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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당신의 연음 - 박준

푸른밤파란달 2020. 9. 20. 18:15

맥박이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답장을 쓰다 말고

눅눅한 구들에

불을 넣는다

겨울이 아니어도

사람이 혼자 사는 집에는

밤이 이르고

덜 마른

느릅나무의 불길은

유난히 푸르다

그 불에 솥을 올려

물을 끓인다

내 이름을 불러주던

당신의 연음(延音) 같은 것들도

뚝뚝

뜯어넣는다

나무를 더 넣지 않아도

여전히 연하고 무른 것들이

먼저 떠올랐다

 

 

 

박준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중에서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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