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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나무에 대하여 - 정호승

푸른밤파란달 2020. 8. 27. 23:25

나무에 대하여 / 정호승
 
 

나는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 
 
곧은 나무의 그림자보다
굽은 나무의 그림자가 더 사랑스럽다 
 
함박눈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쌓인다 
 
그늘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그늘져
잠들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 잠이 든다 
 
새들도 곧은 나뭇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에 더 많이 날아와 앉는다 
 
곧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나 
 
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굽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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