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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오늘 본 옛 그림 - 손철주 본문

간서치(看書癡)

[국민일보] 오늘 본 옛 그림 - 손철주

푸른밤파란달 2020. 9. 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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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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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옛 그림] 축복인가, 욕심인가

고슴도치가 오이 서리한다. ‘외밭의 원수는 고슴도치’라는 익은 말로 가늠컨대, 녀석은 오이 장수 속을 꽤나 끓였다. 오이를 따는 고슴도치는 제 깐에 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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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옛 그림] 축복인가, 욕심인가 
 
 
 
고슴도치가 오이 서리한다. ‘외밭의 원수는 고슴도치’라는 익은 말로 가늠컨대, 녀석은 오이 장수 속을 꽤나 끓였다. 오이를 따는 고슴도치는 제 깐에 수를 낸다. 오이 곁에 엎드려 한 바퀴 구른다. 등엣가시에 오이가 꽂힌다. 구르는 재주가 굼벵이 못잖다. 
 
화가는 그림 위에 ‘뱃살 두둑한 늙은 나무꾼(廣腹老樵)’이라고 써놓았다. 문인화가 홍진구의 별명이다. 이 그림은 이야기가 있다. 오이는 넝쿨 밑동에 작은 것이, 끝동에 큰 것이 주렁주렁 열린다. 해서 ‘과질면면(瓜 綿綿)’이란 말이 나왔는데, 자손이 잇따른다는 뜻이다. 가시 많은 고슴도치도 숨은 뜻이 ‘번성’이다. 꼴이 흉해도 고슴도치는 제 새끼를 함함하다 한다. 저 오이를 지고 가서 새끼를 먹인다. 
 
오이 철에 안 어울리는 국화를 그려놓은 까닭은 뭔가. 국화 뿌리 적신 물을 마시면 오래 산다는 옛 기록이 있다. 국화는 일쑤 장수(長壽)와 통한다. 홍진구가 들려주는 얘긴즉슨 이렇다. “자손 많이 낳아 다복하시고 오래토록 수를 누리십시오.” 
 
해석을 달리해도 괜찮다. 속담에 ‘고슴도치 외 따 지듯’이 있다. 잔뜩 오이 등짐을 진 고슴도치처럼 과욕을 부리거나 빚에 허덕이는 꼴을 가리킨다. 선조들의 그림은 보는 이의 심정에 따라 다르다. 옛 그림의 너름새가 낙낙하다. 
 
손철주(미술칼럼니스트·학고재 주간) 

 

+) 나에게 손철주님 이미지는 물뚝심송님과 겹치는데, 아마 어느책 표지에서 본 흑백사진때문인 듯.

 

 

 

 

 

댓글에 언급된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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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의 인문학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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