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먼 산 같은 그대에게 기대고 싶어라 - 김재진 본문

시가 있는 풍경

먼 산 같은 그대에게 기대고 싶어라 - 김재진

푸른밤파란달 2020. 6. 25. 20:15

2003년 금산사

먼 산 같은 그대에게 기대고 싶어라

 

- 김 재 진

 

감잎 물들이는 가을볕이나

노란 망울 터뜨리는 생강꽃의 봄날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수숫대 분질러놓는 바람소리나

쌀 안치듯 찰삭대는 강물의 저녁인사를

몇 번이나 더 들을 수 있을까

 

미워하던 사람도 용서하고 싶은

그립던 것들마저 덤덤해지는

山寺의 풍경처럼 먼 산 바라보며

몇 번이나 노을에 물들 수 있을까

 

산빛 물들어 그림자 지면

더 버릴 것 없어 가벼워진

초로의 들길 따라

쥐었던 것 다 놓아두고 눕고 싶어라

 

내다보지 않아도 글썽거리는

먼 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시가 있는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등잔 - 도종환  (0) 2020.06.25
토닥토닥 - 김재진  (0) 2020.06.25
저녁 무렵 - 도종환  (0) 2020.06.25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 - 문향란  (0) 2020.06.25
국화 앞에서 - 김재진  (0) 2020.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