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2019년 매화여행(2019.03.07~08) 본문

지구별 여행자

2019년 매화여행(2019.03.07~08)

푸른밤파란달 2020. 10. 2. 21:00

2019매화여행 
 
봄이 와서 매화가 피었는데도 그 향도 맡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다면 임종의 순간에 서글픔이 많이 남을 것이다.  
 
조용헌칼럼 中

 

 

1. 광양 청매실농원.
마지막으로 갔던때가 한 10년전인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것 같다. 가는 길에 차를 세우고 싶을만큼 매화나무들을 만났다. 나올때 차세울곳을 보면서 올라갔더니, 거긴 매화가 지천이다. 하얗게 눈이 내린듯 산 골짜기마다 매화가 풍년이다. 다음날부터 축제라니 날도 딱 좋고, 꽃도 적당히 피어서 좋았다. 
 
다만 농원안에 천막을 치고 음악을 틀어놓는 노점들이 너무 많았다는것. 특유의 쨍한 노랑, 빨강의 천막이며 집기며 시끄러운 음악이 무척 거슬렸지만, 누군가는 좋아할수도 있고 입장료도 없으니 참을만하다.  꽃이라고 좋다고 마구 찍었더니 사진 고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내눈에 좋아보이는 몇 장씨들...

 

 

 

2.  순천 매곡동 탐매마을 
 
올해 처음 알게 된 곳. 겨울이 한창이던 1월말에 홍매화 개화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홍매라 해도 약간 분홍빛이 돌던 내가 아는 홍매가 아니었다. 그 쨍한 붉은빛이 마치 백일홍같다. 
 
탐매마을은 구도심의 주택가동네다. 사람 둘이 서면 꽉 차는 좁은 골목길로 집들이 붙어 있다. 그리고 골목은 다른 골목으로 이어지지 않고 골목 끝집으로 끝이 난다. 작게 동네 한바퀴 둘러볼려다가 길이 이어지지 않아 한참을 걸어 다녔다. 가끔 저 골목에 사는 사람들은 이사는 어떻게 하나 쓸데없는 걱정도 하고. 내가 가기 3일전인가 탐매축제를 했는데, 이미 꽃은 전성기를 한참 지나서 끝물 중에 끝물이었다.  
 
동네 입구에 동네유래와 홍매관람 포인트가 안내된 표지판이 있는데 차로 가서 못 보고 뒤늦게 발견했을때는 완전히 지친 상태여서 제대로 못 보고 온 느낌도 든다. 내년에는 2월말에 가보리라...

 

 

 

차에서 내리자마다 만난 화사한 나무
화장실이 급해서 눈에 보이는 노인정에 갔더니 할머니 한분이 맞은편 카페로 안내해 주심.
옆면은 이런모습의 건물
라떼 한 잔.컵 홀더에도 꽃이 잔뜩 그려져있다.
처음 봤던 그 나무.
옆으로 작은 공원이 있는데, 그네 의자, 간이 문고, 포토존등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초미니 공원이지만 머물다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본격적인 동네 탐방. 도시재생 사업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이렇게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동네전체를 정비한 모습 참 좋았다.
날씨는 매우 따뜻하고 좋았지만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었다.
유난히 높은 축대가 많은 동네 였는데, 그림타일이라던지, 모자이크나, 벽화나 이런저런걸로 꾸며져있다.
도로의 난간도!
헌옷 수거함도!
모두 홍매다!
개인집의 정원을 공개하는 경우도 있고. 매곡동 홍매가 어느 대학교수님댁 나무 한그루로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단다.
이 동네 문패는 요렇다. 문패도 조금씩 다 다른데 이렇게 부부 이름이 나란히 있으니 참 좋다.
그림타일로 꾸며진 벽도 있고, 꽃 그림 벽화도 있고. 일관된 주제로 동네가 꾸며져있어서 좋았다. 과함과 훌륭함의 경계를 타는 느낌.
저 높은 축대위로 학교가 있다. 길가는 새로 심은 어린 나무들이 붉은 꽃을 달기 시작했다. 몇년 지나면 숱이 무성한 나무가 되겠지.
진짜꽃과 가짜꽃. 시들어가고 있어 아쉽다.
홍매가 길 양쪽으로 심어진 도로. 그리 넓은 도로는 아닌데 주차된 차가 많아서 사진 찍기는 조금 불편했다.
어느 종교 예배당 마당의 목련. 좋다.

 

3.  와온해변 일몰 
 
몇년전 처음 와온해변에 간적이 있다. 12월인데도 붉고 멋진 석양을 만났기에 이번에도 기대가 컸다. 순천만을 중심으로 와온해변쪽은 여수에 가까워서 이동거리나 시간상으로 코스에 넣는것은 갱장히!  비경제적이지만, 시간이 애매하다. 예전의 고즈넉한 풍경이라면 순천만 갈대밭을 걸어보는것도 좋겠지만 요즘은 국가정원이랑 세트로 입장료를 받고 있기도 하고, 송광사를 가기엔 일몰시간을 놓칠것 같고, 결정적으로 잠이 모자라서 쉬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가 생각한 베스트는 와온해변쪽에 모텔을 잡고 두시간정도 낮잠을 자고 석양을 감상하는 것이었는데! 와온은 그냥 시골 어촌 바닷가다. 그나마 석양때문에 커피숍 몇개와 펜션 두어개. 모텔은 없었다. 펜션은 대학생들 엠티가는 곳 마냥 족구장도 있고 뭐 그런 분위기. 
 
일찍 도착해서 양식장준비하시는 분들 보며 방파제 끝까지 걸어가 보았는데, 바람이 바람이...아주 그냥 끝내주신다.
차로 돌아와서 보니 오후 3시도 안된 시간. 커피숍에서 3시간 있는건 너무 눈치 보일것 같고. 다행히 와온 공원이라고 주차장도 있고 화장실도 있는 작은 공원 발견! 거기 주차장에 주차하고 좀 졸다가 햇빛이 뜨거워서 그늘로 옮기는 쇼를 하며 3시간을 보냈다. 중간중간 공원 주변을 산책겸 탐색겸 돌아다니다 차에 와서 널부러져 있거나... 
 
그렇게 기다린 일몰인데, 좀 심심했다. 해도 바다를 비껴 옆의 산으로 떨어지고 솔섬의 위치도 애매했다. 다음번엔 전에 간 카페에 가는 걸로...

 

 

솔섬.작은 무인도. 공원에서 봤을때 북쪽으로 치우쳐있어 사진 구성에 나빴다. 거대한 삼각대를 펼치던 진사님이 철수하신 까닭도 그것때문인듯...
공원 옆에 매실밭이 있어서 여기도 매화가 지천이다.
그동안 홍매라고 생각한 색깔. 이젠 뭐라 부르지...
공원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데크길이 잘 되어 있다. 저멀리 어슬렁 거렸던 방파제도 보인다.
해변으로 내려가봄. 그냥 자갈뻘밭이다.
모래는 아주 조금. 해질녘, 모든것이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시간
그래도 해가 질려면 한참 남았다. 언제 넘어가냐
넘어가기 시작하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짐. 바다로 떨어지길 바랐는데 산으로 넘어가서 아쉽다.
다음번엔 좀 더 멋진 석양을 기대하면서...

 

4.  화포해변의 일출 
 
 
와온해변에서 일몰을 보고, 화포로 가느냐 마느냐 잠깐 고민했지만 안 해보면 다음 여행에서도 계속 찜찜하게 신경쓰일것 같아서 널널할때 보러가자 했다. 문제는 숙소인데,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와온이 이 정도면 화포는 보나마나 인것 같아 순천 시내에 숙소를 잡기로 함. 그러나 망함.ㅋㅋ원래 가려던 숙소까지 2킬로 남았는데, 귀찮아서 대충 갔더니  Aㅏ... 이하는 생략. 
 
여튼 이른 아침 어둑둑할때 나와서 내비에 화포 해변으로 찍고 달렸다. 제법 멀다. 목적지 근처로 가니 주변이 밝아오기 시작해서 일출도 망 한건가 싶었는데 다행히 해가 뜨기전에 도착. 그냥 쓸쓸한 바닷가 어촌 마을이다. 문을 닫은것이 아닌가 싶은 폐허같은 횟집옆 공터에 자리를 잡고 제일 붉은 방향을 보고 섰다. 최근 '트래블러'라는 예능에서 류준열이 사용한 타임랩스 어플을 써보고 싶었는데 삼각대가 없어서 그건 못 하고. 카메라와 휴대폰으로 번갈아가며 찍어봄. 
 
좀 떨어진 곳에 진사님 한 분이 삼각대를 펼치시길래, 동지 의식을 잠깐 느꼈지만, 진사님의 대포렌즈를 보고 급좌절했다. 썰물이라 바닷물이 저 멀리 밀려나 있었는데, 점점이 물새들이 웅크리고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폰이나 내 카메라로는 그냥 검은점으로 찍힐 뿐.

 

 

 

해가 뜰 방향의 하늘이 붉어 온다. 산 너머의 어느 동네는 벌써 해가 떴을지도... 물빠진 갯벌이 번들거렸다.
디지틀 줌까지 땡겨본 물새들... 처음에는 물밖으로 삐죽나온 돌인줄 알았다. 밀물이 밀려오면서 같이 밀려왔다.
새벽이라 춥고 손시려웠는데, 다행히 겨울에 운전용으로 쓰던 장갑이 차에 있었다. 게으른 나를 칭찬함-_-
저 멀리서 밀물이 조금씩 밀려오고 있다. 이 사진의 포인트는 잠에서 깬 물새 한무리가 날아가는 풍경이다. 그러나 물새들이 미세먼지만큼 찍혀있다.
매일 뜨는 해가 뭐가 특별할까, 여기서 접을까 잠깐 고민할 정도로 지루한 기다림.
그런데 산 옆으로 삐죽 샛노란 조각하나가 보였다. 나도 모르게 우와~소리가 나온다. 매일 보던 해인데도...
긴 기다림이 무색하게 쑤욱~올라온 태양
그리고 밀물도 속도가 점점 높아져서 물결이 생기기 시작했다.
파도가 되기 직전의 물결. 오른쪽끝은 이미 파도가 되서 찰싹 소리도 났다.
왼쪽은 아직 갯벌 그대로...

 

5.  금둔사 
 
납월매라고 하는, 전국에서 매화가 제일 먼저 핀다는 곳. 1월의 눈속에 피는 진정한 설중매를 만날수 있는 곳이라는데, 시기적으로 애매하긴했다. 일출을 보고 한참을 달려간 골짜기속 절은 산그늘에 묻혀 새벽인듯 조용했다. 
 
절이 있는 지대가 높은 편이라 기온은 뚝뚝 떨어지고 썰렁한 공기속에 조용한 산사는 느낌이 묘했다. 절입구의 화장실은 근래에 본적없는 무성의한 재래식이었다. 입장료도 없는 절에 너무 많은것을 바라나...  금둔사는 삼층석탑이 꽤 인상 적이었다. 야트막한 언덕배기에서 절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는데, 돌계단을 올라 마주한 첫 느낌은, 어라 신라탑인데? 당연히 백제탑을 만날거라 생각했는데...그리고 답사여행이 아니라 꽃놀이다 보니 공부를 하나도 안하고 간것도 있고. 신라탑 모양인게 신기하고 그랬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통일신라탑이란다. 몸돌에 새겨진 조각들의 입체감이 여전히 선명해서 좋았다.  
 
절은 산속의 좁은 땅에 자리하고 있어 다랑이논처럼 여러층을 이루고 있는듯 보였고, 돌담들이 예뻤다. 돌담길 사이를 지나다니는 방문객이 요사채를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시선을 가린 낮은 가림막돌담은 조선시대 양반댁을 연상 시켰다. 예전같으면 요즘 지은 건물이나, 불상에 시선은 커녕 혐오하는 마음이었을텐데 이젠 그런것 없이 구석구석 잘도 살피며 돌아보았다.  
 
납월매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홍매화들은 여섯 그루 정도 되는데 거의 지고 다른 홍매도 시들어 가는데, 백매와 청매는 이제 꽃망울이 맺히고 있었다.  사진을 올리려고 보니, 막상 생각해둔 사진들은 빠져있어서 아쉽다.

 

 

일주문 앞에 주차를 하면된다. 절 안이 가파르고 오르막이다.
밖은 환한 아침인데, 절집은 아직 해가 비치지 않아서 새벽같다.
커다란 홍매나무가 시들어 가고 있었는데, 만개했을때는 얼마나 화려했을지...
저 까만것은 작년 매실이 말라 비틀어진것. 절집 매화화무들은 매실을 따지 않아서 그런지 유난히 작년 매실을 많이 달고 있었다
대웅전의 문인데, 경첩이며, 그림이 어찌나 귀여운지. 절구질하는 토끼가 절집이랑 무슨 상관일까...
경첩도 나비문양이다.
요사채를 가리고 있는 가림막 아이디어가 좋다. 올라가보면 양쪽으로 뚫려있는데 갑갑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시선을 차단할수 있을듯
돌담길이 제법 골목길같다
금둔사 3층석탑. 보물 945호
몸돌의 조각상은 비천상인가했는데, 차공양 보살상이란다. 멀리 보이는 부처님도 보물 946호. 그러나 부처님 보다 탑이 좋아서 자세히 안 봄.
보물로 지정된 탑과 석불을 위한 소방시설이 있는 건물로 기억하는데 거슬리지 않고 풍경의 일부로 자연스럽다. 그리고 자세한 설명까지 써놓은 친절함
근래에 한 불사인듯 바위 한면 가득 작은 부처님을 잔뜩 새겨놓은 곳이 있는데, 거길 가는 길에 만난 아주 가늘고 어린 매화 한그루.
신라 시인의 글귀가 절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벽면에는 옛날 달력그림같은 사군자 그림도 그려져 있어 향수를 자극하는 뭔가가 있었다.

 

6.  선암사

 

지금껏, 여러개의 일기를 하나로 합치고 있었는데, 선암사의 일기가 없어 급당황...-_-; 금둔사에서 다시 선암사 주차장에 도착하고 보니 일출 본다고 새벽에 서두른 탓에 피로가 몰려와 차안에서 한시간 정도 졸며, 쉬며 시간을 보냈다. 선암사를 돌아나와도 시간이 좀 남아서 송광사에 들를까 했지만, 이때 마음은 이미 집으로 가서 얼른 씻고 자고 싶어서 사진에 더 성의가 없는 건지도...(이렇게 밑밥을 깔아본다. -_-;;) 그냥 양으로 승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