진은 어둡다. 대웅전 축대에 앉아서 흔들린 사진을 지우며 저길 보고 있으니...마치 꿈속을 헤매는 듯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청량사의 또 하나 맘에 들었던 것...대웅전의 꽃창살. 분명 지은지 얼마 안된 새 절집인데 군데군데 보통이 아니군...^^ 대웅전 올라가는 길에 만났던 잘 생긴 굴뚝도 그랬고...문마다 새겨진 귀면화?! 눈동자들이 모두 딴곳을 보고 있다.

왠지 귀엽지 않은가...그리고 꽃창살도 예쁘다.

 

청량사의 굴뚝( 쓰레기 소각장)

 

대웅전 처마밑에는 용 두 마리가 나와있었는데, 그 꼬리는 대웅전 안쪽으로 튀어나와있었다. 신발을 벗고 대웅전 안에 들어갔다. (보통은 절집에 가서 인사하는 법도 없고, 안까지 들어가는 경우도 거의 없다. 왠지 ~척하기가 미안해서...) 아우라지님께 설명들은 부처님이 한분 계시고, 할머니 두분이서 절을 하고 계셨다. 뒤쪽으로 살짝 놀아가, 부처님 받침돌부터 살폈다.

연꽃모양이 아니라 사각형 모양에다가 술을 바치는 보살상이 새겨져 있다고 줏어들은 것 같아서...그걸 눈으로 확인하게 사진 찍고...그 사이에 틈새님이 딴님들에게 설명하는 것을 몇마디 줏어들었다. 이 무식한 중생은 부처님 앞에서도 절 하는 법이 없고, 정면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며 "부처님 김치이~~ "하고 웃어줄 것을 요구 했다.

 

청량사의 석조석가여래죄상

답사여행의 길잡이었었나...저 부처님 손이 고무장갑같다고 표현한 구절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카메라를 연신 눌러대는 나를 보고 한 아주머니가 물어본다.

아줌마: 여기서 사진 찍어도 되요?
나: (속으로 뜨끔~) 잘 모르겠는데요...^^;;;(땀 삐질삐질)
아줌마: 공부하는 학생들인가보네?
나: 아...네에.학생은 아니구요.답사동호회입니다.

역시 뭔가 찔리는 짓을 하면...-.-;;; 그래도 부처님 얼굴을 담을 수 있어서 뿌듯한 마음~

 

석가여래좌상의 사각대좌의 술잔 바치는 보살상

사진이 여간 흐리게 나온게 아니지만 카메라가 허접이라. 대웅전을 나가기 전에 안쪽으로 삐죽나온 용꼬리를 한번 봐주고...밝은 세상으로 나왔다. 사실은 그곳을 관리하는 듯한 보살님이 오셔서 문을 열어 젖히시길래...혹시 사진찍다가 쫓겨날까봐 자진해서.


대웅전옆으로는 커다란 돌에다가 용 용자를 새겨놨는데, 구멍을 호스로 연결해서 글자들 사이로 물이 흐르게 해놨다.
한 바가지 마셨다. 정말 누가 생각해낸건지.가로획에 구멍이 뚫려 있어 그리로 물이 흐른다.물맛은 그냥 물맛이었다. (직접 볼 때는 용 용자 같았는데 사진은 왠지 아닌 것 같군.나도 모르겠다.)

절집 앞으로 펼쳐진 산자락의 나무들...모두 색깔이 제각각이다. 여름이 되면 징그러운 녹색으로 똑같이 변할테지만... 석탑과 석등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다음 답사지를 향해 출발... 민들레...꽤 오랜만에 봤다. 주로 사람없는 겨울에 나다니길 좋아해서 그런지...꽃구경을 많이 못해봐서 민들레 노오란 꽃이 어찌나 정겹던지...

 

내려오는 길에 매표소 옆에 있던 게시판에 고현님이 나문답 다녀가다라는 제목으로 회원들
이름을 적고 계셨다. 나도 기억나는대로 몇분 이름을 불러드리고...이제 마지막 답사지 월광사지로 출발~!


이번 답사땐 신기하게도 최근에 읽은 책 몇권과 관련이 된곳이 많았다. 절대로 미리 예습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의도한 바는 아니고 <역사스페셜> 5권과 <보는 즐거움, 아는 즐거움>이라는 책인데, 생각해보니 대부분의 내용은 <답사여행의 길잡이-가야산과 덕유산>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내용이 짬뽕이다. 여튼 월광태자 부분은 <역사스페셜>5권이 확실한 것 같고 난간이 없는 아슬아슬한 다리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폐사지 월광사터에 갔다. (아이고...이틀째 붙들고 있으니 쓰는 나도 지겹당...-.-;;;)

최고의 답사지는 폐사지라고 했던가...고즈넉한 분위기는 없고, 여기도 플라스틱 연등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그나마...석탑 주변은 좀 한가한 기분이 나기도 했다.

 

월광사터 동탑과 서탑

한 절에 나란히 있는 탑인데, 그 시대 차이가 100년쯤 난다니 거참...신기한 일일세... 돌아다니기 보다는(사실은 돌아다닐곳도 없다.) 맞은편 산의 나무나 보고, 그늘에 앉아서 바람이나 쐬고 그랬다. 농약치는 농부는 절집 마당에서 물을 퍼간다. 생활속에 내려온 종교랄까...높은척 굽어보는 종교보다는 그게 훨씬 보기 좋다. 농약할배가 가고 난뒤에 그 물에 세수를 했다. 왠종일 뽈뽈거리고 돌아다니느라 쌓였던 먼지와 나쁜마음들을 씻어내어본다. (잘 안 씻긴다. -.-;;;) 이제는 집으로 출발~ 이다.


한참 달리다가 고령의 고아동 고분이었나. 뭣모르고 그냥 차가 서길래 따라 내려서 돌로 만든 계단을 올라 커다란 가야고분을 만나러 갔다. <역사 스페셜>2권이었나...언뜻, 벽화가 발견된 최초의 가야고분 어쩌고 저쩌고 읽은 기억이 나서 쭐래쭐래 갔더니 잠겨 있단다. 그래도 올라가는 계단이며 주위가 영 밉지는 않아서 헛걸음이란 생각은 안 들었다. 만약에 청량사 정도의 높이로 갔는데, 문이 잠겼다 그랬으면 폭동났을지도 모른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또 열심히 달리다가 청동기 시대의 암각벽화를 보러 또 잠깐 차에서 내렸다. 거기서 나의 무식이 탄로나다. 표지판에 경북에서 유일하게 발견된 청동기 벽화 어쩌구 저쩌구가 나와서 방향감각, 위치감각 없는 내가..."여기가 경북이에요?" 나는 줄곧 경남에서만 돌아다니는줄 알고 있었다. 탁본의 흔적인지 조금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는 그림에는 검은얼룩이 묻어 있었다. 그래서 더 그림을 알아보기 쉬웠고, 두어장쯤 사진을 찍었다. 무엇을 뜻하는지는 해석 불가...


하루동안 많은 곳을 돌아다녀서 그런지, 집에 도착한 시간이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곤해서 아무 생각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며칠간의 팔다리 쑤심.

이번 답사에서 배운게 있다면...답사를 하는 마음가짐이다. 그전까지 나의 좌우명은 "아는만큼 보인다"였다. 아마 답사를 다니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나 역시 그래서 답사 관련된 책을 이리저리 들쑤셨지만 정말로 중요한건 그 곳이 주변과 얼마나 조화로운 모습으로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것인가를 깨닫는 것이었다. 요즘 사람들이 그걸 모르니 하나같이 새로 만드는 것들 마다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고 제압하려는 모양새를 지닌건 아닐까...

답사동호회는 답사동호회대로...나는 또 나대로...돌아볼 곳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