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눈물의 중력 - 신철규

푸른밤파란달 2020. 7. 10. 17:53

눈물의 중력 / 신철규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안으로 말아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신철규,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문학동네, 2017,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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