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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선운사에서 - 최영미

푸른밤파란달 2020. 8. 12. 17:40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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